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평화로운 교실.
첫 시간이 끝나자 모두들 신이 나서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여자애들끼리 칠판 앞에 서서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오늘의 주제는 BTS 진이 언제 군대에서 제대를 하느냐 라는 심각한 주제였다.
우영이는 진은 이미 제대하고 정국만 남았다고 하고, 재민이는 아직 군대에 있다고 하고, 나와 소유와 나영이는 뭔 소린지 잘 몰라서 애들 이야기를 듣고만 있었다. 사실 나는 커서 지민과 결혼할 생각이었지만, 나이가 많다는 걸 알고 나서는 정국을 생각하고 있었다. 갑자기 영중이가 다가오더니 여자애들을 향해 휙휙 입으로 소리 내면서 발차기 연습을 한다.
어차피 허공에 하는 거지만 신경이 쓰인 우영이가 고만하라고! 소리 질렀다.
근데 우영이는 아직도 영중이란 놈의 성격을 모르는 걸까?
걔는 누군가 자기 행동을 저지하면 더 하는 놈이다.
아니나 다를까.
영중이는 더 위협적으로 큰 몸짓으로 앞차기를 하는데, 두어 번 헛발질 끝에 난데없이 나영이가 발에 차였다.
이런.
나영이가 순간 주저앉더니 왁 하고 울음을 터뜨린다.
당황한 아이들이 보니 영중이 발끝에 나영이의 소중이를 맞은 거다.
다리 사이를 붙잡고 엉엉 우는 나영이를 여자애들이 둘러싸고 진정시키고,
재민이는 담임선생님께 영중이가 그랬다고 일렀다.
담임샘의 얼굴이 묘허게 일그러졌다.
학기 초를 지났기에 우린 그럴 때 담임샘의 표정이 대충 대략 난감, 귀찮음, 짜증, 모르겠다 중 몇 개를 더하기 한 것을 안다.
""김영중. 너 왜 발길질했니? "
샘의 날카로운 말에 영중이는 얼굴 표정 하나 안 변하고 대답한다.
" 아 씨. 그냥 장난친 거라고요. 나영이 쟤가 움직이는 바람에 맞은 거라고요. "
어처구니없는 놈의 대답에 샘은 한참 노려만 보고 있다가 입을 여셨다.
" 영중이. 넌. 나영이에게 사과하고. 다시는 그런. 장난. 치지 마. 알겠니? "
영중이는 입술을 삐죽거리며 중얼거리는데, 혼잣말은 아닌 것이 반 애들 모두가 들었다.
" 아 씨바. 누가 거기 서있으랬나. 발차기 연습하는데 지가 앞에 얼쩡거리곤 내가 왜. 씨바"
샘이 계속 노려보자, 마지못한 듯 영중이가 아직 흑흑 대는 나영이에게 얼굴을 돌려 침 뱉듯 사과를 한다.
실제 교실바닥에 침을 뱉으면서.
" 야, 미안하다. 근데 너 엄살 피지 마. 세게 찬 것도 아닌데. 누가 거기 서있으래?"
나영이는 눈물이 대롱대롱한 눈으로 영중이를 노려보다 샘의 성난 얼굴을 바라보다 결국 "알았어" 하곤 자리에 앉는다.
하굣길에 나영이와 함께 운동장을 걸으며 말을 걸었다.
" 야. 김나영. 너 엄마한테 말해서 영중이 놈 혼나게 좀 해. 왜 사과 같잖은 사과를 받아주냐? "
나영이는 내 얼굴을 한참 바라보다 운동장 흙바닥을 향해 눈을 내리깔곤 말없이 그냥 걸었다.
대답 없는 나영이를 보고 내일은 학교가 난리가 나겠구나 생각을 하는데 뭔가 웅얼대듯 말을 하는 나영이.
" 울 엄마 소화기 공장서 밤늦게 오셔. 동생들도 돌봐야 하고 엄마도 힘들건대 나까지 걱정 끼쳐드리면 안 돼. "
말없이 뒤돌아가는 나영이를 보면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생각이 안 났다.
그래. 어쨌든 오늘도 평화로운 하굣길이네.
최소한 고대영이 폭발은 안 했잖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