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겐’ 카카오톡’ 이전에 ‘네이트온’이 있었고, ‘네이트온’ 이전에 ‘미니홈피’가(버디버디는 참아주시길...) 있었다. 그중에서 가장 오래 기억에 남은 건 미니홈피다. 누군가의 미니홈피를 몰래 훔쳐봤던 기억이 있는가? 나는 학창 시절 밤마다 몰래 짝사랑하던 여자의 미니홈피를 뒤적거렸다. 민수의 노래 가사처럼 매일 밤
‘어딘가에 남아있는 흔적이 없나’ 찾아다녔고 ‘다 찾아보고선 또 후회’를 반복했다.
나의 첫사랑이자 짝사랑이었던 그녀는 솔로였던 적이 거의 없던 ‘인기녀’였다. 몇 달에 한 번씩 남자 친구를 갈아치웠고 오래 사귄 적이 거의 없었다.
‘혹시 새 남자 친구가 생긴 거 아닐까?’
나는 ‘비밀이야’로 설정된 그녀의 다이어리와 방명록을 투시(?)하려 했다. 그녀의 미니홈피 배경음악은 수십 번을 반복 재생해서 가사를 외울 지경이었다. 그렇게 훔쳐보다 보면 금방 ‘현타(현자 타임)’가 왔다. 하지만 첫사랑은 이뤄지지 않는다고 했던가,
“우린 그냥 친구로 남았으면 좋겠어”
그녀는 나를 정말 편한 친구로 여겼고, 그렇게 친구로 남은 나는 종종 그녀의 연애 고민을 들어줬다. 그녀의 고민을 들어주던 시간은 오래가지 않았다. ‘친구’ 사이를 견딜 수 없었던 나는 항상 먼저 했던 연락을 끊었고, 그렇게 그녀와의 친구 관계를(혼자) 정리했다.
민수의 <미니홈피>를 들으면 이런 나의 찌질했던 과거가 아련히 떠오른다. 우리 모두에겐 각자의 이야기가 담긴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음악이 있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의 마음을 건드리는 음악은 좀처럼 찾기 힘들다. 민수의 ‘미니홈피’는 레트로(복고풍)한 사운드와 함께 누군가를 열렬히 사랑했던 그/그녀와의 기억을 소환한다.
*레트로 : 회상, 회고, 추억이라는 뜻의 영어 ‘Retrospect’의 준말로 옛날의 상태로 돌아가거나 과거의 체제, 전통 등을 그리워하여 그것을 본뜨려고 하는 것을 말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쉽게 여행을 떠나기 힘들어졌다. 이런 팍팍한 현실에서 여행마저 사라졌다니 끔찍할 따름이다. 매일 숨 쉴 틈 하나 없는 끔찍한 대중교통을 타며 살다 보면, 감성에 젖어 추억을 회상할 틈이 없다. 매일 하루에 치여 지쳐 쓰러져 가고 있다면, 민수의 미니홈피를 들으며 추억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미니홈피도 다시 부활한다고 한다)
(사진 출처: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
글쓴이: 유령K
소개: 그가 나타났다. 그리고 사라졌다.
매거진 '추후'
이제 막 서른이 된 친구가 모여 글을 쓰기로 했습니다. 영화, 음악, 문학 등 다양한 주제에 관한 서른의 시선을 담은 글을 매주 [월/수/금]에 발행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