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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호 May 17. 2022

미국 대륙 횡단 여행 4(콜로라도)

아 콜로라도!

콜로라도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지형이 바뀐다.
잠잠하던 들판은 주경계를 지나서부터 꿈틀대는 듯하더니 어느 순간 해발 3, 4천 미터를 넘는 영봉들로 변하고, 봉우리와 계곡을 좌우상하로 휘돌아 감는 70번 고속도로를 벗어나지 않으려 Steering wheel과 Brake는 힘든 비명을 지른다.

아주 아주 옛날,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은 쨉도 안 되게 오랜 옛날, North American Plate와 Pacific plate가 그러니까 차전놀이식 맞짱을 뜬 적이 있었다. 뭣 때문에 그랬는지는 모르나 어쨌든 충돌 시 발생한 엄청난 에너지로 인해 땅의 일부가 부서지듯 찢기듯 하늘 위로 튕겨져 올라가 산맥이 되었고 훗날 사람들은 이를 바위산(로키 마운틴)이라 불렀다. 콜로라도는 그 바위산 꼭대기에 있는 땅이다.

덴버에 있는 연방준비 위원회 조폐국. 워싱턴인가 뉴욕인가에 하나 있고 또 하나는 여기에 있다. 그 앞에는 거지들이 여럿 담소를 나누고 있어 사진 찍기가 부담스러웠다.  

저길 털면 부자 될 텐데...

한국인이 운영하는 덴버 중심가 기념품 가게. 언뜻 보기에 16번가 Street Mall에서 가장 큰 가게다. 반가운 맘으로 인사를 나눴다.


16번가 북쪽 끝에 있는 주 의사당 건물. 누군가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었지만 거시기가 급한 나는 화장실 찾기에 혈안이 돼 있었다. 정말 어렵게 찾은 화장실.... 도시에 대한 첫인상은 너무나 야박한 화장실 인심에 엄청 금이 가 버렸다. 지언장!


테라스 파라솔. 덴버는 일 년에 300일 이상 날씨가 맑은데 이 사람들은 그게 자랑이다. 관광객들 위한 화장실이나 좀 더 갖추어 놓고 자랑해라.... 아직도 화가 덜 풀렸나 보다...




70번 고속도로. 콜로라도 강의 발원지. 구불구불한 도로에 익숙한 로컬들의 운전실력에 감탄을 보냈지만 나중엔 대한 남아의 명예를  걸고 마구 밟아댔다.

산골 마을 George town 거리.


산이 높으니 골이 깊고 눈이 녹아내리는 물이 사시사철이다. 때문에 치수에 필요한 호스나 기타 장비를 만드는 산업이 한 때 성한 듯하다.


문화재 비슷한, 고색이 창연한 건물.


콜로라도식 배터리 가게. 저런 고물들을 아직도 고쳐 타고 다니다니... 지독한 넘들


1870년대 후반에 지어진 해발 9000피트 그니까 2700미터 고지에 있는 민박집. 내게 고향이 어디냐고 물어본 미네소타 출신 주인아저씨는 역마살 낀 내가 불쌍해 보였는지, 자신도 어느 날 문득 일상에 회의가 들어 갑자기 이 산골로 이사와 자연과 벗하며 살게 되었다고 설명을 해준다. 후회한 적도 없고.... 한편으론 부러웠다. 나도 어느 날 훌쩍 내가 좋아하는 곳으로 떠날 수 있다면...

낡은 집, 좁은 방, 낡고 좁은 침대 덕에 난 신혼 이후 첨으로 마누지하와 꼭 붙어 잤다.

다음 날 Mt Evans에 향했다. 그 높은 정상까지 자전거로 오르는 저 사람들의 근력은 대단하지만 특히 공기가 희박한 꼭대기까지 오를 수 있는 그 들의 폐활량은 정말 더욱 감탄스럽다!


구아넬라 pass. 여기서 pass는 우리말로 "재". 울고 넘는 박달재 바로 그 "재". 독일 넘들은 joch...융프라우요우 바로 그 "요우".  재=joch=pass


Pass 정상. 해발 3300미터


Mt Evans는 자동차 엔지니어에겐 잘 알려진 곳이다. 북미에서 가장 높은 포장도로가 있어 고지 테스트 장소로 많이 쓰인다.
한쪽은 낭떠러지... 혹시 저쪽에서 갑자기 나타나면? 브레키가 고장이라도 난다면? 혹시 마누라 내 팔을 비틀면? 가슴이 서늘해지고 운전대에 힘이 들어간다.


꼭대기 천문대.

4300미터 정상까지 차로 오른다. 산이 높아 호흡이 가빠지고 자동차 엔진도 희박한 공기를 보충하려 가속페달을 더욱 밟아야 한다. 자연 RPM도 높아진다. 내차가 갑자기 똥차 된 느낌.


백두산 천지가 이와 비슷할까?


고지에만 산다는 이른바 Mountain Goat 살아있는 산양.

이 넘들도 날 보더니 등을 돌린다.



작지만 호연지기를 즐기는 이 구엽게 생긴 넘은 Pica라 부른단다.


이건 여우가 분명해... 여우도 나름이지만 싸잡아 부르면 여우!


앞서 가던 작자가 야생동물 사진을 찍느라 정신이 없다. 천 길 낭떠러지에 쫄아서 폼이 우아하다.


Evans를 내려와 4시간쯤 걸려 듀랑고로 향하는 Million Dollar highway (550번 도로)를 지난다. 여기도 매우 조심스레 운전을 해야 한다. 높고 좁고 구불구불한 도로는 그러나 매우 아름다운 경관을 제공한다. 단, 구경하다 잘못되면 끝장이다.


근데 왜 백만 불 Hwy일까? 도로건설 비용? 백만 불짜리 경관?
오스틴 파워의 악당 주인공이 수십 년간 깊은 잠에서 깨어나 엄청난 무기를 만들고 그것으로 세계정상들을 위협한다. "백만 불을 내놓지 않으면 세계를 멸망시키겠다"
그러자 정상들이 뒤로 ㅋㅋ 거렸다. 겨우 백만 불이라고...

악당이 비서에겐 묻는다. 그러곤 다시 아니 "100 Billion dollar"를 내놔라!

말하자면 그렇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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