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트라 매니아 6

부활

by 능선오름

울트라매니아 6


대로가 아닌 이면도로였기에 사고를 목격한 사람이 많지 않았다.

퇴근길을 서두르는 듯 한 승용차가 빠르게 달려왔고,

갑자기 비좁은 골목

– 골목이라기보다는 건물과 건물의 틈새 정도 –

에서 한 사내가 서두르며 뛰어나오다시피 했고,

차량의 앞 범퍼에 부딪힌 사내는 관성에 의해 보닛 위로 튀어 올라 보닛을 움푹 패게 하곤,

앞 유리 절반을 깨트리며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스턴트맨처럼 도로에 나뒹군 사내 위로 승용차를 급 추월하던 SUV 차량이 미처 멈추지를 못하고,

사내의 몸을 밟고 넘어가서 급제동을 하다가 멈칫, 하곤 다시 내달렸다.

이어서 최초 충돌을 했던 승용차도 우물쭈물하다 주변에 인적이 없음을 발견하곤,

다시 급가속을 하며 재차 땅에 쓰러져 있던 사내를 질끈 밟고 넘어가 버렸다.


두 대의 차량이 활극을 벌인 이면도로는 갑자기 고요해졌다.

가로등도 희미한 곳이라서 인적이 보이지 않았다.

한동안 쓰러져 있던 사내는 다시 몸을 부스스 일으켰다.

그리곤 어깨를 돌려보고, 팔을 흔들어도 보고, 가슴과 다리를 쓰다듬어 보다가 벌떡 일어났다.

당초 낙하 충격의 여파로 여기저기 너덜대던 낡은 양복 위로 이제 선명한 타이어 자국까지 그라피티처럼 새겨져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 더 헝클어진 매무새 말곤,

사내의 몸 어디에서도 뼈가 부러졌다거나 피가 흐른다거나 하는 조짐은 보이지 않았다.


사내는 악몽을 꾸는 것 같았다.

분명 충격이 있었고,

자신을 타고 넘어간 차량들의 하부에 슬어 있던 녹 자국까지 어둠 속에서도 선명하게 본 기억이 난다.

그 차량들의 색상과 차종 까지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이렇듯 멀쩡하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주변을 둘러보니 충격의 여파로 떨어져 나간 사이드미러와 깨진 유리조각,

부서진 우레탄 범퍼가 나뒹군다. 분명 현실이다.

그런데 자신은 떠오르고 굴렀고 차에 짓밟히기 까지 했음에도 멀쩡한 것 같다.


아니, 어쩌면 이건 멀쩡하진 않은 것 일 지도 모른다.

인간 인 이상 다치고 죽고 피가 흘러야 마땅한데,

오후 빌딩에서의 추락 때도 그러했듯 옷만 망가졌을 뿐 몸이 아프질 않다.

그저 누가 밀어서 휘청댄 그런 정도 기분이 들뿐.

혹시 슈퍼맨이라도 된 건가,

아니면 무슨 엑스맨 같은 돌연변이가 된 그런 건가 라는 생각이 사내에게 떠올랐다.

그리고 이내 킬킬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정작 지난밤의 고단함 같은 건 여전히 육신을 누르고 있는데 무슨 슈퍼맨 따위.

만약 그런 변종이 된 거라면 아마 사상 최초의 피곤에 찌든 슈퍼맨이겠지,

란 생각이 들면서 사내는 맥없이 허튼 웃음을 뱉었다.


사내는 이내 일어나서 너덜너덜해진 양복 상의를 툴툴 손바닥으로 털었다.

그런다고 뭔가 나아져 보일 것 같진 않았지만 그래도 사내에겐 유일한 양복이었으니까.

펏번째 추락에서 앞코가 터져버린 낡은 구두가 걸어가는 사내의 발걸음에 맞춰 타닥타닥 소리를 냈다.

문득 사내는 이 장면이 아마 영화였다면 자신이라도 웃어버렸을 거라고 생각하며 헛웃음이 나왔다.

사내가 사옥 앞 보도에 행여 남아 있을까 싶어 휴대전화를 찾으러 갔을 때,

그곳 에는 정말 보고 싶지 않은 얼굴들이 단체로 모여 서 있었다.

대표와 팀장, 그리고 관리이사.

이 드라마의 각본과 연출, 기획을 했던 인물들이 모두 모여서 구덩이를 둘러선 채 거만한 포즈로 담배를 물고 있다가,

사내가 어슬렁거리며 등장하자 모두의 입에서 약속이라도 한 듯 불붙은 담배들이 구덩이로 떨어져 내렸다.

어두운 거리에 담배들이 떨어지며 떨구는 불똥들의 궤적이 환하게 빛났다.

세 사람의 얼굴을 완전 흙빛이 되었다가 곧 창백한 빛으로 바뀌었다.

카멜레온처럼.

그들은 걸어오는 시체라도 본 것 같은 표정이었다.

좀비 영화에서 좀비와 맞닥뜨린 사람들이 짓는 바로 그 표정.

사내가 입을 열었다.


“ 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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