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있는 닭과 닭 복지에 최선을 다하는 남자

by 백당나귀

설연휴 내 남편은 닭집을 새로 지었다.

밥을 먹고 나면 리모컨 대신 톱과 드릴을 들고 움직였다. 세끼는 빨리 회전되었다. 일하는데 삼시 세끼를 안 줄 수가 없었다. 엄마를 모시고와 집에서 명절을 보내는 터라 닭집 짓기 프로젝트는 거침없이 진행됐다.


시멘트 20포를 사서 물에 개워 삽으로 척척 발랐다. 하루를 기다리더니 사각형 틀로 기둥을 세웠다. 가족들 모두 나와서 꼭짓점에서 틀을 잡고 서기도 했다. 연신 흐뭇한 희망언어를 되뇌면서 드릴질을 했다.

다음 날은 유리를 잡아달라고 거실로 전화가 왔다. 아침햇살이 들어가야 한다고 다 막으면 어둡다면서 창틀처럼 유리를 달았다. 치밀한 계획과 닭 복지를 위한 배려였다. 다음은 쥐들의 침입을 막기 위해 망을 둘렀다. 남편의 계획은 말로는 설명할 수가 없다. 이미 나무 널판을 3면으로 둘러싸고 창문도 있는데 촘촘한 철망을 속에 또 두르는 것이었다. 쥐가 나무도 갈아 안으로 들어온다는 것이다. 쥐와의 전쟁을 대비한 남편은 다부져 보였다. 지붕도 있다. 눈이 오면 무겁지 않게 하기 위해 경사를 뒀다. 비가 오면 지붕틈새로 빗물이 셀까 봐 실리콘 작업도 했다고 한다.


전기와 수도만 연결해 주면 내가 살아도 될듯했다.

그 아득함에 부러운 탄성이 나왔다.

2미터*3미터=대략 2평가량 되는 닭장이다. 솟대를 만들더니 알 놓는 장소까지 동선을 고려해 고정을 시켰다. 바닥에는 왕겨를 깔아 보온성을 줬다. 우리 집은 바닥 난방을 못하는데 닭집은 천연난방 시스템이다.


남편의 솜씨는 일취월장했다. 두 번째 닭집이라서, 철저한 계획이 있어서, 닭을 사랑해서 인지는 모르겠으나 꽤 근사했다.


남은 일은 먼저 닭집 철거와 닭을 이사시키는 일이었다.

8마리의 닭을 어떻게 옮길지 고민이었다. 집에 사는 닭들이 얌전하지는 않다. 낮동안은 빈터에 방생해서 키우는 닭들이라서 성질나면 울타리 밖으로 날아가버린다. 들개가 쫓아와도 피하는 내공으로 보면 남편은 반나절을 쫓아다닐 듯하다. 다행히 내가 있었다. 나는 닭을 겁내하지 않는다. 남편은 정성스레 닭집을 지어주면서도 닭을 무서워한다. 나는 닭똥이 무서운데 남편은 부리가 무섭다고 한다. 달걀을 걷으러 갈 때도 용접용 장갑을 끼고 가는 모습은 엄살이 아니다. 나는 맨손으로 닭을 잡았다. 모서리로 몰아넣고 스쿼트의 낮은 자세로 엉금엉금 친한 척 소리를 내며 뒤에서 덮쳤다. 날개사이로 손을 깊숙이 넣어 안정감을 가지고 닭을 잡았다. 가슴 쪽으로 끌어당겨 파닥임을 누르고 새로운 닭집으로 옮겼다. 그렇게 해서 내가 4마리 남편이 4마리를 잡았다. 남편은 낚시용 뜰채를 소년의 매미체처럼 휘두르고 다녔다. 그 그림이 꽤 장관이었다. 남편은 그냥 소년이었다.

마지막 수탉을 잡을 때가 힘들었다. 내가 보기엔 집 짓기보다 닭 잡기가 더 힘들어 보였다. 방생해서 키우는 닭이라서 날기도 잘하지만, 밥 주는 주인도 모르는 행세였다. 모계쪽이 청계, 부계가 백봉(오골계)인 수탉의 깃털은 독수리 같은 우아함을 가지고 있다. 닭을 잡는 게 아니라, 야생동물을 때려잡는 수렵 같은 모습이다. 남편은 남자였다. 뜰채로 수탉을 잡고 엄청난 성취감을 뿜었다.

"잘했다 잘했어. 밤샐 뻔했는데 다행이다."

남자를 칭찬하는 사이에 닭집이사는 마무리되었다.


다음날 아침에 나는 남편의 진심을 보았다.

그리고 인간애보다 더 큰 사랑을 느꼈다.

"꿈들은 잘 꿨으려나?"

"응? 누가?"

"새로운 집에서 잘 잤겠지!"

"아, 감동이다. 당신의 진심에..."

남편의 사랑은 그렇게 계속되고 있었다.

동물언어 번역기가 나오면 주식 팔아서 남편에게 제일 먼저 구해다 줘야겠다.


어떤 일에 진심일 때 사람은 순수해지고 커지는 것 같았다.

햇살이 잘 들어야 닭도 건강해진다는 남편의 말은 사랑이었다. 사랑이라는 힘이 4일간의 기적을 만든듯하다. 사랑은 몰입하게 하고 사랑은 사람을 순수하게 만들었다.


연휴 동안 최선을 다한 남자의 모습에 남편을 "닭 복지부장관"으로 임명합니다.

닭장이 아닌 닭집을 지어 준 남자 오늘도 멋지게 사랑하겠습니다.


(날이 밝으면 닭집 사진을 올려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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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아침햇살이 들어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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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집 순찰에는 늘 달봉이가 함께 합니다.(저기 뒷모습은 소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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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주인 닭입니다. 하얀색이 오골계 검정색도 오골계인데 자연부하해서 저 닭님은 새 수준입니다. 수탉은 카리스마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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