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신세계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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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능선오름

29.


- 왜 안된다는 거죠? 당신은 이미 내 부속의 일부를 판매하는 것도 동의했었죠.

거기에 비하면 인간들 사이에서 매매춘이라 부르는 행위는 실제로는 내 신체 프로세스에 영향을 주지도 못하며, 단지 길어도 한 시간 안에 끝나면서 돈을 벌 수 있는 효율적인 행위에요.

그게 왜 안된다는 거죠? 다른 방법이 있나요?


논리정연한 나의 말에 새비지는 갑자기 입을 다물곤 나를 매섭게 노려보더니 이내 긴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는 엉성하게 지어진 집의 창밖을 바라보았다.

나는 새비지가 무엇을 바라보는 것인지 새비지의 시선을 따라 시각 초점을 옮겼다.

거기에는 몽콕의 허름한 빈민가 주택들과 집 사이사이에 쌓인 정체불명의 쓰레기 더미,

그리고 열악한 환경에서도 여기저기를 비집고 올라와 있는 진한 연두색 풀들이 보였다.

나는 그 풀들의 정확한 학명과 기타 등등의 자료들을 찾아낼 수 있고 원한다면 그 풀들의 기원과 아종까지도 줄줄 읊을 수 있지만 그게 지금의 상황과는 무관하다고 생각했다.

보통 새비지가 저렇듯 아무 목적도 의무도 결과도 없는 시선을 외부로 돌리고 있을 때면 그가 머릿속에서 뭔가 복잡한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쯤은 짐작한다..

그게 인간의 불편한 사고회로라고 생각하지만, 그 또한 우리와는 달리 인류란 논리적으로 계획되거나 설계된 것이 아닌 자연계에서 제멋대로 진화한 종족이기 때문임을 안다.


새비지는 한참을 아무 의미도 없을 풍경에 눈을 던지고 있더니 내게로 서서히 몸을 틀어 나의 시각 초점에 눈동자를 고정하고 입을 열었다.

- 에바. 난 인공지능에 대한 기술자라 당신이 어떻게 추론을 하고 판단하는지 알아요.

그렇다고 해도 이런 경우에는 내 마음을 나도 잘 모르겠어요.

당신 말대로 이론적으로, 그리고 실제 상황에 맞게 판단하면 당신의 제안이 현재 상황에서 가장 합리적이고 가장 데미지도 적은 돈벌이라는 건 알아. 알아요.


새비지는 다시 말을 멈추곤 입술을 잘근잘근 깨문다.

인간은 왜 저리도 무의미한 행위를 하는 것인지.

저런 행위가 피부에 손상을 줄 뿐, 그것으로 자기 생각을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하지만 나는 기다릴 수 있다.

보편적인 인간들이 판단을 위해 생각이라는 것을 할 때 반드시 논리적이거나 이성적이진 못하다는 것을 수많은 데이터를 통해서 나는 알고 있다.


- 에바, 당신과 나는 일종의 ‘부부’와 같다고 할 수 있지. 지금 현재 지내고 있는 상태가 말이오.

그리고 보편적인 인간들의 부부는 상대방이 매매춘 같은 것을 통해서 돈을 벌고,

그것으로 생활을 한다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커요.

물론 우리가 ‘보편적인 부부’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당신을 내가 사랑한다 생각하면서 다른 남성에게 매매춘을 시키는 것은.....나로서는 견디기가 어려워요.


새비지의 말을 듣고 나는 유사한 사례들에 대한 과거 그리고 현재의 데이터들을 자연스럽게 수집했다.

그건 새비지처럼 무의미한 풍경을 바라보거나 입술을 깨문다거나 하는 정도의 시간도 소요되지 않는 아주 짧은 시간만 소요된다..

그러나 나는 이 상황에 대해 바로 답변을 할 수 없었다.

새비지가 나만큼은 아니어도 내가 아는 정도의 정보들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을 것이라는 추론이었다.

이를테면 함께 사는 부부관계에서 남자가 아내를 앞세워 매매춘하도록 용인하거나,

오히려 나서서 매춘을 중개하거나 했던 행위들은 과거에도 현재에도 있었다.

일반적인 상황은 아니지만 존재했다.

그들이 보편적인 부부와 다르고 보편적인 인간사회의 풍습에는 반하는 것일지 모르지만,

그들 또한 가장 손쉽고 가장 현실적으로 가성비가 좋은 돈벌이 방식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그런 조건들을 본다면 더더욱 우리 둘의 현실에 맞는 일이기도 하고.

그러나 새비지는 그런 특별한 상황들을 용인하기 어려운 것으로 보였으니까.


- 새비지. 당신이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도덕론이나 사회규범 같은 것으로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은 알겠어요. 그런데 그렇게 생각하면 인간들이 우리와 같은 신인류를 만들어서 자연적인 배우자를 선택하거나 섹스의 상대를 찾는 것에 대체한다는 것 또한 지극히 비윤리적인 것 아닐까요?

우리가 단지 ‘기계’에 불과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윤리나 도덕에서 괜찮은 건가요?


내 물음에 새비지는 다시 충격을 받은 듯 입을 헤 벌리곤 망연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그는 다시 몸을 돌려 아무 의미도 없는, 비좁은 창문을 통해 보이는 너저분한 풍경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에게 어느 정도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나는 방안 모서리에 있는 충전 코드를 찾아 에너지를 충전하기 시작했다.

내 부속기관들을 팔아버린 이유로 과거보다 충전시간이 오래 걸리고, 또 빠르게 에너지가 소모되었다.

게다가 낡은 집에 공급되는 전력은 늘 일정하지 않은 주파수를 가지고 있어서 충전에 불편이 많은 편이다.

새비지는 최소한 먹어야 하는 인간이고 나 또한 충전을 해야 움직일 수 있는 신인류이므로 우리 둘 에게는 필요한 것들을 얻으려면 인간 기준의 ‘돈’이 필요하다.

이게 현실인데 무작정 대책도 없이 반대하는 새비지는 이해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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