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불괴?
울트라매니아 10
회사 꼭대기층 대표실의 회의 탁자 앞에 세 사람이 모여 있었다.
대표와 영업팀장과 관리이사.
첨단 아이티 회사답게 한쪽 벽면은 멀티채널의 모니터가 가득 채워져 있었다.
평상시엔 아름다운 알프스의 자연환경이 떠오르던 그곳에,
화질이 그다지 좋지 않은 CCTV 영상 여러 개가 동시에 돌아가고 있었다.
세 사내는 수근 거리며 한참 동안 영상을 들여다보다가, 회의 탁자에 둘러앉았다.
대표가 입을 열었다.
“ 기 이사. 어떻게 생각해?”
관리이사가 주저하며 입을 열었다.
“ 그러니까, 우과장 저 친구가 이유는 모르겠지만, 무엇으로 부딪혀도 다치질 않네요. 그것 참.”
대표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미간을 찌푸리며 다시 입을 열었다.
“ 역시 상경계들은 상상력이 부족해.
다치질 않는 정도가 아니라, 저건 거의 사기 야, 사기.
그 무엇으로도 다치질 않잖아?
심지어 지게차에 깔려도 부러지지도 않아.
허……. 고 팀장은 어떻게 생각해?”
팀장이라 불린 사내는 마땅찮은 얼굴을 감추지 않으며 마지못한 듯 대답을 했다.
“ 뭐 대표님 지시대로 저 새끼가 정말 안 다치는 인간 인지 확인하려고 여러 가지를 시도해 봤습니다만……. 일단 물리적 충격에는 전혀 반응이 없다시피 합니다.
그래서 자고 있을 때 세척용 황산 액을 머리에 쏟아 본 적도 있었는데…….
전혀 아무렇지도 않았습니다. 옷과 주변 바닥은 녹아내렸는데 말 이죠.
그 자식은 신 냄새난다고 무슨 식초 쏟은 줄 알더라고요. 기가 막혀서 원.”
대표는 손을 딱 소리 나게 마주 잡으며 흥분한 듯 음성을 높였다.
“그래! 바로 그거야. 역시 고 팀장은 이과라 말이 통한단 말이지.
물리적으로도 화학적으로도 다치지 않는다! 그거지.
이유는 모르지만 적어도 지금, 우과장 그놈은 슈퍼맨 같은 방어력이 생긴 거라고.”
속으로 ‘아, 문과라고 몇 번을 말해도 이과라네. 씨바…….’
욕지거리를 하며 고 팀장은 대표에게 조심스럽게 질문을 했다.
“그런데, 대표님. 왜 그 자식을 계속 몰래 생존 테스트 같은 걸 하시지요?
자칫 들통나면 문제가 될 수 도 있을 텐데요. 아무리 어벙한 놈이지만…….”
대표가 안경 너머로 날카로운 시선을 빛냈다.
“ 아, 다 생각이 있어서 그래. 근데……. 힘은 별로 없다고?”
“ 네. 힘쓰는 일을 일부러 시켜 보니까, 힘은 뭐 저 보다도 못한 거 같습니다.
힘도 잘 못쓰고 달리기를 잘하는 것 도 아닌 것 같고.
그냥……. 뭘 해도 다치지만 않는 것 같은데요.”
좀 못마땅한 어투로 답을 하는 팀장을 아랑곳하지 않고 대표는 창밖을 바라보는 시선이 되었다.
그리곤 혼자 누가 들으라는 것도 아닌 듯 중얼거리고 있었다.
관리이사와 영업팀장에겐 지극히 익숙한 일인 듯 그들도 각자 자기 휴대폰을 들여다보거나 하기 시작했다.
“ 금강불괴……. 금강불괴 란 말이지.
지게차에 깔리고 황산을 뒤집어써도 멀쩡한…….
그런데 힘은 그냥 일반인 수준이고……. 그건 뭐 좀 아쉽긴 하네.
그래도 그게 어디야. 이거 뭔가 좀 아이템이 될 것 같은데…….
입사 십여 년 만에 처음으로 그놈한테 쓸모가 생기는 건가? 흐흐 ”
무협지도 아니고 무슨 금강불괴가 거기서 나오나 싶었던 영업팀장이 대표에게 물었다.
" 대표님. 힘을 쓸 수 있는 슈퍼맨이라면 뭐 힘쓰는 일에 써먹는다지만 그냥 죽지만 않는 슈퍼맨을 대체 어디에 씁니까? 다른 사람에게 도움은 안 되는 슈퍼맨이잖아요? 그런 게 회사에 도움이 될까요? "
대표는 한심하다는 표정을 숨기지도 않고 영업팀장에게 입을 열었다.
" 이봐. 고 팀장. 그래서 자네가 그 이상이 못된 거야.
사람이 상상력을 동원해야지.
뭐 자세한 건 모르지만 어쨌거나 우 과장 저놈이 적어도 외부의 충격이나 화학물질이나 이런 걸로 상처 하나 안나는 몸뚱이가 된 걸 인정하자고.
우리가 아이티 계통의 사업을 하곤 있지만 혹시 모르잖아?
저 우 과장을 대상으로 뭔가 더 거창한 사업을 벌이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불사'의 몸을 가진 놈이 있다고 쳐.
그러면 그 유전자라던가 뭐 아무튼 세포라던가 잘하면 세상 듣도 보도 못한 신약개발이 될지도 몰라.
그게 아니라도 써먹을 구석이 꽤 많지!
정작 저 작자는 자기 몸뚱이가 지금 얼마나 비싼 값이 매겨지는지 관심도 없지만.
아무튼 내가 아이디어를 내는 동안 너희 둘은 다 입 꽉 다물어야 해.
이건 아주 소중한 보안 정보니까 말이야. "
혼잣말처럼 읊조리며 싱글거리는 대표의 얼굴을 보면서 관리이사와 영업팀장은 서로 얼굴을 마주 보았다.
그들은 경험상 알고 있었다.
그들이 모시고 있는 대표는 다른 건 몰라도 돈벌이에 대한 본능은 타고 난 사람이었다.
게임 개발과 거리가 있는 사람이었고,
아이티 업계 대표들이 대부분 개발자 출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그런 것과 거리가 먼 사람이었으나,
오히려 타 회사들을 일찌감치 제치고 독주해서 지금에 이른 것이었다.
대표는 타고 난 감각이 있었다.
사람들이 어떤 게임을 좋아할 것 인가에 대한 감각.
개발자들이 들고 나온 게임 아이디어 중 어떤 것이 돈이 되고 안 될지 귀신 같이 가려내곤 했다.
그래서 업계에서는 대표를 두고 마이더스의 손이라고 부르곤 했지만 초창기 멤버인 관리이사와 영업팀장은 알고 있었다.
그들의 대표가 감각이 있는 건 사실이었지만,
그 선택을 사실화하기 위해서는 온갖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구체화시키는 인정사정없는 추진력이 더 무서운 것이라는 것을.
만약 선택에 실수가 있었다고 해도 대표는 그 실수를 무마할 수 있는 다른 방안들을 동원하는 능력이 있었다.
실제로 거의 실패작으로 불릴 게임을 출시하고도 언론을 조작해서 경쟁 업계에 고액으로 팔아먹은 적도 있었으니 말이다.
물론 상대회사에서 게임을 검토할 엔지니어들을 막후에서 작업하여 승인을 하게 만들고 이 회사로 데려온 것 까지도.
그런 사내가 우 과장을 대상으로 놓고 무언가를 꾸미려고 하고 있다.
관리이사와 영업팀장.
두 사내는 동시에 나란히 전율을 느끼며 똑같은 생각을 떠올렸다.
‘ 우과장이 제 아무리 금강불괴의 초능력을 가지게 되었다고 해도,
대표가 뭔가 마음을 먹은 이상, 곧 죽을 지경이 될 거야’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