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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호 May 27. 2022

마국 대륙 횡단 여행 4.1

남서부 황무지, 엄습하는 열기

<남서쪽 황무지, 그리고 엄습하는 열기>


어지러운 산길을 벗어나 남서쪽으로 운전대를 돌려 Colorado Plateau로 향한다. 콜로라도 고원은 해발 5,000에서 11,000 feet에 이르는 아주 높은 평원에 위치한 사막지역으로써 콜로라도, 유타, 뉴멕시코 그리고 아리조나 4개 주에 넓게 퍼져 있다.

고지대에 강수량이 적어 큰 키의 활엽수는 거의 보이지 않고 키 작은 관목만이 자라고 있다.


이른 아침 기온이 벌써 80F 도에 이르는데 빨간 지붕 저 집은 뜨거운 햇빛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 키 큰 활엽수 시원한 그늘도 없이....

주변엔 전봇대도 없으니 문명의 혜택도 받지 못하고 있다는 뜻인가? 이웃한 다른 집들도 사정은 비슷해 보인다.



바람과 해, 비, 그리고 세월은 길가에 아름답고 기이한 작품들을 만들어 놓았다. 사진에 보이는 돌로 만든 탑처럼 보이는 작품(이라고 밖에 달리 표현을 못해 유감)이나 저쪽 멀리 보이는 무슨 성, 사진을 확대해야 보이는 사진 오른쪽 상단에 희미하게 보이는 피라미드 형상들이 계속해서 나타난다.


낯설고 텅 빈 Local Hwy를 홀로 달린다. Wind noise와 타이어 Noise만 dominant 할 뿐, 사위는 고즈넉하기조차 하다. 사막은 메마름의 정도가 점점 심해져 이젠 관목조차 드물다.



뉴멕시코 북서 끝단 어디쯤, 구릉(아니면 산?)은 나신을 들어낸다. 솜털 하나 없이 울퉁불퉁 바위로 덮인 자신의 나신을...



어느 순간 작은 숲이 푸르게 보인다. 가까이 가보니 San Juan River라는 표지판이 있다. 얼마나 물이 귀하면 도랑만 할까 말까 한 물줄기를 보고 강이라 좋아했을까? 한강이 보면 웃겠다. 게다가 친절하게 표지판까지...



그러나, 그랜드 캐년 visitor center에서 나중에 배우게 된 사실이지만 저 산후앙 물줄기는 콜로라도 높은 산에서 흘러내려 좀 더 하류로 가면 콜로라도 강과 합류를 하는데, 그리고 나선 아아! 27억 년 지구의 살갗을 수천만 년 동안 파헤친 바로 그 강력한 역사의 물줄기가 되는 것이다.



얼마 후 Four Corners Monument에 이른다. 입장료는 일인당 8불. 볼 건 없음, 거의 없음. 단, 기억할 만한 몇 가지 사실..
1. 이곳은 콜로라도, 뉴멕시코, 유타 그리고 아리조나 네 개 주가 만나는 곳이다. 4개 주가 만나는 곳은 미국에서 이곳이 유일하다고 함.
2. 한때 스페인이 점령했다 멕시코가 차지하고 나중엔 미국 소유가 되었다.
3. 그러나 워래는 아메리칸 인디언이 살던 곳. 특히, 나바호족과 Ute족 (어찌 발음할까요?)이 다투던 곳.
4. 다툼의 역사가 흘린 피 때문일까? Colorado Plateau의 별명이 Red Rocks고 그에 걸맞게 대지는 온통 붉다.

다시 말하지만 관광지론 적합지 않다. 다만 여기서 며칠씩 야영을 하며, 서바이벌에 필요한 장비를 갖추고 광대한 주변 사막의 험악하고 기괴한 그야말로 서부 영화에서 보았음직한 지형을 탐험하는 것도 참 짜릿하겠다는 마음은 들었다.


경계선이 만나는 곳. 여기 오면 한 발자국에 4개 주를 섭렵하는 축지의 대가가 될 수 있다.



직접 보시라... monument 한가운데 동그랗게 박힌 영토 표시. 이나마 차례 기다렸다 찍었음. 개들은 출입금지



원래 주인인 아메리칸 인디언들은 척박한 이곳에 아직도 머물러 있다. 그들이 경영하는 구멍가게식 기념품 가게들이 Monument를 둘러싸고 있다.

추장의 모자(왕관?)를 본 딴 목걸이 아님 팔찌? 포카혼타스 브랜드 상표 등록이나 할까 보다...





그들의 작품이라고 불리는 상품. 그러나 많은 기념품들이 Made in china 였고 웬만한 관광지 기념품 가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이다. 내가 그럴 이유는 없었지만 왠가 씁쓸했다. 입장료 8불은 저들을 위한 기부금이고...




대지, 아니 바위는 점점 붉어진다. 아마도 흙속의 미네랄 혹은 철분 성분 때문이 아닐까 싶지만 어쨌든 이 지역엔 천연가스, 석탄, 우라늄 등의 지하자원이 풍부하다고 한다.

붉은빛의 또 다른 이유는 높은 기온 때문이다 라는 건 순전히 나만의 생각이다. 정오를 지나고 기온은 90도 후반에 도달하니 대지 건 바위 건 붉게 붉게 타들어 간다.

게다가 가도 가도 인적이 없어 어디 들려 제때에 끼니를 때우는 것도 힘들다. 에어컨을 틀어도 땀이 솟고 무엇보다 시각적으로 느껴지는 사막의 열기에 겉으로 표현은 안 했지만 우리 부부는 압도당하고 있었다.

뒷자리에는 푸들 강아지가 까무러친 듯 잠만 자대고 있었다. 먹지도 않고 불러도 흔들어도 좀체 반응이 없다.

계기판 온도는 110F를 가리키고 있었고 타이어 공기압은 38 psi에 달한다. 정규 압력 plus 20%



유타...아치스 공원 가는 길 어디쯤.



아치스 공원의 꽃, The delicate Arch. 여름은 피하시라. 그래도 여름에 해야 할 경우 일찍 일찍 물 마니마니 가지고 가시라. 물을 배낭에 가득 담고 가시라. 농담 아님!




어느 휴게소. 팻말에 적힌 경고가 무섭다. 그늘도 없고...실제 여기서 무언가에 당했다. 강아지 물 주는 순간 허벅지와 엉덩이, 허리와 어깻죽지가 동시에 따끔했다. 아니 찌릿했을까? 모기는 물론 땡삐, 꿀벌에도 쏘이고, 개미한테 물려 봤지만 느낌이 다르다. 겁이 좀 난다.
Covid가 겁나는 이유는 몰라서 그러는 거다. 어떻게 생겨 났는지 어떤 변이가 나타날는지, 도대체 끝은 있는지, 정치 경제에 어떤 영향을 줄는지 짱구를 돌려 추측만 할 뿐 정확히 알지 못해서 겁나는 거다. 말하자면 나도 그렇다. 특히 겁나는 경고가 있는 외딴 사막 한가운데서....

몇 시간을 더 가 겨우 찾은 Subway fast food 식당에서 늦은 점심을 들었다. 식사하는 동안 푸들 강아지를 차에 둘 수 없어 종업원과 손님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식당 안으로 데려 들어갔다. 왕고맙! 시원한 콜라! 너도..



오리지날 선인장 붉은 꽃. 문외한이라 모르겠지만 선인장은 붉은 꽃만 피울 것 같다.
 




다시 찾은 문명의 세계. 개를 안 받는다고 모텔주인이 꼬장을 부려 숙박비 15불을 더 주고 말았다. 역사적 66번 도로 근처엔 관광객들 호주머니 노리는 작자들이 즐비하다. 옛날엔 총잡이들이 즐비했 듯....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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