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기호 Oct 31. 2021

라스베가스 주변 3박 4일

주마간산- 라스베가스, Zion Canyon & Death Valley

법칙 1. 친구를 그리워하는 마음은 거리에 비례한다. 멀리 떨어져 있을수록 그리움은 커진다.
법칙 2. 친구를 만나는 즐거움은 세월에 비례한다. 세월이 흘러 나이가 들수록 즐거움은 커진다.


북미 여러 군데 흩어져 살고 있는 고등학교 친구들 4 부부가 네바다 라스베가스에 모였다. 그리곤 베가스를 중심으로 유타의 자이언 캐년, 캘리포니아의 Death Valley를 3박 4일간 여행을 했다. 

<Day1> 

친구들과 함께 묵은 라스베가스 벨라지오 호텔. 


라스베가스는 모방의 도시다. 내로라하는 호텔마다 정해 놓은 소위 “테마”라는 미명 하에 온통 모조품 일색으로 꾸며져 있다. 맨해튼 브릿지나 자유의 여신상(New York New York 호텔), 에펠탑과 개선문(Paris 호텔), 플라스틱으로 만든 스핑크스, 피라미드, 오벨리스크, 로마의 트레비 분수, 콜로세움, 베네치아 곤돌라 등등의 모조품들이 호텔 안팎에 즐비하다. 


우리가 묵은 벨라지오 호텔은 이태리 북부에 있는 COMO 호수와 호수 주변에 있는 아름다운 휴양도시 벨라지오를 테마로 한 것이다. 호텔 앞에는 작은 호수가(물론 Lake Como라고 부르는) 있는데 이곳에서 15분마다 벌어지는 분수쇼는 베가스(현지인들은 라스베가스를 베가스라 부른다)의 명물 중의 하나이다.


베가스의 호텔값은 수시로 변하기 때문에 운만 좋으면 그리 비싸지 않게 예약할 수 있었지만 호텔 객실은 다소 기대에 못 미쳤다. 특히 물이 부족한 도시답게 Bath Tub이 없으며 또 호텔비 외에 Resort Fee라는 Hidden Price가 있다. 식수와 간단한 아침은 슈퍼에서 사서 객실 안에서 해결하길 추천!

벨라지오 호텔 로비

그러나 호텔 로비는 위의 사진처럼 아주 예쁘게 꾸며져 있다.

벨라지오 호텔 로비 천장

호텔 로비 천장은 형형색색의 Glass Arts로 예쁘게 장식되어 있다. 


인간들도 온통 가짜 투성이다. 가짜 엘비스, 가짜 마이클 잭슨, 가짜 브리트니가 밤마다 남의 노래를 제 것인 양 불러 젖히고 사람들은 아는지 모르는지 가락에 맞춰 흥겹게 어깨를 들썩인다. 


그러한 수많은 모조품들은 구약의 소돔과 고모라에서 모방해 온 것이 틀림없을 “환락과 유혹”이라는 퇴폐적 主題를 꾸며주는 素材에 불과할 뿐이다. 오 하나님! 오죽하면 사람들은 그곳을 “SIN CITY”라고 부를까? 


수많은 모방에도 불구하고 그러나, LAS VEAGS는 창조의 도시다. LAS VEGAS의 본격적인 발전은 ENGINEERING으로부터 시작되는데 콜로라도 강줄기의 볼더 댐(후에 후버댐으로 개칭됨) 건설이 바로 그것이다. ENGINEERING이야 말로 창조적인 인간役事의 전형이 아닌가? 

자연 댐의 건설에는 수많은 남자들의 근육이 필요했고 일에 지친 근육들은 도박으로 즐거움을 얻었으며 허리끈 아래 산업도 암암리에 성행하게 되었다. 비록 창조적이라고 하기에는 어패가 있을지라도 이런 역사 또한 유니크하다.


그러나, 모방이냐 창조냐는 LAS VEGAS의 본질이 아니다. 도시의 본질은 인간의 말초적, 관능적 욕망을 비수처럼 겨누고 있는 유혹과 환락이다.


후버댐 노동자들의 지친 근육을 풀어주던 종류의 위안은 더 이상 아니지만 효율과 경쟁에 지친 현대인의 마음을 풀어줄 수 있는 잠시 동안의 해이함이다. 단, 해이함의 정도를 조절하는 것은 전적으로 개인의 책임이지만... 카타르시가 될 것이지 재앙이 될 것인지는 전적으로 개인 책임이다. 

그런데 과연 유혹이란 나쁘기만 한 것인가? 유혹이란 종종 단련의 수단이 아닐까? 절제의 아름다움은 오히려 유혹 속에서 빛나지 않을까? 유혹이 아주 없는 곳, 그곳에 절제란 무의미하다.


베가스의 한인 인구는 3만 명 이상이나 된다. 게다가 LA가 가깝고 한국 관광객도 많이 찾는 곳이라 Korea Town이 제법 크다. 
타운에 있는 어느 순두부집에서 북미 고교 동창회의 공식(?)적인 Convention이 성대하게 시작되었다.


<Day 2> 

다음날 3시간의 시차 때문에 엄청 헤매다 유타주에 있는 자이언(Zion) 캐년에 당도했다. 

- 그러니까 지난밤, 자리에 눕자마자 여독으로 금방 잠이 들었는데 얼마  안 있다 깨어 버렸다. 왜 그렇지 않은가? 나이도 들고, 잠자리도 낯설고... 해서 수면제를 먹었는데 그것이 문제가 돼 아침에 제대로 일어나질 못한 것이다.  덕분에 친구들 많이 기다리게 미안했다. 짜식들 차라리 불평이라도 했음 좀 덜 미안했을 텐데.....  
 

어딜 돌아보아도 웅장하고 아름다운 자이언 캐년엔 추색이 너무나 곱다.

친구 하나가 손수 디자인, 제조, QC, 운송까지 한 모교 교복(T 셔츠)을 모두 함께 같이 입었다. 


하루에 돌아보기엔 너무 큰 곳... 우린 그중에서 제일 높은 곳, 천사가 강림했다는 곳, Angel's Landing 바위로 간다. 출발은 일단 좋다. 어떤 부부는 엄청 장비가 좋다.


계곡의 맑은 물 위로 예쁘게 다리가 놓여 있다. 그 다리를 건너 로키산맥에 쌓인 눈이 녹아 흐른다는 작은 강(Virgin River, 몰몬의 작명, 성모 마리아를 뜻)을 따라 오르다 어느 정도 고도가 높아지면 아주 가파른 21개의 Switch Back을 올라야 한다. 
봉우리 꼭대기는 너무 험해 굵은 쇠사슬을 잡고 가야 하는, 마치 도봉산(북한산이던가?) 포대능선을 연상케 하는 난코스가 있다. 
총 거리 4킬로 대략 500미터 고도차... 거길 오르겠다고?  


제법 높은 곳에 올랐다. 저 멀리로, 저 아래로 내려다 보이는 캐년의 가을이 정말 장관이다.


이곳의 스케일은 수억 년 바로 지구의 지질학적 역사이다. 콜로라도 고원을 층층이, 겹겹이 쌓은 암반의 이야기는 수억 년의 스케일이요 그 위를 흐르며 천사들의 정원을 조각해 나간 가느다란 물줄기의 스토리는 실로 수천만 년에 걸쳐 있다.


어쩌다 들려 가벼운 웃음만을 남기기엔 우리 인생은 너무나 짧고 가볍다..!  


그렇다고 기죽을 필요는 없다, 자 즐겨요 그리고 순간을 아끼고 사랑해요! 


계곡 어느 한 모퉁이, 붉은 단풍이 붉은 암반을 배경으로 부부에게 가을의 은어를 건넨다. 

지나온 길을 돌아보면 나름 가슴이 뿌듯하다. 본격적인 Switch Back은 아직 아니지만 우린 여기서 만족하기로 했다.


다시 Visitor Center로 돌아와 올려다본 건너편의 또 다른 바윗 덩어리


<Day 3> Death Valley, California - Hottest, Driest & Lowest

Hottest - 1913년 7월 10일, 미국 연방 기상청에 따르면 이곳의 기온은 134 °F (56.7 °C)까지 치솟아 올라 지구 상에서 가장 높은 기온을 기록한다. Furnace Creek 이름 그대로 용광로인 셈이다. 요즘이야 기상이변으로 어느 곳에서 언제 최고 기온 기록을 갈아치울지는 모르나 어쨌든 Death Valley는 지구 상에서 가장 더운 곳이라는 타이틀을 지니고 있고 때문에 많은 자동차 회사들이 이곳에서 자동차 시험(Summer Test)을 한다.


Driest - 이곳은 북미에서 가장 건조한 곳으로 2020년에는 고작 24밀리의 비가 내렸고 비가 많이 올 때라도  100밀리 미만 내린다고 한다. 바위산이 빗물에 깎여 위 사진에서 보이는 것 같은 형상이 되려면 그야말로 억겁의 세월이 필요할 것이다. 한때 이곳엔 광산 사업이 발달해 있었다고 한다. 나무 하나 풀 한 포기 없는 바위 밑에는 값비싼 광물들이 숨어 있었던 것이다. 자연도 경이롭지만 인간들도 참 극성스럽다. 특히 유럽 넘들... 여기까지 와서....   


참 나름대로 다들 분주 하구나

Lowest - Death Valley에 있는 Bad water basin은 북미에서 제일 고도가 낮은 곳이다. 이곳의 고도는 바닷물 높이 즉 해수면보다 280 피트 대략 85미터가 낮다. 때문에 중력은 높고 공기 밀도도 높은 것이 기온을 높이는데 한몫했을 것이다. 

Bad Water란 지명은 초기 탐험가들이 몰고 온 당나귀가 이곳의 짜디 짠 물을(한 때 물이 있었나 보다) 마시지 않는 걸 보고 Bad Water!라고 내뱉은 것이 지명으로 굳어져 버린 것이다.    


아직도 남아 있는 소금밭은 한 때 이곳이 바닷속이었다는 사실을 말해 준다. 친구 중 하나가 직접 소금 맛을 확인했다.

여기서는 정말이지 말조심을 해야 한다. 공기의 밀도가 높다 보니 멀리서 지나치는 사람들의 목소리도 아주 크고 또렷이 들린다. 왜냐면 공기라는 매질을 통해 소리가 전달되는데 매질의 밀도가 높을수록 목소리(사실은 모든 파동이) 전달이 잘되기 때문이다. 

단순한 이론을 넘어 지나가던 다른 한국 관광객들의 재미있는 대화를 듣고 우린 빵 터졌다. 


사진을 확대해 보시라. 2/3쯤의 높이에 SEA LEVEL이라는 표지가 보인다. 아닌 게 아니라 표지가 있는 것도 모르고 우리 사이엔 논쟁이 있었다. 물이 있다면 얼마큼 높을까? 하는 게 쟁점이었다. 어떤 친구는 저기 저산 꼭대기쯤 될 거야  했고 또 누군 야 말이 되냐 어쩌고.... 그랬는데 표지판 보고 다 잠잠해졌다.


10월 하순 오늘 기온은 22도 정도? 정말이지 관광 하기엔 완벽한 날씨다.


Day 4 - 마지막 아침을 함께 하고 우리는 아쉬운 작별을 하고 각자의 집으로 향했다.

콜로라도 로키산맥 상공 이제는 현실로 돌아간다. 3박 4일이 왜 이리 짧아??!!
-끝-
PS: 카지노에서 돈 따는 장면 (그러나 8명 중 7명이 잃었다)




                                                                  






작가의 이전글 백조의 노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