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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호 May 14. 2022

미국 대륙 횡단 여행 3

중부지역 대평원을 지나며


일리노이즈의 평야는 마치 도화지처럼 평평 하지만 미시시피강 서쪽 아이오와 주라 불리는 땅은 크고 작은 언덕이 오르락내리락 계속해서 지루하게 반복되는 곳이다.

그 땅 한가운데쯤 Des Moines라는 대도시가 있는데 그곳은 4년에 한 번씩 전 세계의 이목을 받는다.

바로 Iowa Caucus 대선 후보를 뽑는 민주, 공화 양당의 전당대회가 이 곳에서 처음으로 열린 후 이어 전국의 여러 도시를 돌아가며 열리기 때문에 이 곳의 결과가 해당년도 대선의 향방에 어떤 이정표가 될까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기 때문이다. 지난번, 2020년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는 지금 교통부 장관인 피터 부티지가 최대 득표를 했고 근소한 차이로 버니 샌더스가 두 번째, 그리고 지금 대통령인 바이든이 세 번 많은 득표를 했다. 하루 전날 열린 공화당 경선에서는 당시 현직 대통령인 트럼프가 압도적인 차이로 당선되었고...


농업이 주 경제활동인 아이오와는 미국 내에서도 재미없는(Boring) 주로 손꼽히는 곳이지만 공공연히 동성애자임을 밝히는 피터와 사회주의적 색채가(그래 봤자 미국 기준이지만) 강한 버니에게 후한 점수를 주는 유권자의 성향을 감안하면 드모인 시민들은 아주 진보적인 사람들인 것 같다. 다만 트럼프가 압도적 지지를 받는 것을 보면 좀 헷갈리기도 한다.   

드모인에서 30여분 서쪽으로 갔을까? 존 웨인의 생가가 나오고 거기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 영화 배경이 된 지붕 있는 다리(covered bridge)가 있다.




다리에 지붕을 얻는 이유는 간단하다. 변변한 부식 방지 기술이 없었던 그 당시에 목재로 만든 다리는 빗물에 몇 번 노출되면 쉽게 썩어 버려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러던 중 지붕을 해 얹으면 목재에 빗물이 닿는 것을 원천 봉쇄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누군가 생각해 낸 것이다. 엔지니어 즐겨 쓰는 말로 하자면 Root Cause제거! 알고 보면 별거 아니지만 아마도 수많은 아이디어가 시도되었을 것이라 믿긴다. 초기 공사비는 좀 더 들었겠지만 썩은 다리 계속해서 수리하는 비용보다는 훨씬 경제적이었을 게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지극히 기능적인 것은 지극히 아름답다"라는 광고 카피가 틀린 말은 아니라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날렵한 스포츠카는 빠른 속도를 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보기에도 아름답지 않은가? 뭐 그런 식이다. 또한, 예를 들자면 끝이 없을게다.

<이렇듯 지붕을 해 얹은 다리는 아름답고 낭만적 이어 보이기까지 하는데 혹시 이 말에 동의하지 않으실 분 있으면 위 사진을 보시라. 바로 스위스 루체른에 있는 카펠(예배당이란 뜻) 교이다.>

그 영화 끝날 즈음 비가 억수로 쏟아지는데 두 중년 남녀는 각자의 픽업트럭에 앉아 서로가 다가 오기를 목마르게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사랑하기엔 떨거지들이 너무 많아 그대를 보내노라!

ㅎㅎ 알고 보면 젊었을 적 내가 그냥 보낸 잠재적 "그대"도 부지기수인데 다만 증명할 길 업쓰이 안타까울 따름인뎌!

어쨌든, 그 동네에 비가 많이 온다는 사실쯤 눈치챌 수 있는 장면이니 다리에 지붕 덮는 건 그네들이 알아서 하겠지만, 그런데 하나 갸우뚱 스러운 것은 왜 많은 사람들은 그 영화를 보고 그렇게 아름답고 낭만적이라고 생각을 했을까? 게다가 무언가 안타깝다는 생각까지 한 모양이다. 바람피우다 못 피워 아쉽고 불에 데지 않은 불장난은 낭만적인 것일까? 에라, 난 안 해 봐서 모르겠다.

투자의 귀재, 투자의 전설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이 사는 네브라스카는 서쪽으로 갈수록 고도가 높아지는 땅이다. 대략 300 - 400 미터로 시작해서 콜로라도 접경에 이르면 한 1500미터에 이르는 고원지대로 농작물보단 가축 등을 방목해 기른다. 1000미터가 넘는 고도차에도 불구하고 워낙 땅 덩어리가 넓어 계속해서 평평한 곳을 운전해 가는 기분이다...

그런데 그 양반, 이런 시골에서 소나 기르거나 옥수수 농사를 하는 대신 떨어져도 아주 멀리 떨어진 뉴욕의 월스트리트 사람들이 하는 주식 투자에 어떻게 그렇듯 일찌감치 관심을 보였을까?



<사진이 시원치 않은데 저런 초원에 까만 Angus소들이 떼 지어 풀을 뜯어먹고 있다. 올개닉 소고기>



<네브라스카 휴게소에 발견한 동판 내용: 1864 - 1867년경 소위 서부개척 시대. 유럽인들이 말을 몰고 서쪽으로 통하는 통로(trail)를 만들던 와중에 북미 원주민들의 공격으로 몇 차례 학살이 일어났다. 그리고 전보를 보내는 전깃줄도 끊어졌다...기타등등>

위의 내용은 I-80 고속도로상의 어떤 휴게소에 세워진 동판에 새겨진 글로 미국의 초기 역사를 소개하는 글이다. 여기서 대학살(Massacre)이란 수명의 (several) 백인이 원주민에 의해 당했다는 사실을 뜻한다.
그렇다면 백인에 의해 자행된 수백수천 아니 수천만 명에 이르는 원주민의 죽음은 무엇이라 불러야 할까?

주민 대다수가 백인인 그들의 역사관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며 트럼프가 승리한 이유를 가늠케 하는 내용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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