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탄생
울트라매니아 17
대표는 매우 흡족했다.
말도 되지 않을 것 같은 생각으로 시작했던 Z프로젝트는 이미 성공을 한 상태였다.
정식 광고에 돈을 들이지 않아도 유튜브 동영상 1,2,3 차 만으로도 게임은 대박이 났다.
각종 매체로부터 울트라 좀비에 대한 기사가 다뤄졌으며, 그 주인공에 대한 궁금증은 폭발적이었다.
그 덕분에 게임은 온라인 게임 1위를 차지하고, 엄청난 수익을 거둬들였다.
그 수익성 이란 프로젝트 진행을 위해, 우 부장을 위해 쓰인 투자금은 이미 새 발의 피 일 정도였다.
그보다 더 큰 것은 게임사업체로서 인지도가 아직은 미미하던 회사가 순식간에 1위를 차지하면서,
주가폭등까지 되어 졸지에 자신을 주식부자로 만든 결과였다.
어느 정도 사전 예측은 했지만,
대중들이 이렇게 관심을 몰아줄지는 사실 도박에 가까웠던 게 사실이다.
게다가 이후 출시 게임에 대한 기대치도 상승했고,
각종 포털에서는 울트라 좀비에 대한 추측이 난무하고,
영상판독 전문가라는 자 들이 나타나서 그 영상이 조작이다 아니다 로 난상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유명한 시사프로그램에서는 이 현상을 두고 특집까지 다루는 터였다.
울트라맨에 대한 관심은 한국을 벗어나 세계적인 기현상이 되면서 온갖 SNS에서는 회사의 광고 영상을 패러디하는 일까지 벌어져서,
회사의 광고 영상에는 반드시 ' 울트라맨은 특별한 사람이므로 일반인은 절대 흉내 내지 마세요'라는 자막이 들어가야 했다.
심지어 울트라맨이 공격당하는 영상들이 너무 잔혹해서 방송금지를 해야 한다는 집회가 벌어질 지경이었다.
이 모든 사회현상을 불러일으킨 게 바로 자신의 아이디어라며 대표는 Z프로젝트 팀에게 뻐기곤 했다.
시작부터 그러했지만, Z에 대한 모든 사항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졌다.
외신에서 까지 울트라 좀비에 대한 기사가 다뤄지고,
그 덕택에 아무런 사전 마케팅 없이도 게임은 순조롭게 팔려 나갔다.
게임 자체의 구성은 이전의 게임들과 크게 다르진 않았지만 울트라맨의 인기가 그것을 덮었다.
사람들은 캐릭터 자체에 열광했다.
볼품없어 보이는 배 뚱뚱한 아저씨가 히어로라는 게 더 큰 매력이 되었다.
게다가 그 캐릭터는 직접 무엇을 파괴하거나 폭력을 가하는 일이 없었다.
세상에 알려진 대부분의 재난과 무기들로부터 묵묵히 공격을 당하고,
그러나 아무 일 없다는 듯 툭툭 털고 일어났다.
그리고는 엔딩 크레디트에 I'll be back.
소시민들은 울트라맨이 어떤 상황에도 굴하지 않고 묵묵히 견디고 결국은 이겨내는,
' 서민영웅'이라는 것에 열광했다.
일부에서는 대기업 투자로 영화화를 한다는 소문도 무성했다.
그러나 대표는 어떤 조건이라 하더라도 Z의 정체에 대한 것에 대해서는 철저히 함구했다.
적어도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를 만큼 대표는 어리석지 않았으므로.
사실 울트라맨, 즉 우 부장의 세포를 채취할 수 있다면 더 대단한 돈벌이가 가능할 것 같았지만,
온갖 실험을 통해서 그게 불가능하다는 걸 알았다.
대신 보안을 지키기 위한 대표의 집착은 광적으로 집요해졌다.
프로젝트에 관련된 사람들을 돈과 협박을 이용해서 철저하게 배제시키고,
핵심인물인 프로젝트 팀장과 관리이사에겐 엄청난 특혜가 주어졌다.
경리부서에서는 두 사람에게 대표가 스톡옵션을 지급해서 그 차익만 해도 어마어마하리라는 소문이 공공연히 떠돌았다.
탐욕스럽기 그지없던 대표가 어쩐 일로 그러는지는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우 부장은 정작 회사에선 잊힌 존재가 되었다.
그가 마케팅 팀 소속이었다가 특수 프로젝트 팀으로 발령이 되고서는 그를 본 사람이 없었다.
그 또한 우 부장이 원래 그림자 같은 존재였으므로 누구도 관심을 두진 않았다.
이따금 직원들이 식사 자리에서 전에 자살 시도하다 살아났던 꼰대 정도로 관심을 둘 뿐.
넓은 회의실 소파에 앉은 대표의 인상은 몹시 찌푸려져 있었다.
미간에 잡힌 주름이 지금 현재 대표가 몹시 심기가 불편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표의 입매는 마치 배트맨의 악당 조커처럼 양 쪽 광대뼈를 향해 치켜 올라가 있었다.
대표의 측면에 앉아있던 관리이사는 대표의 저런 모순 같은 표정을 딱 한번 본 일이 있었다.
사업 초기에 세무조사를 당할 때 얼굴 표정이 저랬다.
그러나 그 이후 세무서장 이든, 국회의원이든,
필요하다면 누구라도 치밀하고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만들어 내는 대표의 타고 난 생존력이 발휘된 이후로는 저런 표정을 지을 일 이라곤 없었다.
늘 거만하고 자신감이 넘치며, 늘 알파 수컷답게 어깨를 한 것 펴고 고개를 빳빳이 뒤로 젖히는.
그렇게 자신을 과시하고 자신만만하던 대표가,
어색하게 앞으로 수그려진 어깨와 기묘한 조커의 미소를 짓고 있는 것은 매우 기괴해 보였다.
갑자기 대표는 네댓 살은 더 먹어 버린 듯했다.
관리이사는 대표의 맞은편에 앉아있는, 작금의 이 상황을 불러온 사내들을 슬쩍 곁눈질했다.
단정한 가르마.
번들대는 포마드 인지 헤어크림 일지를 발라 단정하지만 매우 노인스러워 보이는 머리스타일에,
영화 맨 인 블랙에 나오는 사람들처럼 시커먼 양복을 거의 똑같은 스타일로 입고 앉아 있는 두 사내.
비싼 것도,
아주 싼 것도 아닌 아웃렛에서 산 것 같은 슈트를 입은 두 사내는 얼굴이 다르지만 거의 쌍둥이 같은 분위기와 자세를 취하고 말없이 앉아 있었다.
그들은 마치 새로 나온 자동차를 팔러 온 세일즈맨처럼 보였고,
온화한 인상과 부드럽게 미소를 짓고 있는 입매 까지도 판박이처럼 닮아서 약간 코믹하게 보일 지경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락한 이태리 소파에 등을 붙이지도 않고 허리를 꼿꼿하게 세운 채 앉아있는 그들의 존재로 인하여 대표는 근래 보기 드문 안절부절과 당황함을 역력히 드러내 보이고 있었다.
그런 대표의 좌우에 앉아 있는 팀장과 관리이사는 삼국지에 나오는 관우와 장비가 아니었던 만큼,
대표와 마찬가지로 딱딱하게 굳은 얼굴을 감추느라 억지로 입가에 미소를 짓고 있었다,
사내들은 그 자세가 마치 그들만의 매뉴얼이라도 되는 듯 한껏 턱을 앞으로 치켜들고 있어서 맞은편의 대표와 부하직원들과 같은 높이의 의자에 앉아 있음에도 그들을 굽어보는 듯 보였다.
억지로 지은 미소로 인하여 대표와 부하들의 얼굴에 경련이 일어날 때쯤,
쌍둥이 사내 중 하나가 아주 미미하게 입을 열었다.
“ 자, 결정을 하셔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