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테리어, 알려 줄게요 10

백화점 공사의 아이러니

by 능선오름


내가 운영하는 작은 회사는 인테리어 중 상업공간, 그중에서도 백화점이나 면세점 내 샵인 샵 개념의 공간 위주로 일을 한다.

샵 인 샵 이란 대형 매장의 내부에 각기 카테고리, 브랜드 별 별도 입점 매장의 공사를 한다는 의미다.

물론 그 외의 다양한 프로젝트도 수행하지만 회사에서 가장 많은 매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방향이 그렇다는 말이다.

보통, 인테리어를 한다는 동종 근무자들은 대체로 샵인샵 인테리어를 3D 업종이라고 표현한다.

실제로 건축, 건설 계통 업종 중에서 3D 아닌 게 있겠냐만, 그 강도들은 각기 다르다.

특히, 매장 내 공사 특성상 거의 모든 공정이 야간에 이루어지는 업무다.


이따금 백화점이 휴무인 경우가 있다.

오래전에는 월 1회 이상이었는데 경기가 안 좋다 보니 요즘은 반기, 분기, 연간 그중 한 번 정도만 정기휴무를 하는 경우가 많다.

백화점이 정기휴무를 할 때는 샵 인 샵 인테리어가 집중되는 시기다.

일요일 폐점 후부터 화요일 아침 10시 30분 오픈 전까지 공사가 가능한 시간이 주어지는 것이다.

그러니 정기휴무를 앞둔 일요일 폐점 시간 전에는 고객들은 보이지 않을 백화점 직원 출입구 쪽은 난리가 난다.

마치 오픈런을 앞두고 한정판 구매 줄을 서듯 공사업체들이 줄을 서서 입장을 기다린다.

그게 어떤 경우는 신분증을 내고 출입증을 받기까지 2,3시간이 소요되는 경우도 많다.

공사에 들어가는 업체들이 제각 기다 보니 냉난방도 안 들어오는 공간에서 줄 서서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평소에 백화점 매장을 찾는 고객들은 늘 시원하게 냉방이 되어있는 쇼핑공간을 유지하니 알 수 없겠으나,

백화점의 직원들이 다니는 동선들은 대체로 냉방이 잘 안 된다. 아니, 안 틀어준다.

비용 절감을 이유로 그러하다.

그러니 그런 곳에 일을 들어가기도 전에 요즘같이 더운 계절에는 난민처럼 빽빽하게 몰린 작업자들이 서로의 쉰내를 맡으며 한 두어 시간은 꼼짝없이 출입증 발급을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리다 이제 매장에 도착하면 일이 시작된다.

기존 매장을 철거하고, 새로운 매장을 만들기 위해 바닥을 드러내는 철거작업이 동반된다.

백화점의 공조기기는 꺼져있고, 백화점은 대체로 출입구를 제외하고는 창문이 없는 구조라서 냉방기가 돌지 않는 백화점은 그야말로 찜통이다.

찜통 안에서 먼지가 돌고, 엄청난 소음과 엄청난 인원이 비벼진다.

그런 식으로 첫날밤을 지새우며 기본 공사들이 진행되고, 다음날은 휴무일 인으로 주간 공사도 연이어서 진행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휴무일 야간까지 이어지는 공사는 해당 샵의 구조와 시공업체의 역량에 따라서 당일 야간, 혹은 그다음 날 오픈 직전까지 계속 이어지는 프로세스다.

그러니까 그런 현장을 관리하는 책임자는 일요일 야간부터 화요일 오픈까지 거의 하루 두세 시간 이상 잠을 못 잔다는 이야기다.

이런 공사 프로세스는 이미 25년 전에도 그러했었으니,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다.

각각 공종의 업체들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시간 안에서 일을 끝마치고 자러 가지만, 인테리어를 총괄하는 디자인 업체 직원들은 쪽잠을 자가며 일을 해야 하는 것이다.

결코 좋아서 하는 게 아니라, 업무 프로세스가 그렇게 짜여있기 때문이다.

샵 인 샵 특성상 대형 매장이라 하면 가설 칸막이를 치고 내부에서 주간 공사로 몇 주 공사를 하겠지만,

어지간한 백화점, 면세점들은 영업 구조상 매장 공사에 대해 많은 시간을 내지 않는다.

왜냐하면 각 점의 점장들은 대기업의 임원급 인사들이 맡고 있는데 그 점장들의 업무실적이란 바로 ‘매출’이다.

샵 인 샵 한 매장당 매출 평균이 잡혀 있는데 그 매장이 공사로 인해 며칠 공석이 되어 버리면 매출감소라는 현상이 나타나는 게 당연하다.

그렇기 때문에 점 측에서는 매출이 감소되는 일은 피하려고 인테리어 업체 쪽에 압박을 가하는 형태가 되는 것이다.

아무리 근로기준법이 어떻고 노동법이 어떻고 해도 이런 구조는 쉽게 바뀌지 않는다.

일례로, 대형 유통업체들은 대개 대기업 그룹에 속하고 근로기준법의 제한을 받기 때문에 그 점의 직원들에게는 그렇게 무지막지하게 일을 시킬 수 없다.

그러나 그들조차도 10여 년 전까지는 리뉴얼 현장을 지키며 함께 밤을 새우는 것이 당연하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노동부 감독이 높아지고 노조가 생기면서 그런 무지막지한 야근을 하진 않는다.

대신 근로기준법의 영향을 덜 받는 인테리어 회사들에게 모든 짐이 떠넘겨지는 셈이다.

일을 발주 관리하는 업체가 그렇게 타이트한 일정을 맞출 수밖에 없게 되어 있으니,

결과적으로는 현장 관리자가 몸 바쳐 일을 할 수밖에 없다.


앞서 기술하였듯 백화점 정기휴무일이 자주 있는 게 아니니,

모든 리뉴얼의 타깃을 ‘업체’에 전가하는 형상이 되는 것이다.

인테리어를 하는 입장에서는 특히 습식 바닥공사 (타일, 미장, 석공사 등)의 경우 품질관리를 위해 충분한 작업 시간과 양생시간 (건조 경화 시간)이 필요한데,

그런 경과도 갖지 못하고 덜 마른 바닥 위에 매장 집기를 세팅해야 하는 문제도 늘 존재한다.

그런 경과들로 인해 금요일 저녁에 해당 매장을 다녀간 고객이 있다면,

화요일 아침 백화점 오픈 때 매장 재방문을 하면 갑자기 기존 매장이 다른 장소에 다른 모습으로 신규 오픈이 된 상태를 보게 되면 얼떨떨해지는 것이다.

반드시 샵 인 샵이 아닌 경우에도 건축이나 인테리어는 늘 공기에 쫓기게 마련이다.

매장 오픈 = 매출이라는 공식이 있는 한, 어느 매장들도 공사기간에 여유가 없다.


그런 측면에서 해외 럭셔리 브랜드 중 몇 군데는 그런 구조에서 다른 방향으로 접근하는 방식이 있어서 새롭다.

그들에게는 어느 나라 어느 매장이건 상관없이 정해진 그들만의 규칙이 존재한다.

전제는, 자신들의 매장을 어느 규모 이상 새로 만들려면 최소한 몇 달간의 기간을 지켜야 한다는 규정이 있는 것이다.

즉, 공사의 퀄리티를 위해서 매출을 일정기간 포기하더라도 제대로 공사를 진행하라는 의도여서, 만약 특정업체가 공사를 신속하게 진행하여 오픈 예정 기일보다 빠르게 공사를 진행했다는 이유로? 페널티를 받는 특이한 현상이 나타난다.

그런 업체들은 당연히 고가의 사치품을 거래하는 매장이고.

일부 유럽의 바닥재 제조업체들도 그런 경우가 있다.

반드시 해당 국가의 지정된, 숙련기능공이 있는 업체에서 면적 당 시공해야 할 시간이 특정되어 있어서 반드시 그 시간을 지켜야 한다는 매뉴얼이 있을 정도다.

그리고 그런 완고함은 실제로 하자가 적어지는 효과를 가져온다.

시간이 지나면 하자가 거의 없다는 이유로 해당 제품에 대한 신뢰성이 좋아지는데,

그건 과정까지 원칙을 준수한 결과물이니 장기적인 평판을 염두에 둔 영리하고도 올바른 마케팅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에도 많은 건설 현장에서 사고가 발생하고 상상도 못 할 하자가 생기곤 한다.

이 모든 것은 ‘기술력’ 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시행사와 기획사 임원들이 건축에 대한 비전문가 출신들이 많은 탓이다.

그건 국가 수행 프로젝트라고 예외가 없다.

완벽한 ‘비전문가’가 해당 프로젝트의 총책임자라는 중임을 맡고 있으면 그런 부류들은 퀄리티나 안전에 대해서는 일반인 보다도 더 모른다.

그저 자신의 임기 안에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려고 욕심부리게 마련이고 유사한 프로젝트가 있다면 경쟁과 비교의 대상이 되기 때문에 더 나쁜 과정들을 거치게 된다.


현장의 책임자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땀을 흘릴수록 공사의 품질과 결과는 나빠질 수밖에 없다.

그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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