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 라때는 말이야 32

예뻐지고 싶어?

by 능선오름

32


밤에 잠들 때 갑자기 콧등을 조몰락 거리는 너를 보며 아빠가 뭐 하냐고 물으니,

넌 그렇게 자주 하면 콧대가 높아진다고 제법 진지하게 말했지.

아빤 이게 뭔 소린가 한참을 생각해야 했단다.

그리곤 아빠가 콧대가 왜 높아져야 하냐고 물으니 네가 대답했어.

‘콧대가 높아지면 예뻐지는 거고, 예뻐지면 아이돌이 될 수 있고, 아이돌이 되면 인기도 좋고 돈도 많이 벌 수 있다’라고.

좀 어이가 없긴 했어도 사뭇 네가 진지한 얼굴이라 아빠는 그저 허허 웃진 못했어.


네 말에 대해 아빠는 정말 교과서 적인 대답을 할 밖에.

‘ 아이돌이 되려고 하는 아이들은 수만 명은 넘을 건데 그중에 한 명이 아이돌로 성공하는 거야. 게다가 그 기간이 오래가지도 못해. 또 다른 아이돌이 나오면 그 아이는 나이도 얼마 안 먹었는데 그 자리에서 내려와야 하는 거야.

그것보다는 네가 원하는 공부를 해서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자격이 생긴다면 평생 내려올 필요 없이 잘 될 수 있을 건데? ’라고.


사실은 이 말을 하면서도 아빠의 마음도 많이 헷갈리긴 했어.

아이돌이 아니어도 무슨 직종을 갖고 있어도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예쁜’ 사람들을 더 선호하는 게 진실이니까.

같은 학벌, 같은 능력치, 같은 조건의 사람이라면 그중 ‘예쁜’ 사람들을 원해.

아프지만 진실이야.

부모로부터 경제적 배경이나 사회적 지위라는 배경을 물려받는 것도 ‘운’이지만 ‘예쁨’을 물려받는 것 또한 큰 운에 속하지.


헌데,

그 예쁨이라는 것도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경제, 사회적 배경이 없으면 오히려 독이 되는 경우도 없지 않은 게 세상이란다.

사람들 중에 일반적인 관점에서 ‘능력’이 있는 사람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경제적 사회적 능력치가 높거나, 아니면 본인의 노력으로 일군 경제, 사회적 능력치가 높아진 사람들.

흔히 사회에서 상위권에 속하는 사람들은 대개 자신이 이룬 것들을 돋보이게 하는 걸 좋아하지.

그들에겐 주변을 둘러싼 사람들도 일종의 컬렉션이자 장식인 경우가 많아.

사람을 두고 컬렉션이라는건 너무 삭막하지만 사실이야.

물론 이건 아빠 특유의 일반화 관점일 수도 있어.


하지만 보통 재벌가의 자제라는 사람들 중 당대에 잘 나가는 여자연예인과 썸이 생기거나 결혼까지 이르는 경우들을 보면 분명히 있는 사실이야.

만약 그 연예인이 인기가 없었다면? 예쁘지 않았다면? 셀럽이 아니었다면?

거의 가능성이 없었을 일이야.

왜냐하면 방송에 등장하고 온라인에 등장하는 예쁜 연예인들 말고도 보통 사람들이 보기에 엄청 예쁘다고 평가할 만한 사람들은 수천수만 명이 있거든.

어릴 때부터 주변에서 예쁘다는 소리 많이 듣고 온갖 찬사를 받는 게 일반적이었던 사람들이,

그런 주변의 떠받듬에 힘입어 연예계 같은 곳으로 진출을 노리곤 하지.


그런데 가보면 다 자기 같은 과정을 거쳐서 온 사람이 너무나 많고,

타고난 예쁨에 더해서 연예인적인 ‘끼’를 갖추거나 배워온 사람들이 너무 많은 거야.

그런 바닥? 에서 행여나 기회가 오기를 몇 년이고 기다리고 버티다가 결국 시간이 지나서 절망을 하게 되면 그때 가서 밖에 나와 뭔가를 해보려고 하지.

그러나 나이는 들었는데 아무 경력도 없고 일반사회에 필요한 지식도 없는 사람에게 그저 예쁘다고 일자리를 줄 정도로 사회가 녹록하진 않아.

어떤 회사의 대표도 ‘예쁘다’는 사실만으로 사람을 쓰진 않지.

만약 그걸 기준으로 쓴다면 그건 사심이 가득한 것이니 결과가 나쁠 것이고.


물론 아이돌 혹은 연예인으로 순식간에 유명해진 사람이 짧은 기간에 거두는 성공의 열매는 일반인들로서는 상상도 못 할 정도로 큰 건 사실이야.

어린 나이에 갑자기 건물주가 되고, 크게 노력 없이 인지도만으로 벌인 온라인 쇼핑몰이 대박이 나기도 하지.

하지만 그 사람이 그렇게 과분하게 주어진 것들에 노력을 더하지 않는다면 이내 몇 년 안에 식게 되어있어.

그러다 보면 또 온라인이나 매체에 뜸하게 나오게 되다가,

과거의 영광을 재현해 보려고 여기저기 곁다리로 얼굴을 내밀기도 하지.


타고난 예쁨만으로 성공을 꿈꾼다는 건 공부 죽어라고 해서 혹은 다른 일을 열심히 배워서 어떤 분야에서 일정한 성공을 거두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야.

다른 일들은 대체로 본인이 노력해서 어느 정도 성취를 이룰 수 있는데,

예쁨으로 승부한다는 건 결국 많은 대중들이 인정하고 좋아해 줘야 하는 거잖아?

그저 예쁨만으로 성공하는 사람들을 아빠는 본 적이 없단다.

연기든 노래든 토크쇼든 뭐든 기본적으로 잘할 능력이 있는데 거기에 예쁨이 더해진다면 아무래도 성공할 확률이 높겠지.

그건 연예인이 아닌 일반적인 직업을 가져도 유리한 게 사실이야.

역설적으로 일을 잘하는데 얼굴이 예쁘다는 이유로 폄하되는 일도 없지 않아.


그러니 딸아.

콧대 세우기는 안 해도 될 것 같아.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딸아 라때는 말이야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