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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이 말을 거네 30

붕괴 유감

by 능선오름

30

며칠 전 신도림동 보도 육교가 붕괴되었다는 뉴스가 나왔다.

‘붕괴’는 보통 내려앉아 부서진 형태를 말함이니 ‘처짐’이라고 표현해야 할까.

공교롭게도 트러스에 대한 글을 쓰고 트러스 아치 구조라는 다리가 무너졌다는 뉴스가 들리니 뭔가 뻘쭘하다.

평소 그 다리에 관심을 두지 않았기에 사고 후 뉴스매체에 올라온 사진들을 훑어보았다.

나는 구조전문가도 토목전문가도 아니기에 뭐라 원인을 말할 주제는 아니다.

하지만 얼핏 보기에도 그 아치는 뭔가 이상했다.

100미터 경간을 중간에 기둥 없이 설치하기 위해서라면 좀 더 아치가 곡선을 그렸어야 맞을 것 같은데...

어찌 된 일인지 멀쩡하던 시절 사진들을 찾기가 어렵다.

얼핏 보기에 트러스+아치 구조로 만든 두 개의 긴 부재 사이에 도보교 상판을 얹은 형태로 보였다.

즉 두 개의 부재가 가운데가 붙은 완벽한 역 삼각형 트러스 구조도 아니라는 이야기다.

처짐 후 사진을 보니 양쪽 파이프 부재 끝에 주탑(콘크리트 구조물)이 있는데 그곳에 부재가 부착되어 있어서 아치의 무게를 밀어주거나 잡아당겨 주는 힘에 의해 아치가 버티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형태와 구조는 좀 다르지만 한강 선유도 공원의 보행육교와 비교해 보면 아치의 곡률이 상당히 차이가 있다.

구조전문가가 아닌 보통의 건축학도의 시선으로 보아도 뭔가 아치라기에도 너무 곡률 (휘어짐 정도)이 작다.

곡률이 작으니 아치 중앙의 하중을 버텨주는 건 아마도 주탑 끝에 묻힌 인장 볼트와 부재의 끝에 브래킷 형식으로 만들어진 베이스판의 너트 정도가 아니었나 싶다.

그것도 하부에서 아치의 휨을 받쳐주는 형태가 아니라,

주탑의 상부에서 아치 중앙의 처짐을 잡아당겨주는 구조 같다.

이런 형태라면 다리 자체의 무게를 양쪽 끄트머리의 주탑 과 연결되는 접합부에서 온전히 다 받아내야 할 거니 어째 좀 이상하다.


보행교 양쪽에 아치를 구성하는 트러스부재는 직선도 아니고 사선으로 매달려 있으니 사실상 수직하중에도 취약할 것이다.

그저 아치를 구성하는 가운데 부분까지의 파이프를 휘지 않게 잡아주는 역할이랄까.

앞서 현수교는 좌우에 수직으로 올라간 주탑에서 뒤집어진 아치 형태의 케이블을 내려서 상판을 매다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때 케이블과 상판의 하중은 온전히 수직으로 올라간 주탑에 얹혀있다.

반대로 아치교량은 하부의 삼각형 트러스 구조가 상판의 무게를 받아서 아치의 끝 기초로 전달하는 방식이다.

여의도 선유공원 육교가 그런 형태다.

그러고 보면 신도림 보행육교는 보기 드문 형태의 구조라서 좀 의아하다.

선유공원 보행교


6년 되었다는 육교의 공사비를 보니 그 또한 의아하다.

28억 원.

당시 표준단가를 해당 교량을 아치형 강교라고 정하고 면적으로 환산하면 26억 원 정도가 나온다.

그렇다면 저가형으로 만들어진 것은 아닐 것 같은데.

물론 일반적인 표준단가를 기준으로 공사를 규정할 순 없다.

단지 참고사항 일뿐.


그 단가에 설계비가 포함이 된 것인지.

순수 공사비만 있는 건지.

구조설계를 비롯해서 여러 가지 검사 감리 비용이 다 포함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통상적으로 지자체 발주 공사라는 것이 절대 여유 있는 에산으로 되는 경우가 흔치 않으니,

이 또한 알 수 없는 일이다.

다만 건축 끄트머리에 다리를 걸치고 사는 입장에서 보통 건축학도의 시선으로 보았을 때 그 구조는 어딘가 이상해 보인다는 말이다.


교량 자체의 하중을 온전히 받아낼 수 있는 아치 형태도 아닌 것 같고,

그렇다고 하부에서 하중을 받쳐주는 역삼각 트러스도 아닌 것 같고.

사진이 찍힌 각도에 따라 다를 수도 있고,

구조전문이 아닌 입장에서 보는 내용이라 근거가 부족할 수는 있다.

어떤 이유이건 건축토목이 이런 일로 주목을 받는 건 참 속상한 일이다.


그리고 만약,

여기에 행정과 정치, 비용에 대한 문제들이 엮여 있었다면 더더욱 속상할 일이다.

다행이라면 인명 피해가 안 났다는 것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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