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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스크린 골프를 쳤습니다.

내기만 걸리면 전쟁이다.

by Milanokim Mar 01.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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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보 부상도 있어서 원래 3월부터 시작하려고 했는데, 겨울골프도 재미있다고 주장하는 장 씨 요청으로 2월 운동을 진행하자고 하여 예약을 했었다. 그러나 지난번에 이어 이번에도 눈 때문에 라운드가 취소되고 스크린 골프로 대체하였다. 나는 스크린을 별로 좋아하지도 않고, 자주 치지도 않는 편인데, 이 모임에서 벌써 두 번째 스크린 골프를 친다.


스크린 골프의 첫 경험에 아픔이 있었다.

10여 년 전 서울로 출장을 들어왔을 때, 몇몇 동료와 저녁 약속을 했었는데, 아주 간단하게 국밥을 후다닥 먹더니 빨리 가자고 해서 끌려간 곳이 스크린 골프장. 어떻게 쳐야 하는지도 모르고 시키는 대로 하다가 그냥 돈만 뜯겼던 기억이 있다. 전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아서 골프 입문 시 들었던 교훈 ‘돈으로 때우면 된다’는 것을 그대로 실행한 날이었다.


이후 나는 스크린 골프를 치자고 해도 어지간하면 피해왔었고, 지금까지 통틀어 숫자를 헤아려 보아도 10번도 치지 않은 것 같다. 그런데 이들과의 스크린 골프 모임을 2월에만 두 번씩하고 있으니, 그 이유는 이들과 하는 스크린 골프가 운동이라기보다는 그냥 음주 모임에 가깝기 때문이다.


작년에 3 Over로 Life-best score를 기록하고, 지난달에 다시 2 Over로 Life-best를 갈아치운 장 씨, 지난번처럼 자기 주량을 오버해서 마시고 15홀쯤 취해서 본인이 뭘 하는지도 잘 모른다.

늘 100개 언저리를 치면서 연습도 안 하고 레슨도 안 받고 그래도 매번 유쾌하게 골프를 즐기는 변 씨, 끝없는 주량을 과시하며 마시나 안 마시나 동일한 자세를 유지한다.

늘 자기가 옛날에는 80대도 쳤고, 레슨도 많이 받았다고 골프를 잘 치는데 나하고만 치면 이상하게 잘 안 맞는다고 주장하는 성씨, 늘 100개 전후를 치는데 타고난 주량으로 주변 사람들을 기분 좋게 술을 먹게 만들어 승리를 취한다.

그리고 80대와 90대를 한 번씩 사이좋게 왔다 갔다 하는 나, 원래 주량이 약해 늘 남들의 반만 마시지만 음주 모임에는 자주 참석하고 즐기는 스타일이다.


이렇게 4명이 모였다.

팀을 나누어서 1차, 2차 내기를 했는데, 18홀 성적으로 스크린 골프 비용(술 포함) 내기를 한다.

그리고 전반 9홀 성적을 계산하여 점수를 조정하여, 후반 9홀만으로 저녁식사 내기를 추가한다.

지난번에는 그것이 부족하여 당구를 한게임 쳐서 3차 맥주 내기를 하기도 했다.


40여 년 친구라 흉허물도 없다.

버디 하면 축하 원샷, Double Par는 위로 원샷

시간이 4-5시간 걸리고, 안주도 떡라면, 마른안주뿐이지만 식당이나 맥주집에서 술을 마시는 것보다 더 유쾌함이 있다. 맥주 7천 cc에 소주 3병을 마셨다.


오늘 시합의 결과는 실력과 관계없이 완전 정반대의 성적이 나왔다.

74타로 지난번 라베(Life Best)를 기록했던 장 씨가 102개를 쳐서 꼴찌를 하고,

그래도 80대 중반을 치는 내가 93타,

성씨가 88, 늘 100타를 왔다 갔다 하던 변 씨가 87타로 1등.

실제 필드에서는 술을 이렇게 마실 수도 없고, 변수가 많아 원래 핸디와 비슷한 결과가 나오겠지만 어쨌든 오늘은 꼴찌의 반란이었다.

다행히 나는 1등을 한 변 씨와 한 팀이 되어, 스크린과 저녁을 공짜로 해결했다.

그냥 친구들에게 저녁을 한번 사는 것은 전혀 안 아까운데, 이렇게 내기에 져서 돈을 내는 것은 너무 아까워하고, 모두가 이기려고 별의별 방법을 다 쓴다. 내기가 있어 스크린 골프가 재미있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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