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다시 듣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추후 May 24. 2021

너를 만나려고 - ‘밴드 해서웨이 그리고 보수동쿨러’

순환선

해서웨이 - ‘낙서’

참고 링크: https://youtu.be/hifkUw2STr0


 정신없는 나날들을 보내고, 고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갈 때 나에겐 늘 위로가 필요하다. 그럴 때면 늘 새롭고 좋은 음악을 찾곤 하는데, 그럴 때마다 난 온스테이지 채널을 뒤져본다. 내가 몰랐던 새로운 아티스트를 찾는 재미 때문이다. 해서웨이를 만났던 그날도 그런 날 중에 하루였다.


 해서웨이는 기타, 베이스, 드럼으로 구성된 3인조 밴드다. 밴드 음악을 구성하기 위한 최소 단위가 모인 해서웨이는 그야말로 밴드가 보여줘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안정된 베이스 라인과 매력적인 기타 톤, 그리고 두 명의 남녀 보컬. 단출한 악기 구성에서도 공간을 모두 메우는 아름다운 조화를 느낄 때는 저절로 눈이 감겨졌다.


(중략)

희미해진 촛불 

새까맣게 그을린 벽지 

비어버린 잔들 

채울 수 없었잖아 우린, 우린 늘 혼잔걸 

아직도 나는 잘 몰라요 

당신은 어디로 떠나나요 

언제 또 만날 수 있을까요 

또다시 다른 이를 찾을까요 

아직도 나는 잘 몰라요 

당신은 어디로 떠나나요 

언제 또 만날 수 있을까요


- 해서웨이, ‘낙서’ 中


 음악은 출렁이는 파도를 닮은 그루브에 허스키하지만 부드러운 목소리가 흘러간다. 그 음악에 담긴 가사는 멀어져 가는 연인의 모습을 묘사한다. 특히 베이스를 연주하는 특민의 목소리가 흘러나올 땐 식어가는 연인의 대화를 엿듣고 있는 것만 같다. 희미해진 촛불, 새까맣게 그을린 벽지, 비어버린 잔들을 물끄러미 보다가 결국 서로에게 멀어져 혼자 있다고 느끼게 되는 순간을 떠올리게 된다.



보수동쿨러 - ‘We live in the Jurassic Park’

참고링크: https://youtu.be/ISXp2xz_xo8


 어쩌다 보니 부산에 거점을 둔 밴드들을 연이어 소개하게 됐다. 다음으로 요즘 많이 듣고 있는 노래의 아티스트는 보수동쿨러다. 보수동쿨러 역시 온스테이지 채널에서 처음 알게 됐다. 한동안 드라이브를 하며 늘 듣던 보수동쿨러가 새 음원을 낸 것을 발견하고 듣기 시작했다. 듣던 중에 영어 가사 와중에 등장하는 한 마디의 한글 가사 때문에 난 이 노래와 사랑에 빠졌다. 너를 만나려고. 이 노래를 만나려고 내가 유튜브로 보수동쿨러를 검색했구나 생각했다.


Someone said “I am bored, 

you’re old. I think you’re a nerd.”

Well, I thought that I’m 18 years old, still.

I threw my cup and got up.


I dance every night. 

While I talk, take a snap 

of me and somebody. 너를 만나려고 

You didn’t come out tonight.

(중략)


Drink, we should.

Drink, we should.

Cause we will never get old.


보수동쿨러 - ‘We live in the Jurassic Park’ 中


 이 노래의 진가는 마치 예전 영국 밴드들의 홈비디오 스타일의 뮤직비디오를 닮은 공식 뮤직비디오와 함께 해야 빛난다. 한가하지만 귀여운 일상을 담은 뮤직비디오와 함께 노래를 듣다 보니 나 역시 그런 일상을 함께 보내는 것처럼 느껴진다.


 엔딩 부분의 기타솔로는 그야말로 청춘의 자유를 닮은 사운드를 표현한다. 이 부분을 들으며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며 발로 리듬을 맞추게 됐다. 답답한 지하철 속에서 집으로 향하고 있지만 내 마음만은 어느새 부산의 한가한 공터에서 보드를 타고 있는 것만 같았다.


 노래의 가사처럼 우리는 취해야만 한다. 우린 절대 늙지 않을 거니까. 적어도 이런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어쩌면 새로운 음악을 계속해서 찾아다니는 것도 그런 마음과 닮아있다. 늘 새로워지고 싶은 마음. 새로운 걸 듣는다고 내가 새로워지진 않겠지만 적어도 즐겁지 않은가. 요즘엔 이런 사소한 행복으로 내 삶이 구성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깨에 힘을 빼고 조금 즐거워도 괜찮지 않을까? 우린 절대 늙지 않을 거니까.



글쓴이: 순환선

소개: 스쳐가는 것들에 대해 씁니다.


매거진 '추후'

이제 막 서른이 된 친구들이 모여 글을 쓰기로 했습니다. 영화, 음악, 문학 등 다양한 주제에 관한 서른의 시선을 담은 글을 매주 [월/수/금]에 발행합니다.


['추후' 뉴스레터 구독하기]

https://maily.so/later/about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