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투
울트라매니아 23
우부장이 훈련을 시작한 지 5개월 정도가 지났을 때,
우부장의 몸은 이제 통통한 상태를 벗어나 보기 좋을 만큼의 근육질 몸매가 되었다.
물론 그 나이 또래들과 비교했을 때 그렇다는 말이다.
그들이 시키는 훈련은 기계조작 외에 체력단련도 있었다.
어차피 죽지 않는 몸이 되었어도 다른 근력이나 힘은 일반인들 보다도 못했던 우 부장이다.
그러나 고통을 느끼지 않는 점이 훈련에 적합했다.
그들이 시키는 대로 트레이닝을 하고, 매달리고, 뛰고, 기어 다니고.
그런다 해도 우 부장이 죽을 듯 힘이 들거나 숨이 찬 건 아니었으니까.
고통을 모르는 육체는 과격한 훈련으로 주어지는 대미지를 고스란히 받아들여 근육으로 바꾼다.
그렇다고 해서 타고난 운동신경이 좋아진 건 아니지만,
대인 격투를 배울 때 우 부장은 자신의 통증을 모르는 육체가 제법 쓸만하다는 걸 깨달았다.
머리 하나는 더 큰 교관이나 조교들이 그에게 공격을 가한다 해도,
맞아도 타격이 없고 팔다리를 잡아 꺾어도 꺾이지도 않는 육체.
통증이 없고 타격을 받지 않으니 어떤 무식한 방법으로라도 우 부장이 하는 반격을 그들을 견디기 어렵다.
어쨌거나 아무리 훈련을 받았어도 그들은 보통의 '인간'에 불과했으니까.
이게 왜 필요한 훈련인지는 모르나,
과거 의무적으로 군대 생활을 할 때도 어리바리하던 우 부장은 훈련을 통해 진짜 강자가 되었다.
제아무리 많은 숫자가 덤벼들어도 우 부장을 쓰러지게 못하니까.
물론 힘으로 딸려서 소리 없이 움직이지 못하게 잡히긴 해도,
적어도 고통을 줘서 무력화를 시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우 부장이었다.
거기에 더해서 온갖 무기에 대한 사용방법이 훈련되었다.
우 부장은 마치 자신이 007 영화에 나올법한 특수요원이 되어가는 듯한 스릴을 잠시 느낀 적도 있다.
그러나.
하고 싶었던 일도 아니고 강제로 끌려온 곳에서 할 수 있는 한계는 있었다.
집에도 가고 싶고 소 닭 보듯 하던 아내와 아이들도 궁금했다.
6개월 차로 훈련이 접어들고 우 부장도 어느 정도 그곳의 군대 같은 일정한 생활에 익숙해져 갈 때쯤,
오랜만에 처음 우부장을 이곳에 데려왔던 쌍둥이들이 나타났다.
별로 반갑지 않은 얼굴들을 마주친 우 부장은 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지만,
그들은 언제 무슨 일이 있었느냐는 듯 싹싹한 미소를 지으며 우 부장의 손을 잡고 흔들었다.
" 이거 정말 못 믿기겠구먼. 우 부장님! 정말 몸이 탄탄해졌소.
문자 그대로 울트라맨이라 해도 믿겠는데? "
그 답지 않은 호들갑스러운 어투로 '임묘한' 이 칭찬을 한다.
우 부장은 씁쓸했다.
어쩌다 보니, 이미 사그라들 중년의 나이에 한창때도 갖지 못했던 탄탄한 몸을 갖게 되다니.
물론 살짝 벗겨진 머리카락이 다시 자라지는 않았지만.
이따금 저녁에 샤워를 할 때 거울로 보이는 자신은 스스로 생각해도 단단해 보였으니까.
어울리지 않게 호들갑을 떨던 '임묘한'이 '기이한'에게 눈짓을 했고,
'기이한'이 앞장서서 우 부장을 어딘가로 인도했다.
겉보기에는 늘 삭막하던 건물들 중에서 우 부장이 들어가 보지 못했던 건물로 그들은 인도되었다.
그 건물은 산자락의 중간에 툭 튀어나온 입구만 있을 뿐 정확히는 산 아래에 굴을 뚫어 만들어진 건물로 보였다.
삼엄한 경계를 거쳐 들어간 건물 내부는 의외로 쾌적했다.
군대 답지 않게 카펫이 깔린 복도를 거쳐 엘리베이터를 타고 어딘가로 내려갔다.
' 기이한'은 브리핑 실이라고 쓰인 곳으로 우 부장을 데려갔다.
모든 출입 장소와 복도 사이마다 자동문이 설치된 이곳에서,
우부장은 육 개월이 되도록 출입용 보안카드를 주지 않아 늘 누군가와 동행해야 했었다.
브리핑 실 에는 처음 보는 여러 사람이 앉아 있었다.
그동안 이곳에서 우 부장에게 훈련을 시킨 사람들은 군복 혹은 운동복 차림새였었는데,
브리핑 실을 채우고 앉아 있는 사람들은 모두 양복 차림이었다.
간혹 군복이 섞여 있었는데 처음 보는 군복이었다.
거의 태반이 계급장도 표식도 없는 묘한 군복. 게다가 모두 긴 머리.
그리고 완벽에 가까운 무표정.
그동안 훈련을 시킨 자 들도 우부장에 대해 마치 없는 인간 취급을 해 왔기에 인간미가 없다고 느껴 온 우 부장이었지만, 이들은 달랐다.
눈빛 자체가 거의 죽은 사람처럼 아무 빛이 없었다.
그리고 여남은 명의 별들이 있었다.
우부장이 군 시절에도 보지 못했던 별들이 번쩍번쩍했다.
우부장은 그 살기등등한 분위기에 갑자기 어깨가 무거워진 것을 느꼈다.
쌍둥이 중 하나.
임묘한 과장이 브리핑을 시작했다.
" 그러면 만 육 개월 동안 진행해온 프로젝트.
'울트라맨'에 대해 보고 경과보고드리겠습니다.
본 작전의 내용은...."
한참 동안 '임묘한'의 작전 브리핑이 끝나고, 어깨에 별을 단 인물 몇몇 과 정장을 입은 중년의 사내 몇몇이 임요한에게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임묘한' 은 답변을 하고.
그들은 브리칭을 하는 내내 슬쩍슬쩍 우 부장을 바라보곤 했다.
전체적인 작전 브리핑이 끝났다.
우 부장이 듣기에 그들의 ‘계획’은 참으로 과대망상 같았다.
그들은 북한의 핵처리 시설에 침투한다는 거였다.
그곳은 핵발전소이기도 했는데, 그곳에 침투하여 원자로가 폭파되도록 한다는 것.
그것이 그들의 최종 목표였다.
그 작전의 핵심이 우 부장이었고, 작전명은 ‘울트라맨’이었다.
지역이 바닷가에 인접한 곳 이기 때문에 침입 경로가 길지 않았다.
그러나 주변과 내부 경비는 삼엄했기 때문에 충돌 없이 침투 하기는 어려웠다.
바다로 연결되어 있는 배수로 등을 통해 침투하는 루트가 있었으나,
파이프라인이 고온에 노출되어 있는 데다가 라인 곳곳이 방사능에 노출되어 있어서 침투가 불가능 한 상황이었다.
가능한 공간적인 침투로는 있으나,
인간이 견딜 수 없는 혹독한 환경이라서 애초부터 거론 자체가 불가능한 침투로.
최초 원격조정 로봇도 고려되었으나 그 가혹한 환경을 견디고 갈 수 있는 로봇이라 하더라도,
통제실에서 전체 시스템을 붕괴시킬 능력은 로봇에겐 없었다.
게다가 언제든 변할 수 있는 상황에서 대처를 할 수 있는 그 정도의 정교한 로봇은 아직 개발이 되지도 않았다.
중국과 러시아가 근접한 그곳에 스텔스 기를 통한 폭격 같은 건 아예 정치적으로 불가했다.
특수부대원들의 침투도 고려되었으나, 한미 동맹에서는 소리 소문 없이 그런 작전을 벌일 수 없었다.
오랫동안의 정보를 통해서 최소한으로 가능한 침투로를 가상으로 시뮬레이션해 보았지만,
보통의 인간이 갈 수 있는 환경은 아니었다.
그런데 대안이 나타난 것이다.
사람이 견딜 수 없는 침투로.
그것이 우 부장에겐 가능 한 거니까.
그 라인을 통해 서 몇 개의 장애물 같은 파이프라인을 통과하면 핵발전소의 핵심 통제실에 들어갈 수 있게끔 되어 있었다.
일반적인 인간이라면 상상도 못 할 고온과 고압, 고방사능 지역을 지나칠 수 있는 인간.
그게 우 부장이었다.
이미 그들에겐 오래전 귀순한 기술자로부터 제공받은 핵발전소의 상세한 도면이 있었고,
브리핑을 받고 있는 군인들은 여러 차례 핵시설 주변을 침투해온 경험자들로 이루어진 정예요원들이 있었다.
그들은 엄청난 훈련과 담력, 충성심으로 이루어진 그룹이었지만 그들로서도 정면충돌하지 않고,
국제적으로 비난받지 않도록 노출을 안 시키면서 핵시설을 파괴할 능력은 없었다.
약소국가의 입장에서는 핵시설을 파괴하여 인접국까지 오염시켰다는 비난을 피할 방법도 없기도 하지만,
그게 빌미가 되어 전면전이 일어나는 것 또한 원한 게 아니었으니까.
당장은, 북한이 지속적으로 핵탄두를 개발할 여지가 있는 싹을 잘라야 하니까.
그러면서도 그게 자체적인 시설상의 문제로 파괴되었다는 여론을 만들어야 하니까.
그것이 작전명 ‘ 울트라맨 ’의 목적이었다.
그들이 보았을 때, 우 부장에겐 그게 가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