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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호 May 08. 2022

미국 대륙 횡단 여행 2

자동차 여행이든 도보 여행이든 아니면 나그네 인생살이던, 길 떠나는 사람에겐 필요한 질문이 있다.
나는 어디로 가는가?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여행 잡동사니를 차에 가득 채우고 집을 나서니 푸른 하늘 둥실 떠 있는 흰구름이 앞서가며 어서 오라 손짓하는 것 같다.

시원스레 뚫릴 줄 알았던 94번 인터스테이트(I-94) 고속도로는 미시간 대학 도시 앤아버에 이르니 곳곳이 공사 중이라 Detour 팻말이 여기저기 붙어 있고 그 팻말을 따라 이리저리 돌아가야 하는데 구닥다리 GPS는 눈뜬장님, 저만 아는 길로 계속 가라 고집을 피운다.

겨울이 길고 눈이 많이 내려 그렇다고는 하지만 미시간의 도로는 정말이지 친자동차 산업적이라고 비아냥 대지 않는다면 정신 건강에 해로울 정도다. 벨지안 로드(자동차 내구시험용 도로, 표면이 몹시 거칠어 가혹한 내구 시험조건을 제공한다)를 방불케 하는, 표면이 파이고 갈라진 도로가 미시간 전역에 널려 있으니 내가 사는 미시간의 모든 동네가 자동차 내구시험에 최적의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고 할 밖에.... 혹시 자기차가 얼마나 단단한 지 궁금한 자 있으면 다 이리로 오라!

한편으론 자동차가 미시간에서 인디애나나 오하이오의 경계를 넘는 순간 진동소음이 갑자기 줄어들거나 마눌지하의 잔소리가 돌연 또렷해지게 되어 표지판을 보지 않더라도 아하 이제 막 주경계를 넘었구나 알아차리게 되는 안전 운행상 도움이 되는 이점이 있긴 하다.


휴게소에서의 점심. 브루스타로 물을 끓여 컵라면과 몇 가지 주전부리로 해결한다. 시간 절약, 비용 절약, 느끼한 양식 생략.... 일석삼조 아니 일 컵 삼약이로다. 아으! 

고속도로 휴게소 시설은 주마다 다르지만 대부분 화장실과 자동판매기, 그리고 Picnic Area에 바베큐 그릴과 테이블이 마련되어 있다. 그렇지만 간단한 식사를 할 수 있는 식당이 있는 곳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러니 한국의 휴게소는 정말이지 천국이나 다름없다. 다만 미국의 고속도로는 대부분 무료다.

.......


세상이 많이 변했다.

특히 카톡의 파워는 엄청나다.   

학교 졸업 후 40년 넘게 한 번도 본 적이 없던 옛 친구들과 마치 산불 번지듯 온라인상으로 연결이 되었는데 - 소위 말하는 단톡방, 단체 카톡방의 준말이란 건 나중에 알았다, 에는 200 명이 넘는 옛 친구들이 들어와 있다 -  그러던  에 미국으로 이주해 뿌리박고 사는 친구들도 여럿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시카고에 하나, 유타에 하나, 캘리포니아에 여럿, 그리고 국경 넘어 캐나다에 하나!! 야구 한 팀을 성원할 수 있는 숫자이다.  


그중 하나가 시카고 근처 Naperville에 산다고 하니 어찌 그냥 지나치리오. 그 친구는 40여 년 세월의 간극도 마다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쳐들어간 우리 부부를 반갑게 맞이해 준다. 젊은 시절 새파랬던 모습이 많이도 변했지만 그래도 우리 첫인사는 "야 너 아직도 똑같구나. 하나도 안 변했다"였다.   


우리 집 막내 푸들 강아지는 쥔 집 푸들한테 한 두 번 찜빠를 먹었지만 녀석들은 초면이라 뭐 그만하면 괜찮은 편이다.


이른 저녁을 먹고 거리 구경을 나섰다. Naperville은 아름다운 다운타운이 인상적이었다. 축구장 몇 개나 됨직한 넓은 땅을 파 만든 야외 수영장과 도시 곳곳을 연결하는 자전거 길은 정말로 시민들의 건강과 복지를 위한 시설처럼 보이고, 도심 한가운데를 관통하며 흐르는 평화로운 강 양쪽엔 불 밝힌 상점들과 식당들이 도열해 있으며 식당 안에선 은은한 간접 조명을 받은 사람들이 음식과 정담을 나누고 있다.... 그래 인생은 이렇게 사는 거야....

언뜻 쳐다본 봄날의 밤하늘엔 반달과 수많은 별들이 반짝거리니 갑자기 집 떠난 방랑자가 된 듯 객수는 하염이 없어라...


하룻밤은 그 간의 회포를 풀기엔 너무 짧다. 특히 30년을 넘나드는 이민생활을 겪어 온 60대 중년의 가슴을 풀기엔 정말 그랬다. 그렇지만 아직 미래가 있잖아!!

일요일 이른 아침. 끝없는 평야를 가로질러 서쪽으로 향하는 고속도로는 한산하고 하늘은 여전히 푸르다. 오늘은 771마일을 달려야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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