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의 정점이었던 22년 4월. 어느 날 손님께서 눈치를 보며 쭈뼛주뼛 다가오셨다.
"약사님. 제가 식당에서 일을 하는데 코로나가 심해지면서 퇴사를 당했어요. 정부 지원 보조금으로 지금까지 버텨왔는데. 당뇨약이랑 혈압약도 다 떨어졌는데. 보름이 지나가니까 너무 머리도 아프고 힘들어요."
아... 안타깝다. 참으로 코로나는 많은 것들을 앗아 가는구나... 그래도 나는 정석대로 응대해드려야 했다.
"어머님. 그래도 처방전이 있어야 약을 드릴 수 있어요. 그냥 약을 막 드릴 수는 없습니다."
그러면서 다른 사람들이 보이지 않게 몰래 1500원을 쥐어 드리며 속삭였다.
"얼른 병원 가서 진찰받으시고 처방전 받아오셔요."
잠시 후 어머니는 병원 진찰을 받고 내려오셨다.
"약사님. 원장님께서도 진찰비는 담에 달라고 하셔서 여기 1500원 돌려드릴게요. "
"네. 어머님. 처방전 잘 받아 오셨어요. 2달분 처방이신데 일단 1달 분만 먼저 드릴 테니까 천천히 약값 생기면 그때 지불하시고 나머지 1달분 가져가셔요. "
그렇게 약값은 나중에 꼭 주시겠다는 약속과 함께 1달분을 먼저 드렸다.
직원분이 나를 쳐다보며 묻는다.
"약사님. 손님들한테 다 그러실 거예요? 안 갖고 오시면 어떡해요."
항상 안타까운 사연의 손님들에겐 한없는 무장해제라 직원분은 걱정하듯 나를 나무라셨다.
"아뇨. 다 못 해 드리죠. 그런데 코로나잖아요. 저분은 너무 힘들어 보이셨어요. "
그런데 바로 다음날. 어머님께서 약국에 찾아오셨다.
"약사님. 정말 감사하게도 바로 그날 새벽일 구하는 아르바이트가 있어서 바로 돈을 구할 수 있게 됐어요. 약사님이 따지지도 않고 챙겨주셔서 먼저 생각이 나더라고요. 아침에 일 마치고 바로 왔어요."
그러면서 너무 감사하다며 김밥 2줄을 주셨다.
"내가 간단히 싼 건데 한번 드셔 보셔요. 입에 맞으려나 모르겠어요."
나는 그렇게 나머지 1달분을 조제해 드렸고 못 받을 수도 있겠다 생각한 외상값은 바로 다음날 돌려받았다. 나중에 여유 있을 때 약값 갚으시라고 하려 했지만 직원분께서는 눈치채셨는지 그냥 받으셔도 된다고 약값도 꼭 필요한 지출 중 하나라고 말씀해 주셨다.
그날 저녁. 와이프랑 같이 김밥을 나눠 먹으며 이렇게 말했다.
"코로나는 참 힘든 사람들을 더 힘들게 만드네. "
말없이 와이프는 내 등을 토닥토닥 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