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백서 9

끈기

by 능선오름


요즘 MZ 세대를 대상으로, 새로 입사하거나 이미 입사한 직원에게 행여

‘ 이 회사에서 몇 년 근무하면 무슨 직급으로 진급하고 무슨 권한이 생기고...’ 따위 말을 한다면 십중팔구 ‘꼰대’가 될 것이다.

몇 년은커녕 몇 달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판국에 평생직장은 무슨, 이라고.

어쩌다 보니 다양한 스펙과 경력을 가지는 것이 개개인의 경쟁력이라 착각하는 경우가 있다.

물론 자신이 ‘개인사업’으로 독립해 나갈 때야 상관없다.

그야말로 ‘실력’이 증명해 주는 시장에 나선 것이니까.

여기서 ‘실력’ 이란 자격증, 스펙, 다 따지면서도 숫자로 증명되지 않는 영업력, 판매능력, 유지관리 능력, 안정성 등등이다.

이런 건 시험 봐서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니 말이다.


그런데 어차피 비슷한 계통의 직장으로 이직을 하는 것이라면, 잦은 경력 변경이 유리하진 않다.

어느 직종에서나 구직보다 구인이 더 많은 시기가 있다.

대체로 주임~과장 급인데, 그 이유는 그 정도 경력과 나이라면 연봉 대비 할 수 있는 업무가 훨씬 높기 때문이다.

이른바 ‘몸값’을 높게 받을 수 있는 시기인데 그러다 보니 그 시기 이직률은 높은 편이다.

현 회사에 남아서 좀 더 상위 직급을 노릴 것인가, 아니면 몸값 높아졌을 때 이직을 해서 연봉 얼마라도 더 높게 받을 것인가 고민할 시기이다.

그러니 요즈음 같은 풍토에서는 한 회사에 충성? 까지는 아니어도 우직하게 오래 몸담은 사람을 융통성 없거나 발전성이 없는 사람으로 여기는 상황도 없잖아 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삼십 대 후반으로 가면 선택의 여지가 많이 좁아진다.

이력서에 늘어놓은 재직 경력 회사가 많을수록 불리하다는 말이다.

영업사원이 아닌 이상은 더더욱 그렇다.

한 회사에서 이력을 쌓는다는 것은 은근과 끈기가 있어야 가능할 일이고,

그로 인해 쌓아 지는 것은 거래처 인맥이다.

그러므로 경우에 따라 한 회사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사람이 직장을 옮기면, 발주처와 협력사등 그 사람이 구축한 인맥 최소 오십여 명 이상이 움직일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회사에서도 오래된 직원들은 중하게 여길 수밖에 없다.


입사지원 이력서에 거의 연 단위로 회사를 옮긴 사람들은 당연히 오래 못 갈 것으로 보인다.

정작 개인소개서에는 오랫동안 경력을 여기저기서 쌓았으니 한 곳에 정착하고 싶다고? 하지만 믿어주진 않는다.

게다가 그렇게 온 사람은 늘 주변에 위화감을 조성한다.

여기는 어떻고 저기는 어떤데 하는 방식으로.

사실 그런 사람에겐 쓸만한 발주처도 협력사도 없다.

왜냐하면 근무 기간이 짧아서 그런 인간관계를 구축할 시간이 없는 것이다.

하물며 구인이 급할 때 불러올 만한 후배나 선배들도 없다.

본인 스스로 그런 신뢰관계를 쌓을 물리적인 시간들이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그러저러하다 40이라는 나이를 넘으면 그때부터는 부르는 곳이 별로 없다.


우리 회사에도 항상 구인 광고를 내면 40~60까지 인원들이 지원을 한다.

경력은 나 보다도 더 화려하다.

수많은 경험들을 하였다고 이력서에서 늘어놓는다.

그러나, 한 곳에 오래 정착했던 이력은 대부분 없다.

그렇게 어중간한 사람을 중간 간부급으로 받아주는 회사는 없다.

특별한 인맥이 아니고서야 말이다.

업계에서 인정을 받은 사람이라면, 그 나이라면 그냥 소개로 입사하는 게 맞다.

그 나이에 소개를 못 받을 정도라면 그 사람의 지난 시간들이 헛된 것이다.

지름길은 별로 없다.

세월의 힘을 이길 수단은 많지 않다.

우리 회사에 필사적으로 여러 번 지원하는 사람들 대개가 그랬다.

이곳저곳 회사를 많이 섭렵하고, 이런저런 현장들을 두루 섭렵한 사람들.

그러나 근무 기간을 보면 대개 1개 프로젝트 정도 하고는 철새처럼 날아간 사람들.

그런 사람을 어떻게 선발할 수 있을까.

그간 지내온 그 사람의 과거가 증명을 해주는데.


나는 끈기가 없는 사람이다.

나는 조직의 불합리를 견디지 못하는 사람이다.

나는 엉덩이가 가벼운 사람이다.

이 모든 건 그 사람의 이력서에 나타난다.


그리고 대개 그런 사람들의 이직사유란 에는 회사가 망함 이거나 월급이 안 나옴이다.

그럴만한 회사들이니 경력이 복잡한 사람을 선발했으리란 생각은 안 드나?

회사란 어쨌건 그 사람이 몸값 대비 두세 배 일을 하기를 원한다.

그런데 그런 상황이 되면 가차 없이 그만둘게 뻔한 사람을 누가 뽑을까.

끈기가 있고, 지근하게 세월을 견디는 노력이 있다면 기회는 이미 그 주변에서 온다.

그 정도로 신뢰를 보여주는 사람은 반드시 누군가 손을 내밀거나,

독립을 하더라도 이전의 신뢰가 구축된 사람들과 다시 일을 한다는 이야기다.

그러므로 현재 자신의 자리에서 일을 하고 있는 당신은,

바로 자신의 장래를 좌지우지할 거래처에 영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동료들은 그런 미래에 동반자가 되거나 적이 될 것이고.


끈기와 처신.

그 이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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