노화의 또 다른 이름, 비만
누구든지 쉽게 이야기한다. 나이가 들면 10킬로는 기본으로 찐다고. 많이 먹어서, 운동을 안 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이 말은 가장 기본이고 더 들어가면 백색지방과 갈색지방의 이론을 들먹이고, 렙틴 이론을 이해해야 하고, 살이 찔 수밖에 없는 그 모든 이론을 더 들여다봐야 한다.
비만으로 박사논문을 쓰고자 맘먹고 본격적으로 선행연구를 공부하기 시작하였다. 논문의 방향을 디자인하고 석 달의 보석 같은 실험기간을 보냈다. 병원은 고객보다 실험 참여자들이 더 많을 정도로 북적였다.
중년 여성인 실험 참여자들의 식이, 운동, 스트레스, 생활패턴, 혈액검사와 기본적인 몸무게, BMI, 허리둘레 등을 체크하고 일주일에 2번 총 12회의 복부관리가 시작되었다.
책임 있는 연구자로서의 자세는 그저 관리 후 달라진 바디 치수의 결과에만 집착할 것이 아니었기에 그들이 지치고 않고 꾸준히 실험에 참여할 수 있게 많은 대화를 하였다. 오히려 이 대화 속에서 제대로 된 공통점을 찾을 수 있었다.
논문을 위한 실험과정이 결국 나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이 되었다.
비만의 다양한 이유는 개인에 따라 다르기에 단정 지을 수 없지만, 평범한 40대 이후의 일반인들에게 있어서 비만은 곧 노화의 또 다른 이름이다.
20대의 남자를 보면 어르신들은 ‘쇠라도 삼킬 수 있는 나이네’라는 표현을 종종 하신다. 그만큼 젊고 왕성한 신진대사를 표현한 것이리라.
또한 40대 이후의 중년에 들어서면서 자주 접하는 말 또한 익숙하다. ‘밀가루 음식을 먹으면 소화가 잘 안 되더라’ ‘하루 3끼를 다 먹으면 속이 더부룩해’ 그만큼 느려진 신진대사를 표현한 말일 것이다.
연구를 진행하면서 비만의 3위 일체로 이름을 붙인 게 있다.
과식, 열량 소비 부족, 내재적 노화.
첫 번째, 과식이다. 20~30대엔 분식을 주식으로 먹기도 하고 과자와 빵, 커피로 식사를 때우기도 하고, 엄마들은 가족이 먹다 남은 음식을 설거지 수준으로 해치우기도 한다.
그런데 점점 나이가 들고 먹기 살만하고, 모임이 많아지면서 식사의 수준이 분식을 뛰어넘어 요리로 넘어가기 시작한다. 한 끼를 먹어도 제대로 먹고 싶지 짜장면, 라면 한 그릇이 아니다.
이 제대로 먹기 시작하는 모임이 늘기 시작하면 돌아서면 모임이고 과식으로 이어지게 된다. 아무리 좋고 건강한 음식도 과식은 건강의 적이다.
동호회 모임, 주말엔 가족모임 등 이런저런 명목의 회식 장소는 끝없이 이어지고 먹방 유튜버의 후루룩 면발 들이키는 소리조차도 식욕을 자극해 과식으로 이어진다.
왜 이리 이 더운 날씨에 식중독에 조심해야 할 김밥이 그리 맛있고 당기는지 우영우 드라마의 영향은 지대하다. 영우는 김밥만 먹지만 우리는 필수로 라면을 곁들인다.
혼자 있어도 많이 먹는 '문화적 과식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두 번째, 열량 소비 부족이다. 비만의 가장 간단하고 명료한 정의는 섭취 칼로리와 소비 칼로리의 밸런스로 설명할 수 있다.
많이 먹고 먹은 만큼 소비하지 않으면 칼로리 축적으로 살이 찐다. 먹은 것보다 더 과한 소비를 하면 살이 빠질 것이고 먹은 양과 소비 양이 같으면 일정한 몸을 유지할 것이다.
섭취보다 소비에 집중하자면 이것 또한 현대인에게는 늘 고민거리이다. 일인 일차 시대에 걷는 횟수가 분명 적고, 땀 흘리는 노동의 양으로 일을 하는 시대도 지나서 확실히 먹는 대비 소비의 양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또한 맛있는 점심 한 끼에 연이어 접신하게 되는 커피와 케이크의 후식 문화도 이미 주식을 넘어선 고칼로리의 잔치로 이어지게 된다.
주식보다 더 진한 후식의 달콤하고도 공포스러운 유혹은 그리 배부르게 먹은 것 같지 않아 에너지를 소비할 필요성을 못 느끼는 엄청난 착각도 내포하고 있다.
세 번째, 내재적 노화이다. 노화는 크게 외재적 노화와 내재적 노화로 나뉜다. 외재적 노화는 자외선에 의한 노화이고 내재적 노화는 자연스러운 시간의 흐름에 의한 노화이다.
모든 인간에게 공평한 하나가 있다면 죽는다는 것이다. 즉 모든 인간은 늙고 죽는다. 그런데 늙는다는 것이 눈에 보이는 눈꺼풀이 처지고, 얼굴 라인이 무너져 근손실로 인해 양볼이 푹 꺼지고, 뱃살이 처지는 것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입안의 건강한 침샘도 늙는다. 20대의 침과 70대의 침이 같을까. 같은 음식을 동시에 먹어도 벌써 입안에서 저작 작용과 침샘 작용부터 젊은 사람과 노인은 다르다.
외면의 늙음은 반드시 내 몸의 장기와 호르몬과 혈액과 근육과 뼈 등 모든 신체 하부조직이 자연스럽게 기능이 쇠퇴되고 늙는다는 것의 외면적 모습이다.
속 안의 근육이 수분이 저하되고 탄력이 저하되니 외부로 보이는 입가 주름이 쳐져 보이는 것이다.
이렇게 몸의 기능은 차츰 내재적 노화인 시간의 흐름으로 인해 기능이 떨어지고 자연스러운 신진대사 감소로 에너지를 사용하는 양도 당연히 줄게 되어 소비되지 못한 지방은 측적되게 된다.
과식으로 열량은 남고 다 소비되지 못한 열량은 지방으로 축적되고, 그렇지 않아도 시간의 흐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우리는 노화를 친구로 신진대사 기능의 저하를 겪게 된다. 당연히 에너지 소비 전환율이 낮아져 더 열량의 소비 속도는 더디게 된다.
과식, 열량 소비 부족, 내재적 노화가 뗄 수 없는 삼각을 이루며 비만의 신을 위한 삼위일체로 등극하지만 그중에서도 우리가 컨트롤할 수 있는 것이 굳이 있다면 당연히 과식과 열량 소비 부족이다.
음식의 총칼로리를 조절하고 근육을 끊임없이 움직이며 일상생활에서의 운동량을 늘리는 것은 80살에도 의지가 있으면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내재적 노화는 우리 모두에게 공평하다는 슬픈 말이 딱 맞는 신도 어떻게 할 수 없는 절대적인 영역이다.
이 절대적인 영역이 자연스럽게 내 몸의 기능과 에너지를 떨어뜨리고 신진대사를 느리게 하고 나이 들면 살이 찌게 되는 메커니즘의 핵심이다.
즉 안 먹는다고 안 먹어도 이상하게 살이 찌는 묘한 현상의 뒤에는 이 세 가지가 얽혀 있고 노화가 큰 바탕의 도화지이다.
영우가 김밥 한 줄을 다 먹을 때 라면은 고사하고 김밥 반줄만 먹는 노력이 중년 이후엔 필요하다. 노화를 어떻게 할 수 없으니 인간의 강한 의지로라도
하긴 이게 가능했으면 비만 논문을 쓰지도 않았다. 늘 인간은 부족하니 탐구한다.
모든 위대한 인간의 연구 뒤에는 이루지 못하는 슬픈 현실이 그럴듯한 학설로 끊임없이 나오는 게 아닐까.
노화는 비만을 춤추게 한다. 노화의 도화지에 적어도 비만은 미친 듯이 창작 작품을 토해낼 수 있는 춤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