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로운 초딩 생활 3

너구리가 뭔디

by 능선오름

오늘은 수업시간에 너구리 잡기 게임을 했다.

아빠에게 말을 하니 모른다고 한다.

이런저런 설명을 하니까 아, '술래잡기'라고 했다.

어휴. 옛날사람.

무튼, 막 뛰고 떠들썩하게 해도 도 괜찮은 수업이라 잼있다.

근데 고대영이가 뒤를 잡히는 바람에 결국 재언이가 또 폭발을 했다.

온갖 쌍욕을 하며 고함지르고 나뒹굴고.

또 교감샘, 이어서 상담샘이 출동하고서야 간신히 진정이 되었다.

가만 보면 담임샘,교감샘,상담샘 이렇게 셋이 나서야 진정이 되는 거다.

그래서 우리 친구들은 그 세 샘을 삼총사로 부르기로 했다.

뭔가 멋있잖아.


그렇게 한 시간이 지나고서는 갑자기 김영준이가 발작을 한다.

왜 인진 모르지만 소리소리 지르며 난동을 피웠다.

근데 걔는 담임샘과 반 아이들이 아닌 누군가 다른 사람이 교실에 니타 나면 엄청 얌전해진다.

아빠조차 공개수업 때 그 애가 너무 조용해서 문제아인걸 몰랐다는 거다.

얼굴도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공개수업 때 난리를 부린 아이는 조우신이라는 아이다.

처음 선생님의 말 시작에 일일이 토를 달며 ' 싫은데요? 왜 해야 해요? 안 할 건데요? ' 이런 식으로 말이다.

그에 맞서서 나의 어린이집 동기인 윤관 도 '나도요! 나도 싫어요!' 하는 바람에 시작과 동시에 엉망진창이 되었었단 말이다.

두 애 모두 아빠와 엄마가 와 있었지만 누구도 그 애들을 뭐라 하지도 말리지도 않았었다.

어쩌면 두 애의 의 엄마 아빠도 어린 시절에 그랬지 않았을까?

덕분에 우리 아빠의 기억에는 조우신과 윤관이가 또렷하게 남은 모양이다.

사실 더 대단한 원조 빌런들은 따로 있었는데 말이다.

영준이는 얍삽해서 자기 엄마가 와있으니 얌전을 빼고 있었고,

이미 문제아로 소문났던 고재언은 아예 결석을 했고,

늘 영준이와 재언이의 폭발 시점에야 슬그머니 끼어들어 한 손 거드는 기마엘은 그날따라 조용한 영준이처럼 얌전했었으니까.


여튼, 두 놈의 난동이 끝나면서야 오늘 수업이 끝났다.

근데 신기한 건, 학기 초에 그토록 신경 쓰이던 빌런들의 난동은 이제 반 친구들 모두 빤히 알고 있어서,

그러거나 말거나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그 녀석들이 사고를 치기 시작하면 삼총사 샘 모두 출동을 해야 좀 조용해지니까,

그때까지 아이들은 앞뒤옆으로 서로 재잘대며 뒷담을 나누니까 뭐, 나쁘지도 않다.

요렇게 가다 보면 여름방학이 올 거고, 2 학기가 되면 또 여전히 소동은 반복될 거고.

우리들은 점점 더 소동을 즐기는 마음이 될 거니까 그것도 좋은 일이다.

오늘은 두 놈이 폭발을 한 것 말고는 여자애들 울린 아이도 없고,

사물함이 뒤집어지지도 않았고,

창틀이 떨어지지도 않았으며 비록 두 애가 폭발을 했어도 책상과 의자를 엎지는 않았으니 조금 시끄럽고,

삼총사 샘들의 잔소리는 있었지만 나름 평화로운 하루였다.

우리 4학년 12반은 오늘도 평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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