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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상

돈이 내게 주는 심리적 영향

by 류지연

돈이 좋다. 너무 좋다.

혹자는 '돈이 좋다'라고 말하는 것 자체를 속물적이라 치부하기도 한다.

시대가 달라지고 세대가 변하면서 좋아하는 걸 좋다고 말하는 일은 더 이상 남의 눈치를 볼 일이거나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나는 말한다.

"돈이 좋다"라고

가끔은 마음 편한 것이 최고라며 거짓의 가면을 쓰기도 하지만, 결국 돈이 있어야 맘이 편해진다고 인정하게 된다.


돈이 내게 주는 심리적 영향 1 : 배신감

일을 하다 보면 돈과 관련된 여러 가지 문제를 맞닿뜨리기도 한다.

가끔은 받아야 할 돈을 받지 못하기도 하고, 받았던 돈을 다시 돌려주어야 하기도 한다.

또, 어떤 때는 지출하지 않아도 되는 돈을 써버리고 후회하고, 다시 그러지 말아야지 하는 다짐을 하기도 한다.

이중 무엇이 감정적으로 가장 큰 영향을 줄까?

내 경우엔 받았던 돈을 돌려주어야 할 때이다.

판매된 물건이 반품되어 다른 이에게 팔 수도 없어 재고가 되는 상황과 비유할 수 있다.

나의 경우엔 시간과 노동력이지만, 내 것이었던 것을 빼앗기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내가 만나온 많은 사람들 중

어떤 이는 타당 주어야 할 돈을 주지 않고서도 당당하다.

나의 시간과 노력을 착취당하는 느낌이 들 때마다 무너지는 자존감과 인간에 대한 배신감은 점점 커졌다.


돈이 내게 주는 심리적 영향 2 : 몰인정

'사정이 있을 테니 그러겠지' 하며 기다려 주었던 과거

기다림의 보상은 언제나 '모른 척'이었다.

4개월 동안 대가 없는 노동을 하고서야 비로소 굳은 마음을 먹었다.

나도 그들과 같아지리..


선은 항상 악에게 약하다.

'눈 눈 이이'

이런 일이 두어 번 반복되다 보면 모든 이들을 같은 잣대로 보게 된다.

대가를 지불할 수 없다는 사정을 구구절절 얘기해도 다 믿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측은 지심'의 마음이 들지 않는다.


돈이 내게 주는 심리적 영향 3 : 무배려

점점 회색의 심장을 가지게 되는 것이 조금은 기뻤다.

타인의 사정을 괘념치 않게 되면서

응당 받아야 할 보상이 없다면 나의 시간과 노력도 줄 생각이 없다.

대가 없는 일엔 아무런 행동도 하고 싶지 않으니까.


돈이 내게 주는 심리적 영향 4 : 냉정

얼마 전 내가 먼저 나의 시간을 당신을 위해 더 이상 쓸 수 없다고 선포한 일이 있었다.

그간의 대가를 받아낼 만큼의 억척과 못됨이 내겐 아직 없었기에 못 받을 돈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돈을 달라거나 주겠다는 말도 나누지 않고 그들과의 인연을 끝내 버렸다.


돈이 내게 주는 심리적 영향 5 : 죄책감

이 일이 있고 한 달 정도 지난 어느 날

정신과 육체의 건강을 위해 한창 땀을 진탕 흘리며 운동에 몰입하고 나서 확인한 휴대전화

못 받을 거라 생각했던 돈이 입금되어 있었다.

순간 망치로 머리를 세게 얻어맞은 느낌

내가 굉장히 못 된 인간이 되었다는 죄책감


이런 사람이 없었다.

20년을 같은 일을 하면서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오히려 큰 소리를 치거나 나의 노동력을 저질이라며 폄하하는 사람은 있었어도 이런 이는 없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10시가 넘은 늦은 시간임에도 전화를 했다.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생각도 하지 않고 감정 그대로 내게서 나온 첫 단어는

"고맙습니다"였다.

"당연히 드려야 할 돈 드렸는데, 고맙긴요 그러지 마세요"


돈이 내게 주는 심리적 영향 6 : 자기반성

내가 틀렸다.

누구에게나 같은 기준을 들이대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돈'이라는 것이

나를 회색의 사람으로 만들기도 하고

옅은 분홍빛 사람으로 만들기도 한다.


내 정서를 꼭 움켜쥐고 있는 이것에서 벗어나

좀 자유로워지는 일은 숨을 쉬고 있는 동안은 힘들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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