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당진 Aug 06. 2022

비만, 기미, 두피 고객 분석 보고서(2)

기미 고객은 조용한 관리실 분위기를 가장 잘 즐기시는 고객답게 신중하시고 이미 프로 중의 프로다.


 비만 고객이 우리에게 오히려 퍼주는 형이라면 기미 고객은 조용하고도 조심스럽게 병원의 정보를 눈으로 읽고 직원의 이야기를 귀로 들으며 본인의 얼굴 상태에 예민하시다.


 레이저를 하고 관리를 받고 다음에 오시면 왜 이 부분이 개선이 되지 않았는지, 손으로 정확히 가리키며 질문을 하신다. 언제 좋아지는 지도 연이어 물으신다. 효과도 궁금해하고 치료 과정도 알고 싶어 하시고, 할 말은 다 하신다.


 가장 감출 수가 없는 형이 비만 고객이다. 


기미는 화장으로 가리고 마스크로도 가릴 수 있고 탈모는 가발을 쓰거나 모자를 쓸 수가 있지만 아무리 보정속옷으로 가린다 해도 가장 자연스럽게 노출되는 정도가 심할 수밖에 없는 게 비만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경험상 비만 고객이 가장 활달하다.


 탈모의 심각성은 고객들의 모습을 보고 느끼게 되었다. 활발한 비만 고객을 보면 비만이 별 스트레스가 아닌가 착각할 때가 있다. 


그런데 예외 없이 대부분의 탈모고객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으신다. 병원을 들어오실 때부터 그 맘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개인의 성향과 상관없이 아주 조용히 병원에 들어오시고 두피 주사나 레이저, 관리를 받으시고 조용히 나가신다. 


 비만 고객은 주로 다른 고객과 함께 예약을 받아 관리를 해도 무난하다. 서로 정보도 주고받고 친해지시기도 하고 관리실은 왁자지껄한 사람 사는 냄새가 난다. 


그러나 두피 고객은 절대로 다른 고객과 함께 옆에서 관리받으시려고 하지 않는다. 


우리도 그렇게 예약을 잡지 않는다. 복부, 등, 다리 등 비만관리는 탈의를 해야 해서 더 부끄러워할 수 있는데, 옷을 전혀 탈의를 하지 않고 그냥 본인의 있는 머리 상태를 노출시키는 것뿐인데도 더한 경계심을 탈모 환자는 느끼신다.


 왜일까?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탈모 환자들은 외모의 나이 듦과 탈모의 관계를 정(+)으로 인식하고 계신다.


 10살 남자아이가 뚱뚱할 수 있다. 17살 여고생이 모계의 유전으로 기미가 착색되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20살 여대생의 탈모는 말문이 막히게 만든다. 


 한 사람이 비만이며 기미가 있고 탈모도 있다면 이 사람이 가장 오래 시간을 들여 관리를 꾸준히 해야 할 부분이 탈모관리이다. 그만큼 탈모가 진행이 되었다고 인지하는 순간 이미 진행의 가속도는 붙은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비만, 기미, 두피 고객 분석 보고서(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