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정한 뚜껑머리에 얇은 금테 안경을 끼고 있어서 공부 잘하는 아이 같은 얼굴과, 동시에 온종일 여자애들 울릴 궁리만 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얘는 늘 수업시간에도 몸통이 통째로 선생님을 등지고 앉아서 늘 뒤에 옆에 앞에 있는 애들에게 뭔가 밀을 한다.
내용은 듣기 싫어도 들린다.
샘의 목소리보다 더 크기 때문인데,
대개 누구 욕을 한다던가 여자애들 품평회 같은 것을 한다.
샘은 얘를 노려보시고, 학기 초엔 주의도 주셨지만 지금은 거의 포기 상태다.
이 아이가 쉬는 시간에 온갖 사건사고를 만들어서 교감선생님 상담샘이 출동하는걸 몇 번 겪으시곤 포기한 거 같다.
두 번째 빌런은 실은 빌런이라고 하기는 좀 그렇다.
고재언이란 아인데, 얘는 그냥 마음이 원래 아픈 아이이기 때문이다.
이미 1학년 때부터 문제아라고 전교에 소문이 났고, 누군가 이 아이의 핀을 뽑지만 않으면 조용한 아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누군가가 실수로, 혹은 고의로, 아니면 아무 의미 없이라도 이 아이의 가방을 건드리거나 필통을 무심코 팔꿈치로 건들거나 재언이 스스로는 작품이라 부르고 다른 애들 눈에는 그냥 종이뭉치 같은 건데 그게 올려져 있는 사물함 위에서 떨구거나 했다가는 정말 큰일이 난다.
온갖 욕지거리는 기본이고, 책상 위에 놓인 컴퍼스건 자 건 연필이건 온사방에 집어던지며 괴성울 지르기 때문이다.
그것도 한 번 시작하면 몇 시간이고.
담임샘이 주저앉고 교감샘, 상담샘이 연거푸 출동해서 오래 달래야 끝이 난다.
물론 그렇게 주어진 수업중 비는 시간은 다룬 빌런들이 활개 치는 즐거운 시간이 된다.
지켜보자면 다른 빌런들이 그렇게 자유시간을 가지기 위해 일부러 걔의 뇌관을 건드리는 경우기 적지 않다.
생각해 보면, 아침부터 수업 내내 교과서도 펴지 않고 멍 때리고 있거나 책상 위에 엎어져 자는 게 일상인 그 아이도 속으로 얼마나 괴로울지 생각이 든다.
싫은 학교, 싫은 수업, 친구 한 명 없는 교실에서 온종일 버텨야하니 말이다.
세 번째 빌런은 기마엘이다.
특이한 이름의 이유를 물으니 걔 엄마가 성경에 나오는 성인의 이름으로 지었다고는 하는데 , 난 성경은 모르지만 그 아이가 하는 꼴을 바라보면 아마도 걔 엄마는 성경에 나오는 악당이나 빌런의 이름울 잘못 기억해서 지은게 아닌가 싶다.
걔는 우리 반 빌런계 1등인 영준이 보다 어떤 부분에서는 더 악질이기 때문이다.
김영준이건 고재언이거나 다른 빌런들이 어떨 때 폭발하는지를 알고, 그걸 적절히 써먹는 애이기 때문이다.
자신은 드러내지 않고 있다가 다른 빌런들이 화가 나서 미쳐 돌아다닐 때 슬슬 본색을 드러낸다.
다룬 시끄러운 소동의 와중에 여자애들을 때리거나 괴롭히는 게 그 애의 특기다.
일단 더 큰 소동이 일어나고 있다 보니 샘도,교감샘도, 상담샘도 다른 자리에서 일어나는 소동은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