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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일지를 시작하며

친구, 유머, 술이야기

by Milanokim Feb 22.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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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일 하루에 두 시간씩 Gym에서 웨이트를 하고,

골프를 자주 치지만 게으른 천성을 타고나서 뒹굴거리는 것을 좋아하는 반면 액티브하게 운동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다.

골프를 시작한 것으로 따지면 25년의 경력을 자랑하지만 제대로 치기 시작한 것은 몇 년이 되지 않았다.

심각한 허리 디스크로 인해 골프라는 운동 자체를 자제해 왔었고, 어쩔 수 없는 자리에 참석하거나 가끔 인사하는 정도의 골프 회동을 즐겼었다.

코로나를 거치면서 외부 활동으로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 보니 골프를 자주 쳤었는데, 나이 든 사람들이 즐기기에 좋은 과격하지 않은 운동이었고, 4명이 모여서 끝없는 수다와 내기(일명 경쟁)를 하는 것에 흥미가 생겨, 계기로 골프 모임을 자주 하게 되었다.

대부분 과거 회사 동료들, 학교 동창들, 선후배들과 운동을 하니, 사람에 대한 부담도 없이 즐길 수가 있는 듯하다. 가끔 회사 거래선들과도 운동을 하지만 마음 편한 일이나 특별히 이권 걸린 것이 없으니 만남이 더 즐겁다.

 

다니던 회사에서 스스로 룰을 지키고 관리하고 통제하는 예의와 에티켓이 중요한 스포츠라서 권장을 하기도 해서 시작은 했지만, 내가 골프를 조금 진지하게 대하게 된 것은 골프 기자였던 제임스 도드슨이 쓴 ‘마지막 라운드’라는 책을 읽고 나서인 듯하다. 이 책은 말기암으로 2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은 아버지와 마지막 여행으로 영국 전역을 다니면서 골프를 치며 대화를 하는 내용이었는데 골프이야기도 많지만, 아버지와 작가와의 추억, 관계를 회고하면서 인생의 의미와 사랑을 깨닫게 하는 책이었다.


골프를 빗대어 전하는 아버지의 교훈이 녹아 있는 책이었다.

이 게임의 묘한 점은 필사적으로 달려들면 달려들수록 원하는 것은 오히려 멀리 달아난다는 점이지. 어떤 게임이든 모두 그렇겠지만, 골프는 특히 그렇단다. 모든 것에는 정반대의 요소가 포함되어 있어. 그래서 기적적인 일이 일어날 순간에 그 기적은 달아나지. 누군가가 했던 말인데, 천국으로 가는 길 그 자체가 바로 천국이라는 거야. 약간 부족한 정도가 많이 가지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는 말이지.’


이즈음 우리 가족은 이탈리아 밀라노에 이주하여 나는 회사 업무에 정신이 없었고, 가족은 해외생활에 적응을 하느라 한국에 비해 가격도 싸고 시간 낭비도 적었지만 골프를 많이 치지는 못했다.

그래도 한국에서 내가 가족을 거의 케어하지 못하고 일에만 몰입했던 것을 반성하며 취미활동을 가족과 같이 하고 싶어 모두에게 골프를 가르치고 같이 운동하려고 했었지만 가족들뿐만 아니라 나도 골프에 매력을 많이 느끼지 못했고, 시간도 많지 않은 직장 생활이라 일 년에 한두 번 같이 한 것이 전부였었다.


나는 야외 잔디밭에서 걸으며 골프를 치는 것을 좋아하지만, 골프라는 운동 자체보다는 친구들을 만난다는 즐거움이 더 크다. 그래서 늦은 듯하지만 ‘나의 골프일지’를 작성하여 ‘친구들과 나’의 기억, 흔적, 유쾌함 그리고 사람에 대해 기록해 두려고 한다.


골프장에서 만나는 인간상은 참으로 다채롭다.

분명히 프로도 칠 수 없는 장애물 뒤에 놓인 공인데 무언가를 보태서 너무 잘 탈출시키는 사람,

공이 숲으로 들어가 분실되어 벌타를 먹어야 하는데 일명 알까기(몰래 다른 공을 내놓고 찾았다고 하는 것)하는 사람, 디봇(Divot 샷을 할 때 클럽 헤드가 잔디를 파내며 떨어져 나가는 잔디 조각을 의미한다) 자국에서 치기가 어려우니 몰래 슬쩍 옮겨놓고 치는 사람 등 그냥 봐주고 넘어가기에 불편한 사람들있지만, 

그렇다고 너무 고지식하게 골프는 자기 자신과의 약속이므로 반드시 룰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부담스럽다.


골프는 동반자와 함께하는 운동이다.

그래서 정규 골프 시합에서 시행하는 공식적인 규칙보다 우선하는 것이 로칼룰(Local Rule)이고 그것보다 가장 우선하는 것이 동반자룰이다. 같이 운동하는 사람들이 규칙을 정하고 그렇게 진행하면 되는 것이다.

운동 시작 전에 동반자들이 합의하여 규칙만 정하면 다툴 일이 없다.

그러나 같이 정한 동반자 룰을 무시하면 매너가 없는 사람으로 소문이 나서 다음에 운동에 초대받지 못하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


2024년 한 달에 열 번 전후로 골프를 꽤 자주 쳤었는데, 거리 욕심이 많아서 하반기에 왼팔에 엘보 부상을 당했다. 겨울 비수기를 지나며 조금 더 골프를 오래 치고 싶은 생각에 자세 교정을 위한 레슨을 받고 있다.

힘 빼고 부드럽게 치는 이론이나 방법은 교육을 받고 숙지를 했지만, 실제 몸으로 구현하는 것은 어렵다.

프로선수들처럼 수만 번 연습을 하면 성과를 얻게 되겠지만, 어중간한 숙련이고, 몸에 밴 잘못된 과거 습관, 여전한 욕심 때문에 아직 힘이 과하게 들어가고 온몸에 부담을 주게 친다.

책에서 나온 이야기 그대로 골프는 우리 인생살이의 축소판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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