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태만상
인원이 좀 있는 직장에서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정말 다양한 군상을 보게 된다.
늘 출근시간 보다 한 시간은 일찍 출근해서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며 뭔가를 시작하는 사람.
늘 길지도 않게 5분 정도를 헐떡이며 지각하는 사람.
늘 출근시간, 혹은 퇴근시간 이전에 뭔가 외근이나 이유를 만들어서 자기만의 자유로움을 찾는 사람.
딱 정시에 출근해서 그때부터 삼십여분 동안은 자리 정리하고 화장실 다녀오고 커피를 내리며 은근히 개인 용무를 보는 사람.
크게 바쁜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하루 업무 시간 중 최소 1/3은 개인 용무로 보낸다.
휴대전화를 보거나, pc를 통해 채팅을 하거나, 서핑을 하거나 하면서.
오죽하면 지나가는 상사들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업무를 하는 것 같은 화면보호기가 다 있을까.
그래서 대개의 직장인들은 자리배치에서 누군가 뒤에서 들여다보는 구조로 배치되어 있는 것을 제일 싫어한다.
논리적으로 따지자면,
회사에 출근한 그 시간부터는 개인은 없다.
pc를 비롯하여 사무용품들 모두 다 회사의 재산이고, pc를 통한 채팅이나 메일 보내기, 웹서치도 모두 회사 업무에 관련된 것이자 회사의 무형 자산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대개의 회사에서는 이런 부분은 무시된다.
너무 빡빡하다고?
하지만 개개인의 생활에 침범하는 것을 질색하는 건 누구나 마찬가지 아닌가?
‘법인’이라는 것도 법적으로 법인격이라는 것이 있다.
회사의 자산을 이용해 개인이 사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법인격을 무시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엄연한 ‘절도’ 행위다.
여기에는 ‘대표’도 예외가 아니다.
‘법인’의 대표는 그 또한 급여를 받는 직원과 같다.
대표니까 업무 시간에 다른 짓을 한다는 것은 태업이자 근무태만이다.
그러나 현실은 대개, 대표는 대표대로 자기 맘대로 자기 근무 시간을 낭비하고,
직원은 직원대로 업무 펑크만 나지 않을 정도로 일하는 게 현실이다.
그러면 누가 회사를 유지하고 이끌어 나갈까?
소수에 불과한,
부지런하고 신념 있는 샐러리맨들이다.
그런 직장인이 많은 회사일수록 잘 될 수밖에 없고,
그런 직장 분위기가 조성된 회사일수록 직원들의 근무 만족도도 좋다.
어영부영 시간 땜빵을 하는 걸 좋아하는 직원은 사실 극소수다.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고, 자신이 일하는 보람을 느끼고 싶어 하는 게 본능이다.
전반적으로 시간 때우기 식 근무가 만연한 직장조직은 뭔가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그것은 낮은 연봉 때문일 수도 있고,
나태한 상사 때문에 하지 않아도 될 연장근무가 늘 일상화되어있는 회사라면 어차피 이래도 저래도 늦을 거....라는 의식이 팽배해 있다.
예전에, 지금은 세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업계 톱인 그룹의 한 계열사 임원을 본 적이 있다.
젊고, 유학파인 임원은 자식교육을 위해 기러기 아빠인 상태였다.
집에 퇴근해 봐야 딱히 할 것도 볼 사람도 없으니 늘 늦게 퇴근한다.
일이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늦게 퇴근했다.
그 위 상사는 연일 늦게 연장근무 하는 임원을 오히려 칭찬하는 분위기.
그러니 그 임원이 있는 부서장들도 눈치를 보느라 퇴근할 수 없었다.
주말에도.
이건 좀 극단적인 예 이긴 하지만 사실이다.
‘B사감과 러브레터’라고 하는 아주 오래된 근대 소설이 있다.
남녀를 불문하고, 퇴근 후에 딱히 할 일이 없는 스타일들이 있다.
그런 사람은 직장을 자신의 쉼터 정도로 이용한다.
업무는 핑계일 뿐 자신의 위치에서 말이 먹히는 직원들이 존재하고,
적어도 그 소그룹 안에서는 골목대장 같은 그 분위기를 최대한 즐기는 것이다.
그런 사람으로 인해 모두가 느슨하게 체념하는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이다.
근무는 전투적으로 해야 한다.
개인의 시간을 최대한 뺏지 않도록 주어진 근무 시간 안에 일을 종결하고,
가능한 제시간에 퇴근하는 것이 최대한의 효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