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 라때는 말이야 31

산다는 게 뭔지

by 능선오름

31.


딸아.

아빠는 요즘 산다는 게 뭘까 라는 화두에 집중하고 있어.

주변에 보면 크게 문제없이 일생을 그저 평탄하게 살아온 것 같은 사람들도 꽤 많은데 말이야.

어떤 측면에서 보면 아빠는 또래의 보통 남성들에 비한다면 좀 더 많고 좀 더 심한 굴곡의 삶을 살아온 것 같기도 하고,

또 어떤 면에서 보면 꼭 그렇지도 않은 것 같기도 해.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다’라는 말이 있단다.

타인의 삶을 볼 때 대개는 겉으로 보이는 것을 보고 판단하게 되지.

그러면 그 본질은 알 수 없기에 그저 다 좋아 보이기만 할 때도 많아.

어떤 사람들이 무척이나 평범하게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것처럼 보여도 그 속내는 알 수 없으니까.


더구나 요즘처럼 SNS나 온라인에 자기 자신을 드러내는 삶에 있어서는 더욱더 그렇지.

대체로 자신의 삶을 드러낼 때는 보여주고 싶은 부분만 보여주는 게 사람이 심리니까 그걸 보는 사람들은 상대가 보여준 것만 보고 그 사람의 삶을 ‘안다’라고 생각해.

그러다 보면 세상은 부러운 사람 천지이고 왜 난 이렇게 힘든 삶인가 하는 회의도 가지게 된단다.

그러나 그게 다 진실은 아니야.


그와 반대로 또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삶 중에서 힘겹고 어렵고 그런 부분들을 부각해 드러내기도 해.

둘 다 완전히 극과 극의 성향이긴 하지만 공통점이 있어.

행복 혹은 비참 초점은 다르지만 결국은 다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내는 게 숨겨진 목적이지.

물론 특별한 목적이 아니라 그저 자기 자신에게 다짐하는 마음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경우도 없지 않아.

의도와 무관하게 내용을 보고 판단하는 건 온전히 그걸 보는 사람의 몫이지.

SNS의 가장 안 좋은 점은 타인과 비교되는 삶을 산다는 거야.

타인들의 드러냄을 보고 자극받아서 더 열심히 살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것보다는 현실에서는 타인과 비교해서 자신의 삶의 잣대가 오락가락하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을 아빠는 말해주고 싶구나.


네가 최근에 어떤 행동을 하거나 어떤 장난 (물론 네게는 심각하게 중요한 일 이겠지만)을 몰입할 때 아빠가 물었지.

왜 그런 걸 하는 건지.

그때 너의 대답은 ‘인싸’가 되기 위해서라고 했었어.

아빠가 왜 ‘인싸’가 되어야 하느냐고 물었을 때 너는 우물거렸었지만.

‘인싸’라는 것 자체가 타인들에게 인정받기 위한 행동을 유발하는 거지.

그렇게 ‘인싸’가 된다는 것이 과연 네 삶에 가치가 있는 일인지 아빤 물은 거야.


물론 세상을 살면서 인기인이 된다는 것이 나쁜 건 아니지.

요즘 세상에 있어서는 인기인이라는 것만으로도 돈벌이가 되는 게 있으니까.

그러나 그 인기라는 것이 지속성이 있는 것인가는 또 다른 이야기야.

삶은 장거리 마라톤이고, 인기라는 건 그게 사소한 SNS에서 시작된 게 아닌 그 사람의 능력과 특기에 의해서 생겨난 것이라고 해도 그래.

대개 인간은 어떤 특정 행위 혹은 특별한 이벤트 같은 것에 열광하거나 팬덤을 만들기는 하지만 지속성은 그리 길지 않아.

쉽게 바뀌고 쉽게 달라지지.

SNS 같은 곳에서 인기를 유지하려면 끊임없이 뭔가 자극적인 것들을 보여줘야 인기가 유지되기에 그 길도 무척이나 험난한 거지.


나를 드러내어 타인들에게 관심을 받는다는 건 거꾸로 해석하면 타인들의 관심이 없는 자기 자신에 대하여는 무척이나 자존감이 없다는 말과 같아.

자신의 가치를 인정하는 것은 물론 타인들이야.

나 홀로 아무리 내 가치가 높다고 주장한다 해도 나에 관련된 타인들이 인정하지 않는다면 그건 참 슬픈 일이고.

그야말로 나 홀로 만족하는 것에 불과하므로.

하지만 불특정 다수, 나와 전혀 연관도 없이 그저 내가 보여주는 어떤 영상에 의해서 전혀 인연도 없는 타인들이 어느 순간 나를 인정한다는 건.

그 또한 찰나에 불과한 1회성 재미일 뿐이니 그것도 슬픈 일이야.

자신과 전혀 무관한 타인들의 아주 잠시 박수갈채에 자존감을 갖는다는 건 말이야.


딸아.

세상을 살면서 내가 인정받아야 할 사람들은 사실 그렇게 많지 않아.

나와 관련된 주변 사람들에게만 인정받아도 충분하다는 뜻이야.

물론 살면서 나이가 들어가면 그 숫자도 꽤 늘어가겠지만,

그렇다고 불특정 다수의 인정이란 바닷가 모래알만큼이나 내게 의미 없는 것이란 걸 알려주고 싶구나.

사람 들은 대개 자존감이 높은 사람들을 함부로 대하지도 않고 그런 사람들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더 많은 존경과 관심을 받아.

타인들에게 뭔가 인정받으려 애면글면 하는 건 네 말마따나 ‘인싸’가 되려고 애쓰는 사람들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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