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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MIN Jul 16. 2022

알프레드 히치콕의 <이창>

당신의 이웃을 사랑하십니까?

당신의 이웃을 사랑하십니까? 

 

알프레도 히치콕의 <이창(1954)>은 오늘날의 관객에게도 한정된 공간 안에서의 긴장감을 보여주고 있다. 어두운 공간, 스산한 음악을 통한 스릴러가 아닌 ‘인간의 심리’에 관한 통찰로 서스펜스 스릴러 장르를 개척했다. 데이빗핏처의 <세븐(1995)>과 같은 어두운 분위기와 잔혹한 사건, 로브라이너의 <미저리(1991)>처럼 누가 봐도 미치광이 사이코패스 캐릭터의 등장은 이 영화에서 찾아볼 수 없다.

 

<이창>을 주제로 한 히치콕 감독과 프랑스와트뤼포 감독의 대담 중(2015)

 

프랑스와트뤼포 : “스튜어트는 단순히 호기심이 많았던 겁니까?”

알프레도 히치콕 : “그는 진짜 엿보기를 즐기는 사람입니다. 런던 옵져버지의 비평가 레준은 이렇게 평했지요. <이창>은 주인공이 하루종일 창밖만 내다보고 있기 때문에 공포감을 주는 영화입니다. 그가 뭐가 무섭습니까? 그가 엿보기를 즐기는 것은 틀림없는데, 우리 모두 그렇지 않은가요?”

 

알프레도 히치콕 : “친밀감을 느끼는 영화를 볼 때 우리는 어느 정도 관음증 환자입니다. 스튜어트는 바로 영화를 보는 관객의 위치에 있는 것이지요.“

 

오프닝 시퀀스가 극 전체를 꿰뚫고 있다. 다리를 다친 기자 제프는 전화 통화를 하며, 창 너머로 보이는 이웃집 사람들의 일상을 이야기한다. 롱숏으로 이웃집 사람들의 사적인 일상을 보여주고 있고, 보이스오버(V.O)로 제프 시점에서 관찰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관음’이라는 주제는 스크린 안에서만 해당하는 것이 아닌, 극장의 관객과 제프를 동일시하는 것이기도 하다. 타인의 삶을 궁금해하는 욕망이 사람들을 극장의 관객으로 만든다. 네모난 틀 ‘창문’은 네모난 ‘스크린’과 동일시되고, 불을 끄고 타인을 멀리서 지켜보는 제프의 행동은 불이 꺼진 극장 안에서 영화를 시청하는 관객의 행동과 닮아있다. 또, 다리가 다친 제프는 평상시에는 능동적으로 본인의 일에 참여하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수동적으로 누군가를 관찰하기만 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관객도 본인의 일상에서는 능동적으로 삶에 임하지만, 영화를 감상하는 순간에는 수동적으로 바라만 본다. 히치콕은 극장 안의 이야기를 극장 밖의 상황을 연장선상으로 두고 연출하고 있다.

 

이어 관객과 동일시되는 제프는 살인 의혹에 휩싸인 쏜드와 유사한 캐릭터로 볼 수도 있다. 어떤 사람이 물증 하나 없이 사라진 아내를 보고 남편이 토막살해한 것이라고 확신을 할 수 있으리.

평범한 사람들이라면, 형사 도일처럼 ‘아내가 잠시 떠난 거겠지’ 혹은 스텔라처럼 ‘잠시 병원에 옮겼을 거야’라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또 다른 의심의 여지 없이 확신한다면, 그 사람의 내면에 현재의 애인에 대한 불만과 살인을 하고자 하는 욕망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볼 수 있다. 제프는 쏜월드처럼 성가신 애인 리사가 있는 상황이다. 최종적으로 쏜드의 범죄가 확실해졌을 때, 리사와 제프의 관계는 뒤바뀐다.




서스펜스 스릴러의 몽타주 쇼트와 역쇼트

 

이 영화는 ‘서스펜스 스릴러’로 서프라이즈 스릴러와 다르게, 서스펜스 스릴러 장르의 시초가 되었던 ‘히치콕’ 서스펜스는 순간적으로 반응하는 서프라이즈와는 달리 사건들을 쌓아 올려 긴장감을 지속하나. 기존 스릴러와는 다른 부분이 있다.

영화 속에서 크게 두 가지 이유로 ‘서스펜스 스릴러’ 장르임을 설명할 수 있다. 먼저 가장 주목할 점은 푸도프킨의 ‘몽타주’를 활용해 쇼트의 결합을 통한 서스펜스를 보여주고 있다. 망원경으로 건너편 아파트를 훔쳐보는 제프의 모습을 보여주고, 딱 달라붙는 옷을 입고 체조하는 여성의 모습을 보여준 후 미소 짓고 있는 제프의 모습을 보여주면 음탕한 캐릭터로 만들어주고 있다. 그러나, 가엽게 죽은 강아지의 모습을 보여준 후 심각한 제프의 표정을 보여주면 사려 깊은 이웃집 주민으로 보여준다. 때때로는 모호한 표정을 지음으로써 제프리에 대해서도 수상하다는 생각을 상기시켜준다. 제한된 공간에서 쇼트와 역 쇼트를 보여주는 서스펜스의 관습을 따른다.




부도덕 행위에 대한 처벌의 의미



[사진 ▲ 죽은 개를 보며 이웃의 의미를 설명하는 여자 ⓒ알프레드 히치콕]

 

누가 우리 개를 죽인 거예요? 당신들은 ‘이웃’이 무언지 모르는군요. 서로 좋아하고, 서로 말을 건네며, 누가 죽는지, 사는지 관심을 기울여주는 게 바로 이웃인데, 당신들은 아무도 관심 없죠…우리 개가 당신들을 따르니까 그래서 죽였나요? 당신들을 좋아하니까?

영화가 클라이맥스로 향해갈수록 두드러지는 점은 심각한 상황을 관객들에게만 알려준다는 점이다. 전지적 시점으로 관객들은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아’라는 감정을 계속해서 느낀다. 필자를 포함해 관객들은 쏜월드가 제프 집을 찾아오는 장면에서 소름 돋는 긴장감을 느낀다. 제프가 항상 등지고 있던 문이 처음으로 등장한다. 전지전능했던 제프는 쏜월드의 침입으로 한순간 역전된다. 플래시를 터뜨리며 시간을 버는 게 전부인 제프리는 쏜월드의 무력 앞에서 가차 없이 추락한다. 타인의 허락 없는 관찰은 결국 양발을 붕대로 감는 정도의 처벌을 받게 된다.

 

관음의 양면적인 특성을 보여준다. 관음이라는 행위를 통해 제프는 쏜월드의 침입과 낙상이라는 벌을 받는다. 이와 동시에 제프리는 관음의 행동으로 아내를 토막 살해한 범죄자를 잡는 공을 세운다. 개인의 욕망을 위한 희생 - 관심이 필요한 이웃 아이러니하게도 둘은 ‘관음’이라는 동일한 행위가 이 영화에서 말하고 있는 주제이다. 스릴러의 장르적 특성으로 감춰진 욕망에 관해 이야기하는 동시에, 당신의 이웃을 사랑하는지 물어보고 있다.




[참고자료]

 

이봉희. "" 영화인 세상 " 에서의 창과 방 그리고 엿보기 : 히치콕의 < 이창 >" 문학과 영상2, no.2 (2001): 45-72.

김시무. "일반논문 : 앨프레드 히치콕의 관음증 삼부작" 영화연구35, no.0 (2008): 285-320.

장미화 , 『앨프레도 히치콕의 서스펜스 테크닉』, 커뮤니케이션북스(2012),p32-72

Brower, Sue, “Channeling Rear Window”, Journal of Popular Film and Television Volume44, Issue2 (2016): 89-98, doi: 10.1080/01956051.2015.1103202

서동수, 「서스펜스 스릴러의 거장 앨프리드 히치콕이 현대영화에 물려준 것들」, 『씨네21』27권, 2005. 11.

“IMDB Rear Window(1954)”  2022년 03월08일수정, 2022년 03월 22일 접속, https://www.imdb.com/title/tt0047396/  

“[이동진, 김중혁의 영화당 #20] 100%의 알프레드 히치콕에 대하여 (이창, 현기증)” 2016년09월16일 수정, 2022년 03월 18일 접속,  https://youtu.be/2slqLyQpNtc 

“히치콕 영화에서 중요한 것은 ′살해 장면′이 아닌 ′서스펜스(과정)′ 방구석1열(movieroom) 38회”,2019년01월18일 수정, 2022년 03월 18일 접속, https://youtu.be/ia-KJ-8if4s 

“ENG[올드패션피나]이창 Rear Window - 알프레드 히치콕 Alfred Hitchcock” 2017년06월20일 수정, 2022년 03월 18일 접속, https://youtu.be/mU9W4ZTo6BY  

http://star.ohmynews.com/NWS_Web/OhmyStar/at_pg.aspx?CNTN_CD=A00023984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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