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 뭉클해지는 그 이름, 김민기

- 한국인들에게 빛이 있는 작은 영웅들

by Before the dawn

토요일 저녁, 침대에 뒹굴뒹굴하면서 유튜브 보다 넷플릭스 보다 Wavve 보면서 주말 저녁을 의미 없이 보내고 있었다. 그러다, 넷플에서 '아침 이슬'로 유명한 김민기 씨에 대한 3부작 다큐를 보았다. 넷플릭스 오리지널은 아니고 SBS에서 몇 년 전 만든 '학전, 그리고 뒷것 김민기'라는 프로그램이었다.


사실 나는 김민기 씨를 잘 몰랐다. 그저 민중가요 (사실 초창기 김민기 씨는 전혀 민중가요를 만들 생각은 아니었지만) '아침 이슬, ' '친구, ' 그리고 대학로의 소극장 '학전'의 주인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특히 아침이슬은 양희은 씨가 맨날 불러서 예전에는 양희은 씨 노래로 알고 있을 정도였다.


이 프로그램은 3부작으로, 1부는 '학전'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2부는 음악가로서의 김민기, 그리고 3부는 어린이를 사랑했던 김민기 씨에 대한 이야기로 구성된다. 학전의 뮤지컬, 연극배우들, 그리고 가수들까지, 그 이름만 들어도 대한민국의 대중 예술에 한 획을 그은 인물들이 다 김민기 씨의 제자였고, 동료였으며, 선후배들이었다. 첫 소절만 들어도 눈물이 나는 김광석, 한 연기하는 설경구, 조상우, 그리고 황정민, 선배들로는 송창식과 조영남 등등. 마치 실리콘밸리에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 래리 엘리슨이 있듯이, 학전, 김민기의 인맥은 슈퍼스타급이다. 근데 이 프로그램을 보는 내내 나는 대한민국 국민들이 김민기 씨에게 큰 빛을 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는 단지 음악을 사랑하는 청년이었는데, 단지 전 국민이 사랑하는 노래를 만들었다는 이유 때문에 갖은 고초를 겪었고, 그리고 그의 전재산과 빚을 내서 학전이라는 소극장을 운영하면서 우리나라 대중 예술의 토대를 만들고 스스로를 희생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 스스로가 그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대한민국 근대 역사를 돌이켜 보면 국민들이 빚을 진 인물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김대중, 김영삼, 그리고 노무현 전 대통령, 박총철과 이한열 열사, 그리고 전태열 열사 등 많은 인물들이 있다. 하지만, 김민기 씨처럼 오랫동안 핍박받으면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하고 끝까지 '앞것'에 서지 않고 '뒷것'에 남아서 스스로를 양초처럼 태우면서 본인이 사랑한 다양한 분야에 헌신적으로 노력한 사람은 흔치 않다. 특히 누구나 가질 수 있는 '흠결' 없이 정말 순수하게 많은 이들에게 '감동'과 '눈물'을 많이 준 사람도 없는 거 같다. 이 프로그램을 보는 내내 눈물이 흘러내렸다.


한번 상상을 해보자. 그저 음악이 좋아서 만든 음악들이 국민들에게 사랑받았다는 이유 때문에 검열을 당하고, 금지곡이 되고, 정보부와 경찰이 수년간 따라다니면 이 젊은 김민기는 얼마나 피폐했을까? 심지어 그 좋아하던 음악을 그만두고 야학을 하고 농사를 짓고, 공장에서 일을 해도 사정기관이 그를 지켜보았다니 정말 군사 독재 정권은 지독하기도 했다. 예를 들어 전형적인 운동권들이야 국가전복이나 민중 봉기를 일으키려는 시도라도 있어 다치자, 김민기는 그냥 음악을 만들었을 뿐인데, 형사들에게 의식을 잃을 때까지 맞았던 것이다. 독일이 나찌에 부역한 인물들에 대해 끝까지 처벌했듯이, 사실 대한민국도 군사정권에 빌붙어서 민중들을 핍박하고 학대한 인물들은 끝까지 찾아내서 처벌을 했어야 한다. 이러한 것이 제대로 정리되어야 나라가 '법치'와 '정의'가 바로 서는 것이다. 일제 시대 부역자들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운동권 학생들이 각목과 쇠파이프, 그리고 화염병을 던져서 처벌 받은 사람과, 단지 음악을 만들었다는 이유로 처벌 받은 것은 큰 차이가 있는 것이다. 김민기를 고문하고 구타한 수사관과 그 관리자들이 반드시 존재할텐데, 과연 그들은 제대로 처벌받았는지, 아니면 떵떵거리고 잘 살고 있는지 의문이다.


김민기씨가 노동자들을 사랑하고, 배우지 못한 아이들을 가르키고, 그리고 라면으로도 끼니를 못떼우던 예술가들에게 본인의 힘으로 (절대 후원 같은 걸 받지 않았다고 함) 스스로 시스템을 개선하고 문화를 개선한 일, 이는 사실 구가가 했어야 할 일이다. 문제는 정치인들이나 위정자들은 이런걸 잘 모르고 공부만 잘해서 출세한 인물들이기 때문에 여전히 대한민국은 이런 분야에 있어서 선진화가 되질 않는다. 김민기 이 이름 석자는 단순히 예술가를 뛰어넘어 우리 대한민국을 한 두 차원 성숙시킨 위인이다. 부디 당신의 음악을 오랫동안 마음속 깊이 새기면서 당신의 뜻을 받들기를 대한민국 국민들이 상기했으면 한다. 아침 이슬의 가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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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민기씨, ChatGPT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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