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진하게 느낀 건 아마 초등학교 6학년 때였던 걸로 기억한다. 초등 6학년 마지막 학기가 끝나면 되면 모두들 이별을 맞이할 준비를 하기 시작한다. 중학생이 된다는 건 당시의 나에겐 큰 변화였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지만, 당시 중학교는 추첨으로 배정됐다. 다니던 초등학교에서 비교적 먼 지역에서 살았던 나는 친했던 친구들과 각자 다른 학교로 배정받았다. 우리는 이별을 직감하고 있었다.
매일같이 동네방네를 떠돌면서 해질 녘이 되어서야 집에 돌아가던 우리들은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마지막 방학이 시작되자 대부분의 친구들은 다들 선행학습이라는 명목으로 부모님 손에 이끌려 학원을 다녔고 만남은 자연스레 줄어들기 시작했다.
새롭게 시작된 중학교 생활은 어색했다. 이미 같은 초등학교에서 와서 친했던 친구도 있었고, 그렇지 못한 친구들도 있었다. 학창 시절에는 급식소에서 같이 밥 먹을 친구가 있는 게 중요하다. 당시엔 같이 밥 먹을 친구가 없다는 건 학교에서 왕따를 의미했다.
무리에서 겉돌면 자연스레 소외된다는 걸 본능적으로 직감해서였을까, 많은 친구들이 서로 한 두 마디 씩 말을 걸고 섞기 시작했다. 물론 나도 어색하게 옆에 있던 친구에게 몇 마디 말을 건네기 시작했다. 하지만 대화를 이어나가면서도 ‘나는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걸까’하는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
나는 어색한 대화보다 무리에서 벗어나지 않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는 나 자신이 더 어색했다. 그때 처음으로 느꼈던 외로운 감정은 누군가가 옆에 없어서 느끼는 외로움이 아니었다. 함께 있어도 함께인 것 같지 않은 외로움이었다.
Offing의 노래 Ollie는 함께 있어도 혼자인 것 같은 외로움의 감정을 가사에 담아낸다. 그런 분위기를 묘사하기 위해서 어딘가 시끄러운 곳에서 사람들이 떠드는 배경음이 노래 전체에 흐른다. 노래는 어딘가 많은 사람들 속에서 붕 떠있는 듯한 몽환적인 분위기가 계속된다.
Offing의 이 노래를 듣다 보면 문득 그때가 떠오르곤 한다. 너와 친해지고 싶어서 친해지는 게 아니라, 혼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 친해졌던 중학교 입학 당시의 나날이. 그 속에서 느꼈던 붕 떠있는 공허한 기분과 외로움을.
그래서일까, 지금은 굳이 누군가와 억지로 친해지려고 하지도 않고, 친해지지 못했다고 조급해하지도 않으려고 한다. 분명 혼자이기에 겪는 외로움에서 절대 해방될 수는 없겠지만, 결국 이 외로움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기에.
글쓴이: 유령 K
소개: 그가 나타났다. 그리고 사라졌다.
매거진 '추후'
이제 막 서른이 된 친구들이 모여 글을 쓰기로 했습니다. 영화, 음악, 문학 등 다양한 주제에 관한 서른의 시선을 담은 글을 매주 [월/수/금]에 발행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