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미용을 전공하는 대학생들의 수업을 하다 보면 지루함을 덜기 위해 종종 현장에 있었던 이야기도 해주고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병원에 동갑인 중년 여성 세 분의 고객이 각각 다른 이유로 오셨다. 한분은 기미가 많으신 분이고, 한분은 비만인 분이고 한분은 탈모로 내원한 고객이셨다.
이 세 분의 고객들 중에서 누가 제일 활발하실까? 이 세분의 고객들 중에서 누가 제일 조용하실까?
사람의 성격마다 다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균적으로 말할 수 있는 근거를 20년 피부과에서 일하면서 가지게 되었다.
정답부터 말하자면, 가장 활발한 고객 순서는 비만 고객> 기미 고객> 탈모고객 순이다.
반대로 우울함으로 힘들어하시는 고객 순서는 탈모고객> 기미 고객> 비만 고객 순이다.
울 병원의 데이터이고 직원들과 느끼는 것이라 정답은 없다. 굳이 이런 주제로 정답을 유추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고객의 성향을 알고 서비스를 잘해야 하는 직원 입장에서는 사실 아주 유심히 관찰해야 할 부분이다.
비만 고객의 유쾌함은 우리도 덩달아 즐거워지는 마법과도 같다.
목소리도 크고 잘 웃으시고 왜 비만이 되었는지 구구절절 다이어트 히스토리를 본인을 주인공으로 설정해 한 편의 리얼한 드라마처럼 쏟아부으신다.
그런데 정답도 잘 알고 계신다. 야식 조절하고 그놈의 삼겹살에 소주를 원수처럼 여겨야 하는데.. 하시며 사실은 오늘 저녁도 원수를 사랑할 것 같은 뉘앙스를 풍기기도 하신다.
이번이 마지막이야, 살 빼야지 하며 굳이 안으로 다짐을 하셔도 되는데 구두로 연신 맹세를 하시며 관리 베드에 누우시고 금방 잠이 드시곤 한다. 밝은 성격만큼이나 리더 기질도 있고 잘 베푸신다.
비만 고객이 비만의 적인 간식을 잔뜩 사 오신다. 혼자 드시는 걸 못 참으셔서 꼭 우리들에게도 넉넉히 베푸신다.
비만 고객이 있는 관리실은 얼굴 관리를 하는 관리실과 차원이 다르다. 흥이 있고 웃음이 있고 몸의 사이즈만큼이나 넉넉하고 여유가 있다. 옆의 비만 고객과 금방 친구가 된다.
엄청난 다이어트 정보를 아주 활발하게 서로 주고받는다. 끊임없는 다이어트와의 사랑이 지겨울만도 한데
그 사랑이 멈추질 않는다. 자신감 있는 우리의 비만 고객의 행동은 연구대상 논문감이기도 하다.
‘ 다이어트와 자존감의 상관관계 연구 : 비만 고객의 우수한 심리상태를 중심으로 ’
언젠가는 이 논문을 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