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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호 Nov 08. 2021

Movember - 수염 기르는 11월

Movemeber란 Moustaches(콧수염)과 November의 합성어이다.


11월은 남성들만이 겪는 병(예를 들면 전립선암 등)의 위험성을 환기시키기 위해서 그리고 그러한 병에 걸려도 돈이 없어 치료를 못해 죽어가는 남자들을 위한 기금 모음(Fund Raing)을 위해 수염을 기르도록 장려되는 특별한 기간이다.


이 것은 자선 운동의 일환인데 1999년 호주의 선술집에 모인 몇 명의 젊은이들에 의해 Movemeber라는 운동의 이름과 아이디어가 고안된 후 2004년 정식으로 30여 명의 남성이 30일 동안 수염을 기르지 않음으로써 남들의 관심을 받고 그것을 바탕으로 기금을 모았던 것이 이 자선(Charity) 운동의 시발점이 되었다고 한다.  


이제는 많은 나라에서 시행되고 있는 이 운동에 참여하려면 수염 기르기 전과 수염을 기르고 난 후의 사진을 Online에 올리면 된다. 그러면 그중 가장 멋있게 수염을 기른 사람을 투표를 통해 뽑는다고 한다. 물론 기금도 모아야 하겠지만....


자선단체에 의하면 수염을 기르는데 다섯 가지의 룰이 있다고 한다.

1: 일단 선수(?)로 등록을 하고(movember.com), 11월 1일 깨끗이 면도를 한 얼굴로 게임을 시작을 한다.

2: 11월 한 달 동안 수염을 기르고 또 말끔히 다듬기도 해야 한다. - 그냥 기르기만 하면 안 된다.ㅎㅎ

3: 가짜 수염은 안 된다. 턱수염(beards, goatees)도 안된다..... 흐~음

4: 콧수염을 대화의 실마리로 삼고 기금 모음의 무기로 써라... ㅋㅋㅋ

5: 참가자들은 매사 신사로서 행동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산도적처럼 보일 테니 ㅎㅎ


오랫동안 그려보았다. 콧수염이랑 턱수염이 멋지게 자란 중년의 내 모습을.... 사실은 수염을 기르려 두어 번 시도한 적도 있으나 집사람의 반대 때문에 결실을 보지 못했다.


그런데 우리 집 사람은 지금 장기 출타 중이니 절호의 찬스가 아닌가! 해가 짧아지면서 아침 기상이 더욱 싫어지는 요즘에 건설적인 이유로 수염 기르는 것이 장려가 되다니 얼마나 훌륭한 발상인가? 면도할 시간에 잠을 더 자는 것만으로도 심신이 건강해질 것 같다.


나도 참가하기로 했다. 단, 등록이고 뭐고 경기에 참가하는 선수가 아니니까 모든 수염, 얼굴에 나는 모든 털을 기르기로 했다.


한 일주일 길렀나? 거울을 보니 아직 수염이 충분히 길지 않아 자리가 덜 잡힌 형상이다. 마치 개구리도 아니고 올챙이도 아닌 어정쩡 한 무렵의 그 파충류(양서륜가?)가 떠 오른다.


사무실내 다른 동료들은 벌써 멋진 수염을 휘날리며 미소를 짓는데 나는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짐짓 외면한다. 게다가 웬 흰 수염이 곳곳에 보이는지?


며칠 더 지났다. 이제 거의 2주간 자란 수염인데도 여전히 자리를 잡지 못한 것 같다.


어제 아침엔 무슨 생각인지 모르지만 머리 감는 것도 생략하고 출근을 했는데 그 모습을 본 우리 딸이랑 동갑내기 여사원이 "Miss my wife" blues(마누라를 그리워 하는 병)에 걸렸다며 놀린다.


그런데 오늘은 같이 점심 먹던 동료가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부인이 없는 티가 예서 제서 난다고 한다. 수염도 길고 머리도 길고 먹는 음식량도 평소보다 많은 게 꼭 아침 못 먹은 사람 같다는 것이다.


난 그 말을 듣고 퇴근하는 즉시 수염을 말끔히 밀어 버렸다. 긴 수염 덕분에 입 주변 두어 곳을 면도칼에 베이기도 했지만 올드 스파이스의 향내와 더불어 나도 이만하면 괜찮게 생겼어하고 흐뭇해 버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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