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호천사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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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잠자리에 누워서 동화를 읽다가 내게도 수호천사가 있을까?
하고 아빠에게 물었었지.
아빠는 순간적으로 말문이 막혀서 침묵했고.
왜 그러냐고 물으니 넌 매일 밤 잠들기 전에 마음속으로 수호천사에게 기도한다고 했었어.
우리 가족 모두 행복하게 해달라고.
그 말을 듣고 아빠는 한참 잠을 이루지 못했단다.
왜냐하면 아빠가 너 맘 때쯤 그랬었거든.
아빠도 누군지 모를 신에게 늘 매일밤 기도했었지.
우리 가족들 행복하게, 잘살게 해달라고 말이야.
그런 맹목적인 소원이자 간절한 기도가 몇 번 깨어지는 걸 겪고 나서야 깨달았지.
세상을 만든 창조주가 존재한다고 해도,
그 창조물인 수많은 인간들에게 일일이 간섭하지 않는 게 신의 규칙 일거라고.
아빠 생각에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다 용량에 한도가 있어.
그것이 물질적인 것이건 아니면 정신적인 것이건 말이야.
인간이 살아가며 오직 정신적인 것만으로 만족할 수 없고,
물질적인 것 만으로 정신까지 만족하기도 어려워.
그러나 분명한 한 가지는 있어.
당장 잠잘 곳이 없고 먹을 게 없어 굶주리고 옷도 제대로 없어서 추운 겨울에 허술한 옷으로 지내야 하는 인간이 마음만은 행복하다?
물론 그럴 수도 있겠지. 그러나 그런 인간은 거의 ‘도’에 다다른 사람들일 거야.
보통의 사람들은 내 몸이 힘겨운데 행복하기는 어려워.
육 제적으로 건강한 사람들이 정신도 건강하다고 하지.
그런데 정신이 건강해야 육체도 건강을 유지할 수 있어.
이건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야.
인생이란 그런 거야.
그런데 신께서 과연 각각의 인간에게 행복을 줄 건강과 정신을 조율할까?
그건 마치 신이 이 세상에 개입해서 정의와 평등을 만들어주려고 한다는 전제를 가져야 하는데 알다시피 그렇지 않아.
우리는 이미 이 세상을 힘겹게 만드는 ‘악인’들이 꽤 많다는 걸 알지.
그리고 그 악인들이 자연스럽게 ‘천벌’을 받는 건 아니라는 것도 알아.
그리고 ‘악인’이라는 개념도 상황과 주관적인 요소에 따라 좀 다르지.
사람을 죽인 자는 살인자라 불리고 손가락질받으며 처벌을 받아.
그런데 전쟁을 일으켜 사람들을 아주 ‘많이’ 죽인 사람은 영웅이 되고 세계위인전 같은 책에 실리곤 하지.
아빤 어릴 때 굉장히 의아했어.
우리나라를 침공했던 다른 나라들의 인물들이 위인전에 등장한다는 게.
그리고 우리나라는 아니어도 많은 다른 나라들을 침공해서 수만 수백만의 보통 사람들을 기아와 죽음으로 내몰았던 당사자들이 바로 위인전에 실렸다는 게.
만약에 히틀러가 2차 대전에서 패전하지 않았고,
유럽 대부분을 독일제국이 아직까지 지배하는 체제로 굳어 있었다면 아마 히틀러도 위인전에 실렸을지 몰라.
결국 승자가 모든 것을 가지고 역사도 기록하는 법이니까.
언젠가 말했듯 세상이 정의롭고 평등해야 한다고 생각은 할 수 있지.
그러나 현실에서 왜 그렇지 못하냐고 불만을 가진다면 그건 좀 난센스야.
반드시 누군가 절대자가 개입해서 그런 불의, 불평등을 정리해줘야 하잖아.
그런데 그렇게 된 경우는 역사에 없거든.
무자비한 정복자도 인간, 그에 맞서 싸운 영웅들도 인간.
결국 세상의 흐름은 인간이 만들어 온 거야.
네가 행복하고 싶고 가족의 행복을 지키고 싶다면 얼굴도 모를 그 무언가에 빌게 아니라, 네 스스로 얻어내야 하는 거란다.
아주 어린 시절에는 그럴 수 있어.
우리가 후천적으로 배우는 모든 것들이 세상의 ‘법’과 ‘윤리’를 가르치니까.
그러나 그것을 누가 지켜주는가에 대해서는 모호하지.
법은 법조인이 지키고 윤리는 사회적인 잣대로 지킨다곤 하지만,
그게 절대적인 것도 아니야.
너에게 수호천사가 있을까 생각하는 건 아직 어린 너의 마음이니 이해한다.
그런 존재가 있다면 정말 좋겠지.
그런데 인구수만큼. 70억 정도의 수호천사가 있다고 치면 그 수호천사들끼리도 충돌하지 않을까.
각각 수호하는 아이들이 원하는 것이 전부 제각기 일 테니까 말이야.
아빠도 사람인지라 너무 힘겹고 어려울 땐 굳이 신앙이 아니라도 무엇에라도 빌고픈 마음이 들어.
누구라도 좀 도와줬으면 좋겠다 하는 마음이지.
하지만 아빠는 어른이라서 알아.
나를 도와줄 것은 나의 가족, 그리고 나 자신이라는 걸 말이야.
증명도 되지 않고 답도 없는 상상의 존재를 믿는 게 인간의 본성이라곤 하지만,
아빠의 어린 시절 애틋하던 그 막연한 기도를 네가 똑같이 따라 하는 걸 보면서,
왜 이런 유전자는 불필요하게 대물림되는 건지 좀 서글픈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