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신세계 15

15

by 능선오름

내 의식이 돌아온 것 은 어딘지 알 수 없는 주변이 온통 하얀 방 한가운데서였다.

사실 사이보그 조직인 내게 ‘의식’ 이란 주변 사물이 인지되고 인공지능이 활성 화 되는 단계를 말할 뿐이다.

21세기 컴퓨터 의 ‘부팅’ 같은 개념이랄까.

보통 충전의자에 앉으면 자동으로 절전모드가 활성화되고 내 의식은 아웃된다.

인공지능이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를 안 한다는 뜻이다.

그게 자원절약에 맞는 기준이니까.

누가 중간에 일부러 활성화를 시키거나 최소한의 감지기능을 빼곤 모든 기억저장이 멈춘다.

내 마지막 기억은 새비지가 쓰러지고 사람들이 소리치는 것이었고 그 이후는 없다.


누군가 내 몸속 스위치를 껐고, 셔틀에 오른 이후 정보는 없다.

파워타입 아담이 나를 셔틀 내부의 의자에 묶었고,

새비지도 정신을 잃은 채 묶인 것까지 입력되었었다.

이후 바로 내 스위치가 꺼졌기 때문에 현재 있는 이곳이 어디인지 알 수 없었다.

인공지능이 자연스럽게 인공위성 GPS 신호를 찾았다. 수신감도 0.

다시 공중 넷 망 접속을 시도했다. 역시 수신감도 0.

현재의 내 정보 획득 상태는 보통의 인류와 동일한 상황이 되었다.

내가 외부접속을 통하여 현재의 상황들을 알아보는 건 불가능 해 진 것이다.


내 인공지능은 이와 유사한 환경의 이미지 정보들을 떠올렸지만,

기존의 저장된 기억에는 비슷한 곳이 없었다.

더 방대한 자료는 넷에 접속을 해야 살펴볼 수 있지만 현재 그게 불가능하다.

내 논리회로는 강제로 회로가 차단되기 전의 상황들을 조합하여 몇 가지의 연산을 통해 추론을 이끌어냈다.

어떻게 인지는 모르나 나를 리스하던 주인이 상황을 알았다.

주인은 리스사에 연락해서 나를 회수하라고 클레임을 걸었다.

리스사의 AS팀에서 파워 플랜트에 침입하여 나와 새비지를 강제로 구금했다.

그렇다면 여긴 리스사의 건물 어떤 곳일 것이고,

그들은 민간기업이니 나는 몰라도 새비지에게 위해를 끼치지는 못한다.

적어도 그 정도가 이 국가의 인권에 대한 법률이니 말이다.

나도 모르게 나는 자신보다 새비지가 위해를 당한 건 아닌지 먼저 염려가 된다.

추론이 끝난 내 감각기관들이 나의 현재 상태를 체크해 본다.


나는 커다랗고 온갖 장치들이 붙어있는 의자 비슷한 기구에 비스듬히 눕혀져 있었고,

머리와 손목, 발목에 결박 장치로 단단히 붙들린 상태다.

신인류에겐 이런 것 이 필요하지 않은데.

그저 그 자리에 있으라는 명령만 내리면 되는 건데.

인간의 명령을 거부하는 프로그램이 없는 건 그들이 더 잘 알 텐데.

내 앞에는 세 명의 사내와 두 명의 여자가 서 있었다.

그들은 '인간'이었다.


사내 중 가장 나이가 들어 보이는 자가 입을 열었다.

모든 넷 접속이 불가능한 나의 상태로는 그의 신분을 알 수 없다.


“ 에바. 지금 현재 네 상태가 어떤가? 정상적으로 평가가 되는가?”


사내는 스위치가 꺼졌다가 다시 재부팅할 때,

인공지능이 스스로 각 기관과 시스템을 자가 점검 하는 부분을 말하는 것이다.


“예, 기능은 이상 없습니다. 다만 공중 네트워크가 전혀 인식되지 않습니다.”


사내는 고개를 끄덕이며 반대편에 서 있는 나이 들어 보이는 여자에게 입을 열었다.


“ 로그스테이션 의 기능체크 결과도 그러네요. 전반 기능의 이상은 없습니다.

다만, 원래 에바의 프로그램 상 입력 될 수 없는 몇 가지의 프로그램이 보입니다.

넷을 못 잡는 거야 이 방이 원래 전자기 완전차폐가 되어 있는 곳이니 당연 한 거구요.”


나이 든 여자가 못마땅한 표정으로 팔짱을 낀 채 남자의 말을 듣고 나서, 입을 열었다.


“ 그럼, 처음 출고 될 때 프로그래머가 악의로 그런 버그프로그램을 집어넣었다는 건가요?”


나이 든 사내가 난처한 듯한 표정으로 대답을 한다.


“ 아니. 그. 버그프로그램이라고 할 순 없고요.

원래는 이미 개발된 프로그램이라 에바 프로토 타입들에게 입력되었던 프로그램 들입니다.

근데 생각보다 너무 인간에 가깝게 자꾸 진화를 하는 바람에 자기 인식이 강해지고…….

그래서 프로토 타입 에바를 전부 소거한 후 그다음 생산부터는 아예 제외된 프로그램 인 거죠.”


“아무튼. 그게 뭐든 간에 들어가면 안 되는 게 들어간 거 아닌가요.

그럼, 그 프로그램만 삭제하면 쟤는 정상으로 돌아오는 건가요?”


여자의 언성이 높아지고 말투가 날카롭다.

저건 인간이 짜증을 내는 과정의 표현이다.


“아니. 그게 쉽지 않습니다.

이미 그 프로그램들로 인해서 벌써 자아인식이 어느 정도 진행 된 것 같거든요.

그걸 따로 분리하긴 어려워서, 좀 더 확인을 해 봐야…….”


나는 나도 모르게 그들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새비지는 어디 있나요? 그는 안전한가요? 다친 것 같던데요 “


인간들의 시선이 일제히 내 입을 향했다.

언성을 높이던 여자의 눈꼬리가 치켜 올라갔고,

답변을 하던 사내는 고개를 숙이고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나머지 인간들은 어딘지 안절부절못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고.

여자는 잠시 화난 얼굴로 나를 바라보더니 고개를 홱 돌리며 나이 든 사내에게 소리를 쳤다.


“ 뭐 볼 것도 없네.

인간의 지시 없이 자기 멋대로 말에 끼어드는 에바 라니.

게다가 자기가 숨겨 놓았던 사내를 부르는 것 같구먼. 그냥 완전히 포맷시켜 버려요!”


포맷.

내 인공지능을 완전히 지워 버리는 행위.

그들은 나를 죽이기로 결정 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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