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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호 Jun 24. 2021

북미의 어머니 날

북미에서의 5월 2번째 주일은 어머니 날이다. 다른 명절과 마찬가지로 백화점이나 쇼핑몰의 광고 전단지에서 제일 먼저 이날의 到來를 알리지만 애들이 다니는 학교에서도 이날이 되면 무언가 어머니에게 선물을 하게끔 하는 것 같다.


해서, 우진이란 녀석이 학교에서 색종이와 빨간색 천으로 무슨 꽃을 만들어 왔다. 그리고 카드 같기도 하고 그냥 메모지 같기도 한 일종의 편지를 써서 제 엄마에게 주었나 보다.


제목 : 우린 엄만 특별해(My Mom is Specila!)!

간혹 문법도 틀리고 철자도 안 맞지만 한 번 읽어 내려가면…


My Mom is special because she loves me she read me a storys a sometimes sleep with me.

(우리 엄만 나를 좋아하고 동화책을 읽어주고 가끔 나랑 같이 자서 특별해)

--- 나도 가끔 녀석에게 동화책을 읽어 주는데 이게 보통 귀찮은 게 아니다. 녀석은 귀담아듣지도 않고 다른 장난이나 하니 내가 질소냐 한 줄 건너 읽거나 한 페이지를 몽땅 건너뛰기도 한다. 그리고 영어책을 꼭 한국말로 읽어 달라고 하니 때 아닌 밤중에 영어 공부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하지만 제 엄마는 뻣뻣한 한국식 발음으로 영어로 한 번, 또 번역해서 한국말로 한 번…..

아무리 늦은 편인 우진이도 누가 된장인지 누가 똥인지 구분은 한다.


계속 하기를,

I like it when my Mom smiles and byes me toys.(엄마가 나보고 웃고 장난감 서너 개 사줄 때가 나는 좋더라)

---- 웃는 모습 싫을 건 없으니 그렇다 치고... 장난감 사주돼 하나 말고 여러 개 사주어야 좋다는 얘긴데… 비록 녀석의 철자가 틀려도(BYE가 아닌 BUY) 장난감 사내라는 메시지가 이토록 분명할 줄이야…. 임마, 장난감 살 돈은 누가 만드니?


My Mom can do many things! I think she’s best at cooking.(엄마는 별거별거 다하는데 그중에서 밥을 제일 잘해)

--- 듣기에 따라서 좀 애매하지만 그래 맞다. 엄마 없으면 누가 맛있는 밥해 주니? 하지만 니 아빠네 엄마는 정말 요리를 잘하셨다. 그분이 하시던 두부찌개가 얼마나 맛있었는지 너는 모를 거다. 또 불고기는 어땠고… 언제 다시 그 맛을 볼 수 있을까?


My Mom has a pretty smile! I like to make her smile by makeing smile(엄마 웃는 모습은 예뻐! 내가 웃으면 엄마도 따라 웃는 게 나는 좋아)

---- 우리 엄마도 내가 웃으면 따라 웃으셨다. 다만, 웬일인지 내 기억에는 우리 어머니가 웃으시는 모습보다는 걱정을 하시는 모습이 더 남아 있구나. 그때마다 어서 커서 훌륭한 사람 돼서 엄마를 기쁘게 해드리려 했는데….. 훌륭한 사람이란 과연 어떤 사람일까?


My Mom is as pretty as me(엄마는 나만큼 예뻐)

– 니 자랑이냐? 엄마 칭찬이냐?


My Mom is smart! She even knows 99 X 9.(엄마는 똑똑해. 99 곱하기 9도 할 줄 알아)

--- 야, 니 아빠가 엔진 설계도 할 줄 아는 거 알면 너 기절하겠다. 99 곱하기 9도 못하면 어떡하냐? 그리고 너 이담에 색시 고를 때 SMART한 여자보다 NICE한 여자를 골라라. 알았니?


녀석의 편지를 보고 낄낄거리고 있는 우리 부부에게 민정이가 다가와서 꾸깃꾸깃한 선물 보따리를 내놓는다. 그것을 펴보니 “할머니에게” 하고 적힌 사진 액자가 들어 있다. 그리고 민정이는 ““엄마에게” 하고 적힌 것은 더 비싸서 그냥 이걸 샀어” 한다.


그래 어차피 할머니 될 건대 뭘.... 아! 나는 우리 어머니에게 과연 어떤 선물을 했었나? 어머니 좀 더 오래 사시지요…..-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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