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트라 매니아 8

반전

by 능선오름

울트라매니아 8


사내가 사라진 후 한참 동안 세 명의 남자는 멍하니 사내가 걸어간 도로를 향해 서 있었다.

한참 동안이 지나고, 세 사람은 약속이라도 한 듯 다시 담배를 피워 물었다.

관리이사가 재빠르게 대표의 담배에 불을 댕겼다.


“ 뭐인 거 같아?”


대표가 으르렁 거리듯 관리이사에게 물었다.

관리이사는 곤란해 보이는 얼굴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 뭔지는. 모르지요.

아무튼 말이 안 되지만, 우리 회사 직원 몇 도 목격한 일이기도 하고,

떨어지는 장면은 아니지만 구덩이에 저 새끼가 누운 장면하고 일어나 어딘가로 뛰어가는 장면이 어떤 놈들인지 휴대폰 동영상으로 찍혔습니다.

아시다시피, 그게 유튜브에 지금 한창 돌아다니고 있어요.

BK 사 사옥에서 슈퍼맨 투신! 뭐 이런 제목으로요.

뭐 영화 예고라는 댓글도 많고, 근데 대체적으로 우리 회사에 대한 안 좋은 말 들이 많이 올라와 있긴 합니다. 다행이라면 화질이 안 좋은 데다가 흔들려서 그 새끼 얼굴이 잘 보이진 않습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그놈을 다시 내쫓다가는 문제가 생길 수 도 있겠습니다.”

대표는 물끄러미 관리이사의 얼굴을 들여다보다가 혀를 쯧쯧 찼다.


“ 이그……. 역시 상경계란.

우리 같은 이과 출신들은 일단 그건 두 번째 문제라고 봐. 일단은.

그 새끼가 무려 이십층에서 떨어진 거란 말이야. CCTV 확인했잖아?

근데, 봐. 옷은 좀 그렇지만 멀쩡하게 살아 있잖아?

이게 말이 돼? 엉? 야 지 팀장. 말 좀 해봐.”


팀장이라 불린 사내는 한 손으로 턱을 감싸 쥐고 한참을 생각에 빠져 있었다.


“ 그게, 저 혹시……. 보도블록 밑에 깔린 모래가 생각보다 두터워서, 그래서 살아난 거 아닐까요?”


대표는 미친놈을 다 본다는 시선으로 팀장을 노려봤다.


“ 야, 지 팀장. 넌 새꺄 그걸 말이라고 하니?

그 높이면 충돌 에너지가 얼만데 그래? 설사 바닥이 스펀지라고 해도 죽어 인마.

떡이 된다고. 너 이과 맞아? 에이 멍청한 새끼.

중요한 건, 놈이 살아난 이유도 그렇고 과연 이후가 어떨지가 중요한 거라고.

오늘 밤에 집에 가서 뒈질지도 모를 일이잖아?

근데 어쨌거나 놈이 떨어졌다가 움직인 동영상은 돌아다닌다는 거고,

거기에 회사 이름이 붙어 있다는 게 더 문제잖아.

내일 아침 여덟 시에 다 모여! 대책을 생각 좀 해 보자고!”


신경질적으로 담배꽁초를 구덩이에 던지면서 대표라는 사내는 회사 건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졸지에 욕받이가 된 팀장은 멍청한 얼굴로 멀어져 가는 대표의 뒷모습을 보다가 관리이사를 바라보았다.

관리이사도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대표와 팀장 두 사람을 번갈아 보고 있었다.

팀장이 대표처럼 담배꽁초를 집어던지면서 낮게 내뱉었다.


“ 아, 씨바. 내가 문과 출신이라고 몇 번을 말해?

충돌이고 에너지고 알게 뭐야?

어쨌거나 회사 앞에서 뒈져버린 것보다는 나은 거 아니냐고. 젠장.”


팀장은 발아래 구르는 보도블록 조각을 발로 힘껏 걷어차고 주차장으로 걸음을 옮겼다.

홀로 남은 관리이사는 성질을 부리고 간 두 사내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두 번째 담배를 피워 물었다.

어둡고, 봄이 다가오는 훈풍 같은 바람 속으로 담배연기가 흩어졌다.

관리이사는 멍하니 어두운 하늘을 바라보며 혼자 중얼거렸다.


“ 이과고 저 과고 그게 문제가 아니라 그 높이에서 사람이 떨어지면 죽어야 정상 아냐?

근데 살았단 거잖아. ‘세상에 이런 일이’에 나올 일이지.

우과장 그 새끼 운도 좋지. 어쨌거나 쫓아내려고 한 건 사실 이잖아?

뭐가 뭔지 몰라도 나만 골치 아플 뻔했잖아.

경찰 조사에 노동부 조사에 세무조사에. 에휴. 미친 새끼 들.

빨리 다른 회사 자리를 알아보든가 해야지 정말…….”

실로 가능성이라곤 전혀 없을 이직을 운운하는 관리이사의 등 뒤로 늦은 퇴근을 재촉하는 무리들이 저마다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며 걷고 있었다.

그중의 몇몇은 회사 사옥을 힐끔거리는 게 아마도 오늘 돌아다니기 시작한 동영상을 보는 중이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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