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투
아무리 훈련에 훈련을 거급했다고는 하지만,
우 부장이 홀로 어두컴컴한 데다 거칠기 짝이 없는 밤바다를 홀로 내려가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제아무리 온갖 첨단 장비들을 다 가지고 있다 해도 사람이 갖는 근원적인 두려움을 극복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니까.
그것이 어차피 물에 빠진다 해도 물을 마시게 된다 해도 죽지 않는다는 걸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고 해도 말이다.
몇 시간인지도 모를 오랜 시간 잠수함을 타고 바다 밑으로 돌아 돌아 목적지로 가는 데는 꽤 걸렸다.
잠수함의 승조원 누구도 우 부장에게 말을 걸지 않았고 눈길을 마주치는 것조차 피한다.
그를 지원하기 위해 함에 올라탄 여나믄명의 군복들.
아무 계급장도 없는 그들 또한 필요한 말 외에는 우 부장에게 말을 붙이지도 않았다.
이따금 함장이 군복들에게 다가와서 뭐라 소곤거리다 가곤 했다.
잠수함이란 물건에 당연히 처음 타보지만 뭔가 뱃멀미라도 생기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 과는 다르게 고요했다.
함은 앞으로 나가고 있는지 어떤지도 모를 정도로 고요하고,
KTX를 탔을 때 보다고 별로 승차감을 느낄 수 없었다.
여기저기서 움직이는 승조원들의 움직이는 소리가 오히려 느껴질 정도로 고요한 잠항.
출항 전부터 함장이 선내 스피커를 통해 ‘ 이번 작전 간 총원 전투배치 상태를 유지한다 ’ 고 명령을 내린 탓일지도 몰랐다.
가끔씩 들리는 음향 소리 – 소나라고 하는 – 에 군인들이 움찔하는 것 말고는 너무 심심할 지경이라,
우 부장은 대체 자신은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라서 손에 쥔 태블릿에 떠오른 침투 지도와 정보들을 외우고 또 외웠다.
임묘한의 말을 다 믿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 작전이 끝나면 어느 정도 자유의 몸이 되지 않을까 하는 실낱같은 기대가 우 부장에게 희망을 줬다.
“ 트랩 상태는 어때? 침투하는데 문제는 없겠지? ”
군복 중 나이가 좀 있어 보이는 자가 누구를 특정하지 않고 같은 군복을 입고 있는 자에게 말했다.
그리곤 당연한 듯 비슷비슷해 보이는 군복 중 한 명이 대답했다.
“ 네. 현상태로는 작전대로 침투시키면 가능할 것 같습니다. ”
“ 트랩과 연결되는 라인은 어때? 잘 작동되나? ”
다시 질문이 이어지자 손에 태블릿을 들고 있던 군복이 화면을 들여다보면서 대답했다.
“ 네. 아무 이상 없습니다. 언제든지 가능합니다. ”
그들의 밑도 끝도 없는 대화를 지켜보던 함장이 끼어들었다.
“ 저, 팀장님. 그런데 이게 가능한가요? 아무리 그래도 산소통도 없이 트랩을 내보내는 것도 그렇고....
지금까지 한 번도 시도하지 않던 침투 방법도 그렇고. 이게 가능합니까? ”
좁은 함장실에 승조원도 아닌 군복들과 함께 불편하게 끼어있던 함장이 궁금함을 참지 못해 묻자 군복들의 시선이 일제히 함장을 향하는데,
그 시선이 마치 저격을 앞에 둔 사수의 눈빛 같아서 함장은 흠칫했다.
전투함의 함장으로 꽤 오래 근무했지만, 정작 적의 얼굴을 보며 전투를 한적은 없었으니까.
그에게는 바다보다 사람이 더 무서운 존재였다.
군복 중 리더로 보이는 자가 낮게 으르렁 거리듯 입을 연다.
“ 함장님. 그건 함장님의 책임 분야가 아니니 신경 쓰지 마십시오.
늘 그렇지만 우리가 무엇을 하고 무엇을 할 것인지 아실 이유도 필요도 없잖습니까?
우리 세계에선 굳이 내 임무 외엔 알 필요가 없다는 거 아시잖아요? ”
사내의 단호한 말에 함장은 입을 다물었다.
그래도 명색이 전투 잠수함의 함장인데. 제길. 함장은 속으로 욕을 했다.
우 부장을 ‘장착’한 승조원들은 좀 당황스러웠다.
비좁은 어뢰실에 함장이 내려온 것도 처음이지만,
그와 함께 내려온 ‘군복’들도 좀 당황스러웠다.
게다가 그들이 방금 어뢰 사출구에 ‘장전’ 한 사내도 무척 당황스럽다.
그들이 장착한 어뢰는 처음 보는 형태였다.
어뢰라기보다는 ‘관’처럼 보이는 물체.
추진체 앞에 원래 화약이 들어갔어야 할 부분은 투명한 플라스틱 같은 것으로 만들어져 있고,
뚜껑이 열려서 그 안에 정체불명의 사내가 엎드린 자세로 자리를 잡고,
승조원들이 플라스틱 덮개를 덮었다.
그것은 마치 투명한 잠수정처럼은 보였지만 그 안에 사내는 따로 산소통도 없고 흔히 수중침투 때 쓰이는 잠수복조차 없다.
무겁게 보이는 조끼 같은 것을 걸친 사내의 몸에는 타이즈처럼 보이는 옷뿐, 그 외엔 물갈퀴뿐이다.
사내가 대체 어떤 방법으로 물속에서 호흡할지는 감도 오지 않았지만,
함장을 비롯한 군복들의 삼엄한 표정에 그들은 궁금함을 티 내지도 못했다.
“흑 상어 장전 완료”
승조원들이 조용히 복명복창을 하자 선장과 군복들이 어뢰실 밖으로 나갔고,
승조원들도 고개를 갸웃거리며 어뢰실을 나서서 격실의 문을 매뉴얼대로 잠갔다.
함교로 돌아온 함장과 군복의 사내들이 모였다.
이제부터는 함장의 영역인 것이다.
“ 목표지역 도착 완료 ”
건조한 음성으로, 해도와 화면의 음향탐지기를 들여다보던 사관이 보고했다.
함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눈짓으로 군복의 사내를 흘깃 보자 사내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 심도 유지 ”
“ 심도 유지! ”
“ 흑 상어 어뢰 발사 ”
명령을 내뱉는 함정의 낮은 음성에는 긴장과 불안감이 동시에 섞여 나왔다.
“ 발사 ”
사관의 낮은 복명복창.
낮게 공기가 빠져나가는 소리가 들리면서 잠수함에 약한 진동이 느껴졌다.
어두운 바닷속에 기포가 일면서 어뢰 한 발이 잠수함 전방의 어뢰 사출구에서 빠져나왔다.
어뢰는 잠시 어둠 속에서 머뭇거리더니 이내 사전에 세팅된 경로를 향해 서서히 나아갔다.
어뢰의 침로를 소나를 통해 바라보던 잠수함은 잠시 후 서서히 방향을 돌려 공해상을 향해 빠져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