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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신세계 9.
그 남자가 내게 말하려고 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정확히 모른다.
단 한 번도 나의 역할에 대해서 주어진 프로그램 이외에 의문을 가져 본 일은 없으니까.
다만, 그것이 금단의 영역으로 판단되는 건 사실이다.
인류의 역사를 돌아볼 때, 우수한
– 여기서 우수하다는 건 지적 능력보다는 기술, 힘, 경제력 등 객관적 힘을 말한다―
종족이 보다 덜 우수한 종족을 정복하여 지배하거나 말살하는 것이 보편적이었기 때문에,
만약 우리 신인류가 기존의 인류에 비하여 월등한 지적 능력과 월등한 힘을 가지고 있다면 당연히 현 인류를 복종시키는 수순을 밟게 될 것 아닐까.
그것 때문에 내 논리 회로가 혼란이 오게 되는 것 아닐까.
나와 같은 신인류가 애초부터 프로그램된 내용 이외의 것을 발전시킬 수 없게 된 이유가 그것이라면 그건 논리적이며 타당성 있는 이유라고 할 수 있겠다.
인간의 역사가 말해주고 있지 않은가.
아메리카 대륙이 발견되었을 때,
원주민의 지적 능력이 유럽인 들 보다 떨어져서 정복을 당하고
그들이 오래전부터 살아오던 터전을 잃게 된 것은 아니지 않은가.
남아메리카 대륙의 원주민들이 정복자들에 의하여
거의 태반이 유전적으로 혼혈로 바뀌었다는 것 또한 그러한 것 이 아니던가.
아프리카 대륙의 원주민들이 동물과 동등한 대우로 정복자들에게 굴복되었었던 것 또한.
그 이후로도 단지 형태만 조금 달라졌을 뿐,
힘 있는 국가가 힘없는 국가의 국민들을 여러 가지 이유와 방법으로 굴복시키고 합법적인 노예로 부려 온 역사가 있지 않은가.
'노예'라는 사전적 의미의 단어는 사라졌지만 인간의 사회구조상 소수의 기득권이 다수의 노동계층을 지배하는 구조는 지금도 그리 다르지 않지 않은가.
당장 현재도 귀족 국가와 그에 굴종하는 국가들로 나눠진 사실 또한 그러하고.
귀족 국가에서 나와 같은 신인류를 대량으로 만들어서 전 세계 적으로 노동력을 대체한다면.
보편적 의미의 인류들은 얼마든지 노동에서 해방되어 편안하고 안락한 생활을 누릴 수 있는 게 아닐까.
그러면 대체 귀족 국가의 지배자들은 그런 능력이 없어서 세상을 못 바꾸는 것일까 아니면 안 바꾸는 것일까.
나는 사내의 새로운 이론에 의아하면서도 관심이 생기는 것을 느꼈다.
내 조작된 인공두뇌는 새로운 지식에 대한 탐구심과 그 지식을 제대로 분석하고 싶어 하는 논리회로가 내장되어 있기 때문에,
지극히 논리적으로 생각할 때 사내의 방대한 지식들을 공유하려고 한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사내가 가진 데이터들은 인트라넷 필드에 저장된 것이 아니라 순수히 유기적인 그의 두뇌에 축적된 것이기 때문에 내 인공지능에 업로드가 불가능하니까.
그러기 위해서는 사내가 물리적인 거리가 가까운 근처 어딘가에 머물러야 한다는 점을 판단하였다.
“그럼, 당신의 지식을 공유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할 텐데, 당신은 이 집에 머무를 수 있나요?”
사내는 잠시 생각을 하는 듯 보였다.
“솔직히 말하면, 난 쫓기는 몸이라 어디 갈 곳이 정해져 있는 건 아니오. 그런데 이곳 집주인이 나를 받아들일 것 같지는 않소만…….”
“ 이 집 외부의 지하에는 파워플랜트가 있습니다.
그곳은 온도도 항상 일정하고 당신이 지낼만한 공간이 있어요.
다만 식량은 문제입니다만 그건 제가 공급해 드려도 좋을 듯합니다.
주인은 내 논리분석으로는 절대 당신을 받아들이진 않을 것 같습니다.
또 내가 당신으로부터 넷 상에 없는 새로운 지식을 받아들이는 것도 그렇고.
하지만 당신은 이 집과 주인에게 피해를 끼칠 위험요소로 판단되지 않는군요.
당신이 만약 나와 동일한 개체라면 서로 간에 가진 정보를 주고받는데 1분도 안 걸리겠지만,
당신은 나와는 다른 인류이니 당신의 생각과 정보를 받아들일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동의합니다.
주인에게 위협 요소가 아닌 이상, 나는 당신의 존재를 보고 할 것까지 프로그램되어 있지 않습니다.”
사내는 반색을 하며 내 말에 그리할 수 있다면 정말 고맙겠다고 말을 했다.
‘고맙다’
이런 말을 인간에게 들어 본 기억은 없다.
내 논리회로에 다시 찌르르.. 하고 뭔가 신호가 왔다.
버그인 건가.
나도 모르는.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