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약사의 도시약국

"약사님 이약이 뭐예요?"

by 씩씩한 봉황새

시골약국은 대개 어르신들이 많다 보니 약을 하나씩 설명해 드려도 하시는 말씀이 똑같다.


"우리가 들어서 아나~ 알아서 잘해줘~ "


반면 도시약국은 본인이 먹는 약에 대해서 물어보시는 분들이 많다.


"약사님 이약이 뭐예요?"



어느 날 한 어머님이 찾아오셨다.


투명한 약봉투에 국군수도병원이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약사님. 우리 아들이 군 병원에서 타온 약인데, 이 약이 뭐예요? "


마침 군대를 수도병원을 전역한지라 포장약이 반갑기도 하고 들뜬마음에


"제가 거기 약제과로 전역했어요. 어머님~ 잘 알아요 봐드릴게요~"

약간 신나서 약을 살펴보니 정신과 약물이었다.


잘 안다. 군생활중에 몸이 다치거나 마음이 다친 병사들도 국군수도병원에 와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심한 경우에는 입원을 하는 경우도 있다. 마음이 아픈 병사들이 외출이나 휴가를 나가는 경우 관리자들(장교)들은 보호자에게 약을 인계하고 복용했는지 확인하는 업무를 하고 있다.


금세 입꼬리를 차분히 하고 어머님께 조심스럽게 여쭈었다.


"어머님 이거 아드님이 왜 드시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아들 선임 중에 괴롭히는 애가 있었어요. 그놈은 전역해 버렸다고 하고, 아이는 수도병원에서 약을 타와서 간부가 전화로 챙겨서 먹었는지 확인하시는데 내가 지금 아이한테 무슨 약 인지도 모르고 줄 수는 없어서요. "


우울증 약과 안정제였다. 어머님께 차분히 약에 대해 설명해 드렸다. 하지만 내가 해드릴 수 있는 건 거기까지였다.


"어머님. 힘드시겠지만 아드님이 기댈 수 있는 곳은 가족뿐이에요. 흔들리지 마시고 의연하게 아들에게 괜찮다고, 엄마가 지켜주겠다고 해주세요. 아들이 안전하게 돌아갈 곳이 있다는 확신을 주셔야 아이도 더 건강할 거예요."


어머님은 알겠다고 하시며 눈물을 훔치고 약국을 걸어 나가셨다.


몇 달 뒤 어머님과 아드님이 약국에 웃으며 들어오셨다. 아드님께서 마음의 상처 때문에 조기전역이지만 무사히 나왔다고 같이 인사하고 싶어 왔다고 하셨다. 박카스 하나씩 꺼내주며 아드님께 고생했다고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환하게 웃는 표정에서 이렇게 잘 웃는 청년이 그전에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안쓰러운 생각도 같이 들었다.



처음에 도시약국을 인수하고 나서 어려웠던 점 중에 하나가 손님들께서 정보력이 좋다 보니, 많이 알고 계시고, 많이 물어본다는 점이었다. 나는 이곳에서 이번 경험을 통해 정보를 드리는 게 아닌, 안도감을 드리는 약사가 되어야겠다고 다시 한번 되새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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