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이 얼마나 힘든데.
여태껏 살아온 날에 점수를 매긴다면 내 점수는 C 마이너스 정도 되려나?
난 우수한 사람이 아니다. 학업 성적이 우수했던 적도 없었고,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지도 못했다.
처음 취업한 곳에선 고작 1년을 버티고 퇴사했고, 도전했던 모든 자격증 시험에서 (운전면허증 제외) 떨어졌다. 재도전도 없었다.
그나마 잘했다고 생각한 건.
남편과 결혼하기로 한 일 (중간중간 고비도 있긴 했지만)
그리고 아이들을 자유롭게 키운 일(방임까지는 아니었어도 아마 그 비슷은 했을 듯)
부모는 내 선택이 아니므로 제외한다.
2024년부터 도서관 평생학습관에서 하는 독서모임, 글쓰기 모임에 꾸준히 참여하고 있다.
처음엔 낯설고 어리둥절해 수업에 같이 참여하는 사람들을 둘러볼 여유가 없었다.
나에게만 집중되어 있었던 것이다.
혹시 말실수라도 하거나, 잘못된 행동을 보일까 봐 조바심이 나기도 했다.
사람들의 눈을 신경 쓰지 않는다 했지만 어지간히 신경 쓰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 나를 솔직하게 보여 줄 기회조차 만들지 않았다.
겁이 났었다.
이번 글쓰기 모임은 4번째 수업이다.
이미 낯이 익은 강사님 덕분일지도 모르지만, 수업 시간 내 마음은 가볍다. 맘이 가벼워지니 몸도 긴장이 풀린다. 경직되어 있던 것들이 느슨하게 풀어지니 수업에 참여하는 다른 분들의 면면이 보였다.
각자의 역사가 있고, 꿈이 있고, 하고 싶은 말이 많은 그들의 삶은 한분 한분 모두 특색이 짙다.
진한 빨강, 파랑의 색을 보여주는 사람도 있고. 은은하게 파스텔의 색을 비춰주는 사람도 있다.
간혹 어두운 색을 발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 자리에 있는 모두는 자기만의 빛을 내고 있다.
수업이 거듭될수록 궁금해진다.
사람이 살아온 방법을 점수로 메길 수 있다면 나는 몇 점이나 될까?
수업 참여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면
모두 각자의 열정으로 열심히 살아오신 분들이다.
내가 기준이 된다면 그들은 모두 상위권의 점수를 받아 마땅한 분들이다.
무언가에 몰입해서 좋아하는 것
타인의 감정을 돌보느라 내 감정이 아픈 걸 몰랐던 것
은퇴 후 즐거운 노년을 위해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는 것
잠시동안의 휴직. 그 시간조차도 절대 낭비 하지 않겠다는 의지
그들 모두의 삶의 태도가 만점이다.
나는,
나는 말이다.
그들처럼 열정적이지 않다.
그들처럼 도전적이지 않다.
그들처럼 시간을 아끼지 않는다.
그렇다고 내가 게으르게 잘못 살았다고도 생각하진 않는다.
단지 그들보다 좀 천천히 갈 뿐.
내가 여타 모임을 하지 않는 이유는
집에 돌아온 뒤 느껴지는 허무함 때문이다.
무엇을 하고 돌아왔는가?라는 질문에 답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낯선 이들과 함께 하는 이 모임 후엔
그들의 경험에 비추어 나를 돌아볼 수 있다. 내 속에 숨어 드러나지 않는 감정도 읽을 수 있다.
또한, 그런 감정들을 표현해 글로 옮길 수 있다.
이 수업엔 A 플러스들 사이에 C 마이너스가 끼어 있다.
C 마이너스가 비록 나지만
모두들 알겠지?
중간이 얼마나 힘든지 말이다.
당당하게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