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테리어, 알려줄게요 9

스타가 되고 싶다면

by 능선오름

인테리어, 알려줄게요 9

스타가 되고 싶다면


한때 인테리어를 포맷으로 했던 방송 프로그램들이 인기를 끌었던 시절이 있었다.

스타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출연하고, 형편이 좋지 않아 거주상황이 나쁜 주거를 대상으로 깜짝 놀랄 정도로 내부시설을 바꿔주던 프로그램.

그 덕분에 인테리어 디자이너라는 직업이 조명을 받기도 하고, ‘무료’로 으리으리? 한 거주시설의 변화가 있고, 해당 거주자는 감격에 겨워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그런데 직업이 직업인지라 그런 방송을 보면 좀 거북했었다.

일단 열악한 거주환경의 특성상 비좁은 공간에 뭔가 으리으리한 장식을 하면 보기는 좋은데,

가뜩이나 비좁은 공간이 더 좁아지게 보이는 부분도 있었고 당시에는 요즘같이 LED 등이 없던 시절이라 좁은 공간에 도드라진 할로겐 등을 보면 저거 전기료가 만만치 않을 텐데...라는 걱정.

대개의 대상 거주지가 월세가 많아서 저렇게 바꿔 준다 해도 결국 임대인만 좋겠네 하는 약간 시니컬한 반응.


그 이후로 유튜브 시대가 오면서 인테리어를 콘텐츠로 하는 방송들이 꽤 있다.

전문가도 계시고, 저렴하게 DIY를 소개하는 콘텐츠도 있었고 역으로 그건 아니고, 하는 방향으로 방송을 하는 유튜버도 계셨고.

그런데, 뭔가 조명을 받는 상황들이 되다 보면 인테리어 디자이너라는 직업이 뭔가 환상적으로 보이는 효과? 도 있었다.

일부 드라마에서는 선남선녀가 인테리어 디자이너로서 멋진 프레젠테이션과 멋진 의상으로 현장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지휘하는 모습, 밤을 지새우며 디자인에 고뇌하는 모습들이 오버랩되어 어딘지 모르게 도에 넘치게 멋진 직업으로 묘사되기도 하니까.

물론 그런 분들도 많이 계시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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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을 지새우며’는 공통사항이지만 다른 부분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결과물만 본다면 멋지다.

하지만 그 과정에는 항상 지난한 시간들이 필요한 법이다.

조그만 인테리어 회사를 운영하며 당황스러웠던 부분은 신입 지원자들의 잠재의식 어느 한 편에 알게 모르게 ‘우아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디자이너의 모습이 각인되어 있던 부분들이 있어서였다.

현실을 마주치면, 이게 뭐야? 하는 상황이 대부분이니.

뭐가 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도면을 그려내는 캐드 기능공이 된다거나,

현장에서 카리스마는 고사하고 숙련된 작업반장들에게 지적질을 받아가며 수발을 들어야 하는 현실.

그렇게 시간을 좀 지내다 보면 내가 이러려고 오랜 기간 과정을 마치고 날새워 공부하며 여기로 온 건가? 하는 현타가 오는 것이다.

그래서 초반에 가졌던 원대한 포부는 가라앉고 일부는 체념하고 일부는 현실에 도피하며 또 일부는 아예 다른 방향으로 직업을 바꾸는 경우들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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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업계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며 경험이 축적되고 경력이 쌓이면 당연히 어느 정도 멋진, 카리스마 넘치는 직분으로 올라가는 경우도 많다.

다만, 졸업과 취업 동시에 그런 자리로 올라갈 거라 생각한다면 착각이다.

당연한 게, 의사만 해도 10년 이상의 수련을 해야 그나마 ‘초보’가 되지 않나?

제아무리 머리가 좋고 공부를 잘하고 센스가 뛰어나다 해도, 정말 제 각기인 인테리어 현장에서 바로 적응이 된다는 것은 불가한 일이다.

‘머리’가 ‘경험’을 앞서는 일을 적어도 인테리어 디자인의 현장에서는 보지 못하였다.

물론 특정한 건축에 대한 공모전에서 수상하여 실제로 수상작이 유명 건축으로 자리 잡는 경우가 있는 일부 아주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그렇다.


‘아이디어’는 중요하다. 타고난 ‘디자인 감각’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 아이디어와 감각을 현실에 구현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그리고 공공의 공간은 좋게 표현하면 ‘모두를’ 위한 공간이고 나쁘게 표현하면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공간이다.

긴 시간과 엄청난 비용을 들여서 만든 디자인이라 해서 ‘공공’ 모두가 좋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거기에 대한 책임소재는 다소 모호하다.

‘공공’이 주체이고 시행을 한 사람들은 사실 진행자 일뿐 그 결과물의 주인은 아니니까.

구태의연하게 ‘짬밥’ 우선주의를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인 시선에서 과정을 무시하고 멋진 결과만 생기는 경우는 없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유명 건축가들 중에도 보면 대기만성형 건축가들이 꽤 있다.

수많은 경험과 시행착오를 거쳐서 소위 ‘대가’의 경지에 이른다는 의미다.

그렇게 계산하면 드라마에 나오는 ‘멋진’ 디자이너가 되려면 드라마 주인공보다는 조금 더 연식? 이 되어야 한다는 결론이다.


이따금 ‘스타’ 인테리어 디자이너라고 등장해서 디자이너가 아닌 ‘방송인’ 이 되었다가 조금 이상한 방향으로 가는 사람들도 분명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인테리어쟁이’ 들은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밤을 새워가며 각자 자신의 일을 한다.

그게 본분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면에서 ‘인테리어쟁이’라고 불릴 만한 사람들은 좀 편협하다.

자신이 생각하는 완성도가 나오기 전까지는 만족할 줄 모르고,

누가 신경을 쓰건 안 쓰건 자신의 기준에 100%가 나와야 한다는 고집쟁이들도 많다.

물론 그런 성향 때문에 이런 쪽 일을 천직으로 하는 것이기는 하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개인적 성향도 중요하긴 하지만,

인테리어와 건축행위는 모두 주체는 발주하는 사람이고 인테리어를 하는 사람은 발주자의 의뢰를 받아 만족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사람이다.

그러므로 고집 있는 소신도 필요하나, 상황과 여건에 맞춰 발주자와 각종 프로세스를 조율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즉 인테리어 디자이너는 ‘조정자’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사실은 ‘디자이너’라는 표현도 그리 달가워하지 않는다.

생각하기 나름이겠으나, 자신의 의지가 담긴 디자인으로 상품을 만들어서 구매자를 찾아내는 것이 아니라 이미 소비자는 정해져 있고 그 소비자의 구미에 맞는 디자인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건 디자이너의 의지도 물론 일부 반영이 되겠지만 현실적인 부분들에서 조율을 하면서 일종의 ‘타협’에 이르는 과정이라서 그렇다.

그러하므로 전공자 분들은 디자인 공부, 시공에 대한 공부도 중요하지만 다방면에 걸친 인문사회적인 공부들도 병행하여야 다양한 발주자들의 요구에 맞는 눈높이가 생길 수 있을 것이다.

일단은 깊이 보다 넓게,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셀프 인테리어는 어디까지나 '셀프' 다.

그에 맞는 만족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말씀이다.

어느 병원장께서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티브이 방송에서 나오는 DIY를 보고 새로 이사하는 아파트에 자가로 페인트 칠을 한 적이 있었다고.

결론은.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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