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백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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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능선오름

자기개발? 자기 계발!

보통은 자기 啓發이라고 하나, 그것으로 자신을 開發 하기도 하니까.

요즘 쓰는 말로는 스펙 쌓기라고도 하니까.

그럴 일이 잦지는 않지만, 과거에 다른 업체들을 드나들며 보면 업체가 공기업이거나 뭔가 보직이 여유로울수록 업무시간에 자기 계발을 하는 친구들을 본 적이 있다.

조직이 얼마나 느슨하면... 싶기도 하고, 이런저런 핑계로 출장이니 뭐니 하면서 까지 자기 계발을 하는 친구들도 보였는데 실은 계발보다는 그냥 평일 대낮 골프 연습을 한다거나,

틈틈이 눈치껏 외국어 공부를 한다거나 하는 경우다.

일반적으로 대형 서점에 가면 첫 출입공간 주변에 즐비하게 비치된 책들도 대개 자기 계발서이고, 베스트셀러 목록에도 항상 등장하는 종류의 책들이 그런 부류다.


물론.

자기 계발을 위해서 많은 책을 참고 삼아 노력하면 좋겠지.

그런데 대체로 그런 책들을 쓴 사람들은 주로 전업으로 계발서를 쓰는 사람들이 많은 편이다.

아니면 어떤 분야에서 주목받는 사람들이 ‘ 나처럼 해라’ 류의 책을 낸다.

주변에서 혹시 자기 계발서를 탐독한 끝에 성공했다는 사람을 보신 분이 있으신지?

내 주변에는 없었다.


그것은 마치 유튜브에서 광고로 자주 뜨는 ‘ 천만 원 종잣돈으로 10억을 만든 비결’ 같은 거다.

그게 실제라 하더라도 사람들에게 모두 적용되는 공통의 성공분모는 아니라는 말이다.

심지어, 몇 십 년 전 자기 계발서가 다시 판본만 바꿔 나오는 경우도 많은데,

그만큼 어디서든 ‘비책’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는 이야기다.

고전 무협지에 흔히 등장하는 무공비서를 우연히 주인공이 찾아서 수년간 동굴 속에서 수련하여 초고수가 된다는 흐름이 과거의 자기 계발서였었다면,

요즘 계발서는 신무협 소설에 나오는 것처럼 짧은 시간 안에 ‘내공’을 전수받아 급고수가 될 수 있다는 식의 책이 많다.

이제 독자는 수년간을 고련 하여 고수가 되는 것을 참을 수 없다는 흐름에 맞춰서.


대개 다 알고 있다.

공부를 잘하는 방법 같은 것은.

공부를 잘하는 비법 책을 읽을 시간에 공부책을 더 읽고 배우는 게 낫다는 것을.

그럼에도, 어딘가에 지름길이 있고 그 지름길로 가는 방법은 어딘가에 있다는 식의 사고라면 곤란하다.

결국 천재가 아닌 평범한 사람이 공부를 잘하려면 엉덩이의 힘이 좋아야 한다.


자기 계발도 마찬가지다.

엉덩이의 힘, 그리고 지속성을 가진 부지런함, 성공을 향한 흔들림 없는 루틴.

이것들이 자신의 스펙을 올리고 잠재능력을 극대화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학교 다닐 때 영어 시간에 수학공부 하고, 수학 시간에 영어 공부 하는 사람이 성적결과가 그리 좋지 못하다는 것은.

일 할 시간에 자기 계발에 몰두하는 사람이 현재의 자기 ‘일’을 잘 할리 없다.

그리고 일 외의 시간에 자기 계발을 않고 ‘휴식의 플렉스’를 즐기는 사람이 업데이트되기란 어려운 일이다.


참으로 고전적인 문장이지만, 인내와 끈기 외에는 답이 없다.

누군가가 유튜브를 해서 대박이 났고,

누군가 또 코인 투자로 신흥부자가 되었고,

또 누군가는 틈새시장을 공략하여 스타트업으로 스타가 되었고.

다 남의 이야기다.

한 때, 그리고 지금도 ‘청년기업’ ‘청년창업’ 붐이 있고 정책적으로 무한정 지원도 많이 한다.

하지만 태반이 다 망한다.

절박하지 않기 때문이다.

내 전 재산을 걸고 하는 게 아니니 그리 절박하지 않고, 누구나처럼 창업하면 다 잘될 거라는 이상한 낙관주의에 빠져서 그렇다.

현실이 만만치 않은데 어느 조직에서, 남 밑에서 수그리고 오랜 기간 배우기는 싫고,

누구나가 다 일론 머스크나 스티브 잡스가 될 희망을 품는다.

그것은 나쁘게 표현하면, 자신의 앞서 인생을 걷고 있는 다수의 선배 세대들을 너무 ‘졸’로 보는 것이다.


물론 ‘전설’의 주인공은 분명 있다.

다만 주인공이 되는 일이 수많은 연예 기획사의 연습생들 중에서 아이돌로 성공하는 확률 보다도 더 낮다는 게 문제지.

누구나 ‘나’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나는 ‘노력’ 할 거니까.

나는 정말 ‘열심히’ 할 거니까.

자만이다. 오만이고.

누구나 다 그렇게 한다.


개인적으로 성공의 9할이 운이라고 생각한다.

단 1 할 이 실력과 노력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고작 1할을 위해 하늘에서 운이 떨어지기를 기다리며 애쓴다?

굉장히 가성비 떨어지는 거라 생각하고 포기하려고 하는가.

그렇지 않다.

그 1할은 바로 ‘준비’ 다.

9할의 운이 내 앞에 나타났을 때 그 운을 잡을 수 있는 그릇을 만드는 게 1할이다.

그러니 얼마나 어렵고 힘든 일인가.

현재 우리나라 최고의 대기업 중 한 회사는 자동차를 만들고 싶었다.

그것도 정말 ‘잘 나가는’ 자동차 회사를 만들고 싶었다.

그룹 내 좀 잘한다 싶은 사람들을 모두 꾸려서 자동차 회사를 만들었고,

천문학적인 비용을 투자하여 대대적인 비상을 꿈꿨다.

그룹 계열사 중에서도 한참 동안 그룹 내 이동을 통해 ‘인재’들이 몰려들었다.

결과는 참담했다.

능력이 없는 것도, 자본이 모자라서도, 인재가 없어서도 아니었다.

그러나 그룹 회장의 염원은 염원으로 끝났다.

그 과정에서 그야말로 천문학적인 비용과 인재가 사그라졌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다.

누구나 다 잘되려고 일을 한다.

그리고 잘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운’이라는 거대한 세상의 흐름은 인력으로 어찌할 수 없다.

패배주의에 빠지자는 게 아니다.

‘ 운은 준비되어 있는 사람에게 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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