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이라는 치명적 마음에 대하여
우울증 약을 복용하곤 일주일 만에 끊었다.
일단 우울증이 약으로 기분이 나아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저 약간의 어지러움과 몽혼함으로 머릿속을 뒤죽박죽 하는 역할인 느낌이었다.
그렇겠지.
근본적으로 사람의 우울함을 약으로 사라지게 만든다면 그건 마약이겠지 싶다.
우울증으로 인한 여러 가지 수반되는 증상들은 썩 좋아지진 않았지만 견딘다.
잠깐잠깐 옥상에 올라 햇볕을 쬐고,
마음속에 잡다한 상념이 일어나면 뭐라도 일을 한다.
그러다 보면 시간이 지나가고, 그렇게 하루를 견디면 밤이 오니까.
어떤 날은 수면제의 힘이 다 사라진 상태에서도 일어나고 싶지 않고,
한없이 웅크리고 싶은 순간들이 있다.
그러나 누워있어도 그날의 할 일들이 차곡차곡 떠오르기 때문에 그대로 누울 수는 없다.
동굴 속으로 들어가면 끝이 없다는 것을 이성적으로 알기 때문에,
어떻게든 세상 밖으로 나를 끄집어내곤 한다.
좋아질 것이다라는 문장을 되뇐다.
지금 내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는 절대적인 무력감과 자괴감은 사실 내 것이 아니라고 곱씹는다.
애써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스스로 마인드 셋을 한다.
이렇게 잘 버텨내다 보면 잠드는 약도 멈출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에게 타이른다.
그럴 거다.
살아가려면 그래야 하니까.
그래도 아직 때때로.
돌이키고 싶지 않은 기억들을 지워주는 알약이 하나 있으면 좋겠다는,
터무니없을 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