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신세계 23

23

by 능선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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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든 여자.

연구소장 이란 직함의,

실제 기술과는 전혀 무관한 오직 정치적인 위치를 가진 M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이처럼 노여움에 빠진 일이 많지 않았었다.

그건 그녀의 성격이 무난해서라기보다는 철저하게 능력 위주의 성과만이 증명되는 23세기의 현실에 맞춰 성장하는 동안, 그리고 위탁양육을 하는 동안 길들여진 교육의 탓 일 것이다.

하지만 사이보틱 사의 극동연구실 책임자가 된 이후로는 어찌 된 건지 오랫동안 숨겨져 왔던 그녀의 폭력성, 지배의식, 교활함 등등이 이따금 표출되곤 하는데 지금이 바로 그런 시기였다.


“그러니까, 박사의 말대로라면 ‘그년’의 기억이 돌아왔고 ‘그년’의 주도하에 ‘그놈’이 탈출을 한 것 같다고요?”


M은 마치 눈에서 살인광선이라도 나올 듯한 표정으로 흰머리의 담당 박사를 쏘아보았다.

박사는 그녀가 마치 막 공격하기 전에 웅크린 투견 같다고 생각을 하면서 아무 말을 않았다.

결국 자신이 무엇이라 말을 해도 M은 자기 멋대로 판단하고 결론을 내리고 다 할 것이니까.


‘왜 선별적인 유전자를 골라서 지도층을 만드는 시스템이 정착된 지 100년이 넘었음에도 저런 스타일의 인간들은 변하지 않을까?

아니면 소위 지도층을 만들려면 저런 유전자가 필수 란 말인가?’


박사가 생각을 하는 동안 예측대로 M은 자신이 생각하고 판단한 것 들을 가지고 긴 시간 일인 극을 하듯 지껄여댔다.


“ 박사는 분명 포맷을 했는데.

이해 못 할 이유로 다시 그년의 기억이 다 돌아왔고, 그가 그놈을 설득을 했고,

그년이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새벽에 유리창을 깨고 달아났고,

게다가 그년의 기억이 자동으로 백업된 바에 따르면 그년은 분명 강으로 가서 뭔가를 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경비대원들이 보트와 헬리셔틀로 샅샅이 뒤졌지만 흔적을 못 찾았다?

넷 망에 그년의 접속 기록은 그 이후 없다? 그리고 아직 경찰대에 연락은 하지 않은 상태 다?”


모든 사건을 간단히 몇 마디로 정리하는 그녀의 능력에 박사는 혀를 내둘렀다.

자신이라면 논리와 근거가 우선 되어야 하므로 장황한 설명이 되었을 것이다.

M은 아주 간단히 그간의 사건 전개와 중간 결과를 여기저기 보고를 취합하여 간단명료하게 정리하였다.

박사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거리자, M은 한숨을 내쉬며 조금 낮아진 음성으로 말을 이었다.


“자, 어쨌든. 우린 돌아버린 에바 하나와 미신고된 불법 이민자를 놓친 거군요.

그놈 때문에 함부로 경찰에 도움을 요청할 수도 없고 말이지.

게다가 에바가 돌았다고 보도라도 나면 우리 회사 입장은 엄청 불리해질 것이고. 맞나요?”


M은 순식간에 그들의 정치적 입장과 미래까지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버렸다.


“ 이렇게 합시다.

그년 놈들 역시 여러 이유로 남의 눈에 띄기를 바라진 않겠지.

나도 기분 같아서는 그 연놈들 다 죽여 버리고 싶지만, 일을 키우지 맙시다.

그년 놈에 관련된 모든 기록을 다 지워 버려요. 그리고 그 일에 관계되었던 사람들을 다 소집해요.

그들의 기억 부분도 다 지워 버리란 말이지. 뇌수술 하란 거요. 다른 핑계를 만들어서 라도.

이게 지금 박사와 내가 살 길 이요. 뭐 주변에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자들이 없진 않겠지.

하지만 자신의 이득과 관련된 게 아니면 시간이 다 해결할 거요.

결국 그 무엇도 없었던 일로 만들면 될게 아니요.”


박사는 당황하면서 다물고 있던 입을 열었다.


“아니, 연구원 들을 죄다 요? 게다가 그 에바를 원하던 리스 고객도 있는데 어찌.”


M은 박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물어뜯을 것 같은 표정을 들이대며 악을 썼다.


“ 꼬리를 남길 순 없죠! 연구원들이 무슨 말을 어디서 할지 어떻게 안단 말이오?

그리고 TF팀을 부를 테니 그 리스 고객 잡아다가 거기도 기억을 지워 버려요!

알게 뭐요. 우리 둘 다 죽게 생겼는데.

생각해 봐요. 일을 키우고 이 일이 알려지면 그동안 우리 회사에서 판매된 에바가 얼마나 되는지 아세요?

그게 노출돼서 만약 리스해지 나 반품 사태라도 일어난다면, 리콜 사태라도 일어난다면.”


M은 생각만 해도 질린다는 듯 어깨를 부르르 떨었다.

박사도 알고는 있었다.

과거, 오래전 에바에게 자율 발달기능이 탑재된 에바를 일부 시험적으로 출시했다가 벌어졌던 대량 리콜사태.

그 비용으로 인해서 회사는 거의 문을 닫을 뻔했었다고 들었다.

그리고 초거대 대기업이라는 건 원래 문제가 생기면 희생양을 필요로 한다.

이 사건이 드러나면 제일 먼저 희생양이 될 대상은 자신일 것이고,

그를 희생양에 가장 먼저 올릴 사람은 바로 M이었다.


M이 말을 마치자 박사는 멈칫거리다 알겠다고 하며 집무실을 나섰다.

잠시 씩씩 거리며 숨을 고르고 있던 M이 일어나서 한쪽 벽에 세워져 있던 캐비닛을 열었다.

캐비닛 속 에는 우람한 근육으로 무장된 파워타입 사이보그 하나가 서 있었다.


“ 야. 다 들었지?

박사가 내 지시사항을 이행하려면 최소 1주일은 걸릴 거야.

그동안 너는 박사의 행동과 움직임들을 모조리 다 감청해.

네게 부여된 감시 기능과 마이크로 드론을 이용하면 충분할 테니.

뭔가 기미가 이상하면 다 죽여 버려.

물론 마이크로 드론을 이용해서, 야생 말벌 타입을 쓰면 되겠군.

요샌 좀 드물긴 한 일이지만 누가 뭐라나.

자기 일 아니면 관심들 없지.

아니면 배를 침몰시키든 셔틀을 고장 내든 알 바 없으니 재주껏 다 죽여.

박사도 일이 마무리되는 대로 클리어하고. ”


지시를 마친 M은 파워타입 아담을 위아래로 훑어보다 한숨을 쉬었다.


" 지시를 다 마치고 나면 넌 폐기장으로 들어가서 자체폐기를 하도록 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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