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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MIN Jul 16. 2022

로베르트 비네의 <칼리가리 박사의 밀실>

기울어진 독일 사회

 로베르트 비네의 1920년 작품 <칼리가리 박사의 밀실>은 정신병 환자의 내면을 보여 주는 스릴러 영화이다. 이 영화는 미장센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을 만큼 최초로 불안한 심리를 시각적으로 연출했다. 특히 무성 영화 시대에서 볼 수 있는 ‘미장센’을 활용해 심리 묘사를 극대화했기에 1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전 세계인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이 작품의 배경에서 무엇보다 주목해야 할 점은 바로 이 영화가 당대 독일 사회가 혼란을 다루었다는 점이다. 1919년 독일은 제1차 세계대전에서 패배한 직후 경제는 침체하였고, 사회적인 분위기는 암울했으며, 국민들은 불안함을 느꼈다. 또한 독일 국민들의 ‘패배’ 의식은 전국적으로 번져 나가 그들의 내면에 깊게 파고들었다. 이렇게 피폐해진 독일인의 ‘집단적 심리 불안’은 1920년대 문화 산업에도 영향을 끼쳤는데 이 시기 독일에서 만들어진 표현주의 영화는 뭉크의 <절규>를 떠올리게 했다. 즉, 일상의 모습을 그대로 표현하는 것이 아닌, 심리 상태를 일상에 대입하는 표현 방식을 활용하는 모습이 영화계에 나타난 것이다. 이러한 국민들의 정서 상태는 ‘공포’ 장르를 파생시켰다.


밀실’이 의미하는바


 우리는 이미 ‘밀실’에서 벌어지는 공포영화를 꽤 알고 있을 것이다. 밀실 공포증이라는 용어도 있을 만큼 ‘밀실’이 공포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도 흔하게 인지하고 있다. 이 제목에서 의미하는 밀실은 세자르가 등장한 캐비넷을 의미한다. 그러나 그것 이외에도‘밀실(cabinet)’ 장면을 다양하게 활용하여, 쇄적인 느낌을 유발하고 있다.특히 아이리스(Iris) 기법을 활용함으로써 화면 자체를 답답하게 연출한다. 또, 이 영화는 세트장에서만 촬영된 영화로 탁 트인 풍경은 볼 수 없었고, 밀폐된 공간에서 영화가 전개된다. 그래서 그런지 화면 안에 인물들이 꽉 차게 보이는 쇼트들이 많았다. ‘밀실’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영화의 대부분은 공포 혹은 스릴러로 전개된다. 기존 공포영화의 관습을 답습하며, 밀실이라는 좁은 공간의 특성을 활용해 인간의 불안함과 공포심을 끌어올리고 있다.


[사진1 ▲ 아이리스 기법을 활용한 쇼트]

의도적 모호함 

 

 이에 프란시스는 칼리가리의 뒤를 쫓는다. 그는 칼리가리 박사가 세자르에게 최면을 걸어 살인을 사주하고 있음을 밝혀내고 결국 칼리가리는 체포된다. 하지만 <칼리가리 박사의 밀실>에서는 충격적인 스토리 반전이 있는데 이는 마치 마틴 스코세이지의 <셔터 아일랜드>를 연상하게 한다. 이 영화는 감금되었던 칼리가리 박사가 다시 등장하면서 오히려 프란시스가 의사에게 제압을 받는다. 프란시스는 정신 질환자로 취급받으며 자신을 치료하는 원장을 칼리가리박사로 생각하며 “미친 사람은 내가 아니라 바로 저 원장이야.”라는 대사와 함께 이 영화는 모호하게 끝을 맺는다. 이 영화에서 엔딩을 모호하게 가져가는 이유는 ‘비판’하려는 기존의 의도를 희석하기 위함이라고 추측해볼 수 있다. 이 영화는 당시의 암울한 사회를 비판하고자 했으나, 이게 온전히 전쟁과 사회의 탓만은 아닌 사회 속 ‘개인’의 잘못에 대해서도 짚고 있다고 생각해볼 수 있다.


가려진 얼굴 : 공포영화의 두꺼운 분장 

 

 먼저, 주목할 부분은 몽유병 환자 세자르의 등장 장면이다. 카메라 구도는 투박하게 고정된 정면 구도만을 사용하여 세자르가 눈을 떴을 때 그의 화장을 두드러지게 한다. 아울러 서커스를 연상시키는 눈과 눈썹 분장, 세자르의 옷 또한 딱 붙는 타이츠라서 더 기괴스러워 보인다. 23년 만에 눈을 뜬 몽유병 환자라고 하기에는 다소 과도한 분장이다. <판의 미로>의 눈알괴물, <컨저링>의 수녀 귀신 등 현대의 공포영화에도 기괴한 분장은 이어지고 있다. ‘비인간’의 모습을 강조하기 위해 인간의 얼굴과는 멀어지기 위한 분장을 한다. 이후에 파생되어 생겨난 것이 좀비, 드라큘라, 뱀파이어와 같은 인간과 닮아있지만 ‘비인간’인 생명체이다. 이는 공포영화의 도상 중 하나인데, 세자르의 기괴한 얼굴에서 공포영화를 기대한 관객의 기대치를 충족시킨다.


 이와 같은 씬과 각 쇼트에서는 푸른색과 누런색의 거친 조명과 기하학적으로 휘어진 건축물들이 불안전하게 경사져 있으며, 명암 대비 즉, 그림자를 활용해 을씨년스럽고 피폐해진 마을의 분위기를 연출한다. 나아가 글자 오버랩 장면을 통해 관객들도 자아 분열을 겪는 느낌을 준다. 이처럼 영화 <칼리가리 박사의 밀실>은 미장센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독일의 표현주의 대표작으로 어두운 심리 상태를 물리적으로 잘 담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참고자료]

 

“100 years of The Cabinet of Dr. Caligari: the film that inspired Virginia Woolf, David Bowie and Tim Burton” , Theconversation, February 25.2020, March 30.2022

https://theconversation.com/100-years-of-the-cabinet-of-dr-caligari-the-film-that-inspired-virginia-woolf-david-bowie-and-tim-burton-131899

“The Cabinet of Dr. Caligari: The World’s First Horror Movie Jim Knipfel”, Den of geek February 26, 2019, March 30.2022

https://www.denofgeek.com/movies/the-cabinet-of-dr-caligari-the-worlds-first-horror-movie/ 

전명희, Myung-Hee.(2010), 표현주의적 관점에서 본 소설,날개 ―독일 영화 <칼리가리박사의 밀실과 비교를 중심으로> ,비교한국학,18(2),95-125.

남완석, 김수지.(2019).독일 표현주의 영화 연구 (1).영화연구,(79),65-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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