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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호 May 22. 2022

미국 대륙 횡단 여행 5(그랜드 캐년)

그랜드 캐년!!

<그랜드 캐년>

太古의 役事가
어느 한순간 툭!
터져버린
지구의 살갗으로
붉은 피 사방에 튀기며
하늘은 갑자기 6000피트
저 아래로 뚝
떨어져 버렸다....


그랜드 캐년에서 본 것은 아득한 태고적부터 이어 온 지질학적 역사이다. 지구 나이 45억 년, 콜로라도 강이 흐르며 콜로라도 고원(Plateau)의 단단한 바위를 6000피트나 깎아 내려가는데 걸린 세월은 수천만 년, 그리고 침식 작용으로 이제 강부근에 노출되어 있는 암반이 생성되는 데 걸린 시간은 18억 7천만 년......

그러니 그랜드 캐년이 침식작용에 의해 만들어진 세월 그 수천만 년은 그야말로 한 순간! 비디오를 빨리 돌려보면 캐년은 순식간에 툭 터진 것처럼 보일 것이다. 더군다나 캐년의 토질은 온통 붉은 빛, 마치 지구가 흘린 피가 묻어 있는 것 같다.


그랜드 캐년 앞에서 작아지는 것은 다만 인간 신체의 크기만이 아니다. 인간이 경험한 세월의 길이도 한 없이 작다. 그러니 내가 살아온 세월이 어디 세월 축에나 들겠는가? 그랜드 캐년에서 인간이 깨닫게 되는 것은 "나 자신의 작음"이다. 겸손해질 수밖에 없지 않은가? 더군다나 이 캐년은 지금도 살아있는 생물처럼 변화를 지속하고 있다!


앞으로 1 억년쯤 후에 이곳을 다시 찾을 수 있다면 저 강은 얼마나 더 낮은 곳을 흐르며 계곡은 또 얼마나 깊어졌을까?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한국말에는 "Canyon"이라는 말을 번역할 단어가 없다. 가끔 협곡이라는 말을 적당히 쓰기는 하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맞는 말이 아니다. 이유는 단순하다. 한국에는 Canyon이 없기 때문이다. 침식에 의한 지질학적 분류에 관한 한(적당한 표현인지 모르겠다. 고등학교 때인가 아니면 더 어릴 적 배운 기억이 흐릿할 뿐이다) 한반도는 이미 노년기에 해당하고 그랜드 캐년이 있는 애리조나 이곳은 이제 겨우 중년기 아니면 청년기 일 것이기 때문에 우리 한민족에게는 Canyon이란 것은 애당초부터 묘사가 필요한 개념 자체가 아니었다.

 

그랜드 캐년 주변은 즉 Colorado Plateu는 면적이 13만 평방 마일에 달하는 광대한 평야지대 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해발이 2000미터를 간단히 넘는다고 한다. 개마고원을 가 본 적이 없으나 그곳도 이곳 비슷하지 않을까? 높은 해발, 낮은 기압으로 인해 간식으로 가져간 새우깡 봉지가 빵빵하게 부풀어 올라 마치 비행기 타고 하늘로 오를 때 볼 수 있는 현상과 같다.


캐년의 밤! 높은 곳이라 별이 가까운가? 공해가 없는 맑은 대기 때문일까? 주변에 인공의 불빛이 없어서 일까? 이제껏 보지 못했던 수 많은 별들이 너무나 영롱한 그랜드 캐년의 밤은 자연의 경이 그 자체! 자연과 우주의 신성함이 가득한 곳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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