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속 인간의 기준
나는 인간에게 좀처럼 관심이 생기지 않는다.
사람을 싫어해서가 아니다.
단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 궤도 바깥을 지나간다.
그 사실을 처음 입 밖에 낸 것은 독서모임에서였다.
어느 날 한 사람이 이런 질문을 던졌다.
“자신의 취약점과 강점이 무엇인가요?”
사람들은 각자 대답했다.
‘인상이 차갑다’, ‘감정이 예민하다’ 같은 비교적 표면적인 이야기들이었다.
내 차례가 왔다.
잠깐 생각하다가 말했다.
“취약점은 인간에 대한 관심이 없다는 겁니다.
대신 우주, 자연, 동물, 원리와 법칙 같은 것들에는 관심이 많습니다."
잠깐 정적이 흘렀고 다들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나를 쳐다봤다.
사실 그 질문은 내가 만든 것이었다.
모임 전에 미리 공유했던 질문이었다.
그런데도 나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미리 생각해두지 않았다. 그 자리에서 즉흥적으로 말해버렸다.
사람은 준비되지 않은 순간에 더 솔직해진다.
완벽하게 정리된 말은 아니지만
어딘가 마음속을 떠다니던 생각이
그 순간 문장으로 튀어나온다.
만약 내가 그 질문에 대해 미리 답을 준비했다면
아마도 “말이 빠른 편이다” 같은,
다른 사람들처럼 피상적인 대답을 했을지도 모른다.
나는 그 이유를 어린 시절에서 찾으려 했다.
하지만 그 설명은 어딘가에서 빌려온 말처럼 느껴졌다.
조금 더 생각해 보니 진짜 이유가 떠올랐다.
내가 생각하는 인간의 기준이 너무 높기 때문이라는 것.
내 마음속에 그려진 인간의 모습은
나조차도 도달하기 버거운 수준이다.
그래서 나는 사람을 평가하기 전에
먼저 나 자신에게 그 기준을 적용하게 된다.
친구에 대한 기준도 비슷하다.
내게는 지인과 친구 사이에
분명한 경계가 있다.
그 경계를 통과해야 비로소 친구가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나 자신조차 그 기준을 통과하기 쉽지 않다.
물론 이런 기준들은
내 마음속에만 존재한다.
한 번도 입 밖으로 꺼낸 적 없는
나만의 조용한 기준들이다.
어쩌면 나는 인간에게 관심이 없는 사람이 아닐지도 모른다.
내가 상상하는 인간을 아직 만나지 못했을 뿐이고
나 역시 아직 그 인간에 도달하지 못했을 뿐이다.
어쩌면 내가 찾는 인간은
언젠가 내가 되어야 할 인간일지도 모른다.