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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꿀잠 Mar 31. 2022

젊음이 질 무렵

젊음은 어두움을 한켠에 밀어두게 한다.

거울을 볼 때마다 변치 않는 생기 있는 얼굴을 보며 어떤 불행이 지나가도 눈으로 보이는 것이 괜찮으니 별 일 아닌 듯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것이다.


그런 그를 보며 시간은 때를 기다린다. 언젠가 보여 줄 진실을 말없이 시간 뒤에 놓아두고


그러다 해가 지나고 한참이 흘러 거울을 보며 그는 몹시 놀라게 된다. 늘 푸른 나무 같던 모습이 생기를 잃고 태양처럼 빛나던 표정이 그림자처럼 변한 것에 때아닌 충격을 받게 되는 것이다.


그런 순간은 필연적인 것이라 놀라는 것에 의문을 품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나 한동안 변함없는 신뢰를 보여줬던 젊음의 갑작스러운 소멸은  순간을 겪는 이들에게 황망함들 안겨주기도 한다.


그간 지나쳐 왔던 불행이나 진실들이 때를 기다리다 이제 거울  나의 모습에 투영되어 실체를 드러낸 것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기도, 지나간 세월의 무심함에 애통한 심정을 갖기도 하는 것이다.

그는 그제야 뒤늦은 의문을 갖고 삶에서 스스로도 모르게 잃은 것들이 무엇인지 셈을 해보다 어느 결에 홀로 서러워지고 만다. 정신없이 달려왔으나 손에  것도 주위에 남은 것도 없이 아득히 외로워지는 기분


동시에 긴 시간 동안 세월에 휩쓸려 손을 놓쳐버린 순수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순수에 대한 자각은 잊고 있던 그의 깊은 내면에 "찰랑" 종을 울려 그 비감함을 극대화한다.

그 소리에 정신을 차린 그는 참아왔던 눈물을 한껏 터뜨리기 시작한다. 그렇게 한바탕 울음이 지나고 나면 그는 결정을 할 것이다. 아무 일도 없던 듯 다시 앞만 보고 가거나 이내 아무것도 담을 수 없도록 마음을 텅 비워버리거나




젊은 나이에 단 한 장의 앨범을 내고 간 유재하의 노래 중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이 어쩐지 이 글의 분위기와 비슷한 구석이 있어 보였다, 그가 더 오래 살았더라면 세월이 흐르는 것에 대해 어떤 말과 생각을 했을지 너무 궁금하지만 물을 수도 들을 수도 없어 노래만 계속 듣는다.

https://youtu.be/yPdUVGhmXW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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