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신세계 17

17

by 능선오름

사내에 대한 데이터가 전혀 로딩되지 않는 걸로 판단하건대 그는 제3 국 소재의 인간으로 유추된다.

적어도 귀족국가에 소속된 인간이라면 데이터가 있을 텐데.

국가 공중망 어디에고 이 유형의 인간에 대한 데이터는 없다.

만약 밀입국자라고 해도 수배가 되었다면 정보가 있을 텐데 없었다.


나는 박사가 왜 이 인간을 내게 보여주는지,

이 인간은 왜 연구소의 비밀구역에 감금되어 있는 건지를 알 수 없었으나 추가 지시가 없는 한 며칠이라도 기다릴 수 있었다.

박사가 입을 열었다.


“ 저 친구에 대해서 뭐 기억나거나, 느껴지는 게 있나?”


나는 로그온 이 된 이후 처음으로 바보 같은 질문을 들었다.


“ 모릅니다. 넷 망에도 아무 기록이 없습니다.

제3 세계 인구기록을 업로드할까요? 그건 조금 시간이 걸릴 듯합니다. 오 분 정도.”


박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 한번 해 보게.”


나는 수십억 명의 데이터를 오 분 만에 로딩해 보았지만 앞의 사내와 일치하는 용모는 없었다.

이건 조금 곤란하다.

그렇다면 저 사내는 지구에 존재하는 인간 데이터에는 없다는 결과 다.


“ 아무 기록이 없습니다.”


박사는 고개를 버릇처럼 끄덕 거리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좋아. 그렇다면, 너는 지금부터 일주일 동안 실험실 안에서 저 자와 함께 생활하도록 해.

뭐 특별히 할 것 은 없어.

저 자는 부분적으로 뇌절제 수술을 받아서 기억들이 일부 손상 된 상태니까.

자네는 그냥 저 자의 곁에서 지내기만 하면 되네.”


인간의 지시에 나는 당연히 복종하면 되긴 하지만,

나의 사용목적을 인지하고 있는 상태에서는 명령이 명확하지 않을 경우 질문을 하게 되어 있다.


“그럼 저 사내에게 제가 섹스를 제공하면 되는 겁니까?”


박사는 웃는 듯 마는 듯하는 표정으로 또다시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이내 말을 했다.


“ 뭐 저 친구가 원한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겠지. 일부러 그럴 필요는 없고.

저 친구가 원한다면 제공하게.”


나는 박사가 사내를 '친구'라고 지칭은 하지만 실제 단어상의 의미 '친구'는 아님을 안다.

박사가 말을 마치고 스크린 도어를 열자 나는 방 안으로 들어섰다.


사내는 표정 없는 얼굴로 방에 들어서는 나를 바라보았다.

사내의 검은색 눈동자에는 아무런 표정도 없었고 내 얼굴이 아닌 먼 곳을 바라보는 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사내는 약간 메말라 보이는 입술을 열고 힘없는 목소리로 내게 말을 걸었다.


“당신은 누구지요? 내게 용무가 있는 건가요?”


“ 나는 EVA 22081645 KR. 남자 인간의 성적 욕구에 대해 서비스하기 위해 만들어진 사이보그입니다.

섹스가 필요하시면 저를 사용하시면 됩니다.”


사내는 잠시 멍한 얼굴로 내 얼굴을 바라보다가 쿡쿡 거리며 마른 웃음소리를 내었다.

그리곤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 에바……. 라…….

글쎄 뭐 신세계 인간 들은 섹스를 그런 식으로 해결한다고 듣긴 했지만…….

좀 당황스럽다구려. 나는 먼 식민지 사람이라 말 이오.”


나는 사내의 말에 잠시 혼란을 느꼈다. 신세계 란 무엇이고 식민지란 또 무엇인가?

적어도 내가 알고 있는 정보로는 21세기에 이르러 식민지 같은 것 은 완전히 없어진 걸로 알고 있는데.

게다가 신세계? 그럼 이곳이 무슨 신대륙이라도 된다는 것 인지?

사내의 단어들은 내게 생소하고 적절치 못한, 알 수 없는 내용 들이었다.


“ 제 정보로는 현재 식민지는 존재하지 않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신세계 란 용어는 처음 듣습니다만.”


사내는 물끄러미 내 얼굴을 바라보더니 내게 사내 맞은편에 놓인 의자에 ‘앉으라. 고 말했다.

사실 내 기본 저장정보에 의하면 나와 같은 사이보그는 굳이 육체 피로를 느끼지 않으므로 앉거나 서거나 차이가 없으며,

인간이 내게 그런 지시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을 거라고 되어있었다.

침대에 누우라고 하거나 드물게 비좁은 의자에 눕히는 자세를 좋아하는 인간도 있다는 정도로 정보화되어 있긴 한데, 이처럼 인간이 인간에게 권유하듯 하는 경우란 기록이 되어 있진 않다.

이 인간은 보편적 인간이 아닌 모양이다.

내가 사내 맞은편 의자에 앉자, 사내는 조금 지친 것 같은 표정으로 말을 시작했다.


“ 불법이민조사국에서 내 머리에 무슨 짓을 했는지, 내가 어떻게 이곳에 왔는지는 기억에 없소.

동남아의 식민지에서 배편을 통해 부산항에 도착 한 기억 까지가 현재 내 기억의 전부 요.

그리고 내가 지금 섹스에 굶주린 짐승도 아니고.

당신이 에바라고 하지만 그래도 며칠간 아무 대화 상대가 없었던 나인지라 반갑소.

당신은 식민지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오?”


『식민지(植民地)는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나라 혹은 도시의 지배를 받는 영토를 말한다. 오늘날에는 식민지라는 말 대신 해외 영토나 속령 등의 용어가 대신 사용된다.

고대 그리스는 상호 독립적인 도시국가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리스의 도시국가들은 자원과 무역로 등을 확보하기 위해 지중해 연안에 많은 도시들을 세웠고 이 도시들은 모국과 정치, 경제, 종교적인 유대관계에 있었다.

고대 로마는 본국의 직할 부대를 식민지에 파견하여 식민지를 직접 통치하였다. 파견된 부대의 식량을 공급하기 위해 경작지를 마련하여 이를 colonia (농민을 뜻하는 라틴어 colonus에서 파생된 말)라 불렀다. 영어 colony의 어원이다.

근대의 식민지는 대항해 시대에 이르러 본격화되었다. 초기 식민지 경쟁은 포르투갈과 에스파냐가 주도하여 서아프리카와 남아메리카에 이들의 식민지가 만들어졌다. 특히 남아메리카의 에스파냐 식민지에서 유입된 막대한 양의 은으로 인해 유럽은 유래 없는 인플레이션을 겪을 정도였다.

산업혁명 이후 유럽의 강대국들은 세계 전체를 대상으로 식민지 쟁탈전을 벌였다. 이 시기 식민지 쟁탈전의 선두 주자는 영국과 프랑스였다. 유럽강대국들의 식민지 확보 정책은 흔히 제국주의로 표현된다.

유럽의 식민지 건설은 유럽외 지역의 인류에게 분명 재앙이었다. 제1차 세계대전을 전후로 민족주의와 사회주의 이념이 확산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식민지의 독립운동이 본격화되었다.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대부분의 식민지들은 정치적으로 독립을 쟁취하였다.』 위키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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